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방

가느다란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by 집안의 불청객

모텔, 호텔, 리조트, 풀빌라 모두 경험해 봤다. 네 가지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그녀와 같이 있던 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방 안에 있었고 육체와 정신을 나누었다. 하나가 되고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진리가 있듯이 우리 둘 또한 그랬다.


같이 있을 방을 선택할 때부터도 의견이 갈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은 것은 아니지만 반 정도는 매번 달랐다.


그 반이 둘 중의 하나의 불만을 일으켰다. 방이 한 명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내뱉는 촌철살인 같은 말이 있었다.


‘차라리 내가 말한 곳으로 할 걸.’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자존심을 긁고 수학 문제도 아니면서 맞고 틀리고를 운운한다. 그러다 가벼운 말다툼이 시작되고 서로의 기분이 상하며 싸움으로 번진다.


모진 말이라는 걸 자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방이라는 한 곳의 공간에 있었지만, 마음은 어딘가로 가 있었다.


서로 마음의 종착지를 모르는 채로 맞춰주며 한 호흡을 이어 나갔다.


호흡이 점점 어긋났다. 처음에는 아주 희미할 정도로 그러다가 반 박자 정도 그러다가 한 박자 정도 그러다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을 가지자는 말은 서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암묵적이게도 점점 서로에게 관심이 줄어들었다.


같은 방 안에 있지 않고 다른 방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해졌다. 육체마저 멀어지게 되고 정신은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


결국, 이별했다. 그 전인 최근에 서로 관심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확실히 하자면 그녀의 관심이 줄었다.


즉, 집착이 줄어들었다. 나는 그게 배려인 줄 알았다. 집착이 줄어든 만큼 만나자는 말도 줄었다.


육체와 정신이 멀어진 시간만큼 같은 방에 있어 본지 오래된 시간만큼 다른 방향으로 각자 달리고 있었다.

달려가는 곳에 종착지는 없었다. 그런데도 달리는 이유는 멀어지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 모진 말을 쏟아내는 것도 힘들어서,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맞지 않아서였다.


다른 방에 있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어떨지 모르지만, 초반에 나는 너무 힘들었다.


여유 시간이 있는 아르바이트할 때는 그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락한 적도 있다.


깊게 고민하고 틀린 지 맞는지를 따지며 보낸 연락에 답변은 차가웠다.


‘난 솔직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난 이제 더 할 말 없거든.’


글자를 읽으며 의심했다. 완전한 마음 정리를 했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다른 방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마음을 가졌다.


그 이후로는 술에 빠져 살았다. 장에 무리가 가서 멈출 정도로 들이켰다. 그리곤 방에 들어가면, 같이 잠을 잔 기억에 괴로워했다.


계속해서 힘들어하다가 어떠한 계기도 없이 문득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에서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냥 남이었고 돌아올 가능성조차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힘들지 않기로 했다. 힘듦을 포기했다. 놓아주어야 했고 그래야만 했다.


방에서 혼자 있으며 생각이란 걸 지워버리기로 했다. 바쁘게 살기로 했다. 미친 듯이 글을 써내렸다.


그런데 그런 글조차도 그녀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소설도 에세이도 그러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시간은 약이 아니라 억제제였다.


그녀와 같은 방에 있던 기억에 관한 괴로움을 억제하는 약 말이다.


생각을 해도 상상을 해도 괴롭지 않은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 건 아니다. 약간 거슬리지만, 큰 영향이 없는 정도다.


우리는 다른 방에 있기를 바라는 시기가 왔을 때 서로 다른 마음을 가졌다는 걸 알아야 했다.


시기를 일찍 눈치챘어야 하는 우리 둘은 그것을 질질 끌고 가다가 결국, 마무리라는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다.


다른 방과 다른 마음이 이제야 일치하게 되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너와 같은 방에 있던 시간을 인정하고 다른 마음을 받아들였다. 사랑하지 않는 너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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