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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삶의 모든 것

by 문나인

"넌 무얼 위해 살고 있니?"

누군가 내게 삶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행복하고 싶었다.


행복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거더라...


어느새 행복이라는 단어는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 것만 같았다.


어느 순간 나는 침몰되어 있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잠식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절망할 수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행복이라는 단어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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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멈췄다. 잠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두려웠다. 이곳이 심해인지, 동굴인지, 그저 깊은 땅속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수영을 배울지, 암벽을 배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이고 고뇌해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확실한 건 더는 행복을 위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은 상태 같은 거였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것을 쫒으려고 할 때마다 내 모든 것을 행복이 앗아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돌고 돌아 어둠에서 빛을 본 날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날이었다. 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생명을 가진 무언가이다. 움직인다. 그리고 나 말고 모두가 움직인다. 그 부품 같던 것들이 푸른 들판에 흔들리는 잡초에 불과했다.


겉보기에는 멋져 보였던 부품은 사실 잡초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걸 인식하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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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정의 늪에 빠져 있느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주변의 잡초들과 엉켜 바닥을 나뒹굴었다. 배꼽이 간지럽혀진 탓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평화롭다. 그제야 하늘을 보았다. 시간의 흐름을 하늘로 알아보았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밤이 오고,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뜬다.


행복의 다른 이름은 어쩌면 여유가 아닐까.

아니지, 어쩌면 인생의 다른 이름은 여유가 아닐까.


여유로 시간을 사고, 감정을 사고, 시간을 지키고, 감정을 지키고.

나무의 나이 듦을 알아보고, 어린이의 자라남을 지켜보고, 나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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