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하기 싫어.

포기할 수 없어. 사랑이 식는다는 건 말야.

by 문나인

사랑하기 싫어.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야.

어떤 일에든 책임이 따르지만, 사랑만큼 무거운 것도 없어.

.

애정을 담는 건 내 모든 걸 내어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그래서 싫어. 이제 힘들어.

지금의 나는 여태 시간에 내 모든 게 내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시간이 내 것을 가져가도록 두는 것은 시간을 멈출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 하지만 사랑은 멈출 수 있거든.

.

.

.

.

.

포기할 수 없어.

뭉근하게 심장을 녹여내는 사랑을,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멜랑꼴리 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아, 내가 이전의 나보다 더 빠르게 늙어갈 거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멈출 수 없어.

그 무거운 것은 마치 포근하게 내려앉은 눈송이 같다가도 묵직하게 가슴속에 위치한 추 같아서, 그 무게를 가늠할 마음의 눈은 없지만, 아니 사실 알게 될까 두렵지만 역시 포기할 수 없어.

.

.

.

.

.

사랑이 식는다는 건 말야.

어느 날, 신이 내리는 계시 같은 걸까?

쌓이고 쌓여서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하는 날도 더러 있었지만, 기어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용기가 부족해서.

사실 식기는커녕 더 불타오르지. 불타올랐지.

정말 어느 날부터, 마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당신을 잃을 용기가 피어나기 시작해.

그 용기가 참으로 강력해서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간 줄기들이 사랑이라는 마음에 엉키고 설켜서 짓누르고 있는데.

팡하고 터지면 아픈 건 모르겠고 그 안에 고여있던 눈물이 뚝뚝 흐르지.

.

진물이 울컥울컥 튀어나오는데…

걱정하지 마.

그 진물은 상처의 회복을 돕기 위한 거라서.

흐를수록 백혈구는, 너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니까.

울지 말라고는 못하지.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9화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