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언가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by 집안의 불청객

나는 무언가 빠져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들이 원활히 수행하는 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요소 중 하나를 뽑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더욱 고민했다. 내가 모자란 부분이 뭔지. 매일 고뇌하고 바꾸려고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실패였다.


성공이 없는 실패는 처참했다. 자존감은 바닥이고 새로운 도전이 무서웠다. 무언가가 늘 방해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물음이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돌아오는 것은 자기혐오뿐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무언가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니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특출나고 특별하다는 게 아니다.


그 무언가가 나를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독은 맹독이었다. 치료가 되지 않고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알고서도 피하지 못하는 운명과도 비슷했다.


이상했다. 어떠한 큰 사건이 있지 않는 한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인데 왜 이리도 슬플까.


나에게 있어서 무언가는 고통이자 삶의 이유였다. 전자는 가지고 있는 것이고 후자는 내게 없는 것이다.


그 두 가지를 합하면 당연히 인생의 퇴보였다. 삶의 이유가 없는 고통은 발전하지 못하고 쓰레기에 불과했다. 아니, 재활용의 여지도 없는 폐기물이었다.


그런 의견을 말하면 내 주변인들은 항상 말했다. 부유한 가정, 중위권 대학,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왜 그러냐고. 그들의 말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그렇다. 바꿀 생각도 변화도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늘 우울함에 빠져있었고 그 우울함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술과 약을 먹었다.


그 두 가지는 해결책이 아닌 도피나 회피에 가까웠다. 근본적인 문제가 타파되지 않았다.


그 누구의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으며 내 인생은 불쌍하고도 부질없다고 혼자만의 망상에 갇혀 있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자, 주변을 보는 눈이 없어졌다. 암흑만의 시야가 내 앞에 펼쳐졌다. 가야 할 길도 나아갈 방향도 없어졌다.


그래서 덩그러니 그곳에 앉아 내가 아닌 주변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당연히도 주변은 바뀌지 않았다.


선택은 두 가지였다. 계속 머무느냐 아니면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라도 해보든가.


그곳에 머무르는 걸 택했다. 목이 말라오고 숨이 가빠져도 움직이지 않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이 고통이 끝났으면 했다.


살아갈 의지가 없었다. 무언가를 가진 이들, 무언가가 없는 내가 대비되는 현실 세계였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일차원적인 욕구만 해결되는 시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상대적 인생을 살아가고 무언가가 없는 사람과 무언가를 이룬 사람을 등수로 매기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삶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기는커녕 평범한 이들에게도 있는 무언가가 없는 나는 상대적으로 엄청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한 짓들은 남들에게 웃음거리였다. 조롱, 다름, 차별과 같은 조롱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들의 웃음에는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누구도 나처럼 살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고 특별하다고만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은 사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이다. 조직이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어울리지 못하는 도태된 사람이었다.


꿈도 희망도 무언가도 없는 내가 더 살아갈 이유는 없었다. 누구는 부모와 친구를 생각하며 버티라고 한다.


그런데 죽지 못할 이유가 나를 돌아보는 게 아닌 남들의 걱정 때문인 게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것마저 배제하면 살아갈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사실, 찾으려고 노력했다.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 무언가는 내가 죽을 이유만 늘어뜨려 놓을 뿐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삶을 더 살아가고 싶지 않다. 차라리 불치병에 걸렸으면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죽여줬으면 한다.


밖에 야경이 아름답다. 내가, 이 야경을 피비린내로 장식되게 할 수 있을까. 무엇에 뜻을 달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삶의 무언가는 원동력이 아닌, 연명장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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