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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워

탄산, 최선, 9회 말 2 아웃, 죽

by 문나인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참, 사랑스러워.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동자에 물막이 아른거린다. 참, 사랑스러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삼겹살을 우적우적 씹는다. 참, 사랑스러워.

피곤했는지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참, 사랑스러워.

모든 순간에 진심으로 열정적인 넌 참,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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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

포보복포보복 기포가 올라온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된다.

화가 날 때는 온 힘을 다해 흔들고, 온 마음을 기포 소리에 기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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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했다. 힘들었지만 살아있다.

끝냈다. 지쳤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견뎌냈다. 고통스럽지만 집까지 걸어갈 수 있다.

이겨냈다. 눈은 감기지만 말할 수 있다.

최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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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2 아웃

숨참고 새카만 하늘을 바라본다.

루틴대로 방망이를 잡아본다.

1회 초 무사 상황이라고 세뇌해 본다.

심장박동수가 최고 숫자를 달성한다.

하늘이 새카맣게 변한 것 말고는, 내 심장박동수가 최고 숫자를 달성한 것 외에는, 변한 게 없는데.

정의하기 나름인 순간, 상황, 지금.

그라운드를 밟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달린다. 달린다. 달려야 한다. 공은 글러브를 스쳐 바닥에 떨어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세이프,라는 말을 들어야만 한다. 지금은 9회 말 2 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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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생각했다. 결국 밥이 된 것만 기억할 거잖아.

사람들은 밥을 좋아하더라. 밥만 먹다 보니까 밥만 기억하게 됐나 봐.

밥은 매일 먹는 거잖아. 밥을 만들면 어차피 누구든 당연하다고 여기겠지.

그럼 이제 죽을 만들어야 할 차례야. 밥들 사이에서 죽은 매력이 살아나.

다 죽은 매력만이 되살아 나는 게 아니야. 죽은 아픈 사람도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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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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