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퍼즐

전지적 아들 시점

by 집안의 불청객

가족은 조각이 무수히 많아 오래 맞춰야 하는 퍼즐과도 같다. 퍼즐은 평생 맞춰야 한다. 하나 맞춰지면 다른 하나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모님은 만나는 순간에는 서로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결혼 후 안정된 시간을 가지고 아이를 갖는 게 아닌 예전에는 아이를 가지고 난 후 안정을 찾았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퍼즐에 담긴 의미를 다 맞추지 못한 채로 아이라는 퍼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 아이의 퍼즐은 너무 어려웠다. 불행하게도 그 퍼즐의 주인은 나였다.


부모님은 결혼이라는 퍼즐을 맞추기도 전에 나의 퍼즐을 맞춰야 했다.


처음 보는 형식의 퍼즐이었다. 왜냐하면 둘 다 아버지, 어머니는 처음이었으니까.


나도 똑같았다.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퍼즐을 맞추기 위해 도와줘야 하는 나는 오히려 더 어렵게 흩트렸다.


내가 유년기일 때 가족이 정서적으로 좋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 퍼즐을 맞추기 힘들었고 나는 제대로 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그때 어긋났던 게 다음으로 넘어오니 더 큰 문제가 되었다. 부모님은 그때 자신의 탓이라며 나를 위로했다.

내 문제가 아니라 더 잘해주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고 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핑계 삼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내가 해결해야 할 퍼즐이었으니까. 맞추지 못한 채로 자라버린 건 나였으니까 말이다.


그게 사춘기가 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 사춘기가 찾아오자 나는 반항아로 변했다.


정서적으로 좋지 않았고 매사에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잘하지 못했다.


퍼즐의 틀마저 부숴버릴 정도로 자식의 도리라는 걸 어긋나게 하려고 했다.


내가 틀 밖으로 나가면 부모님은 다시 고쳐서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추려 했다.


특출나고 대단한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이제 평범하게만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부모님이 맞추는 퍼즐을 사춘기의 고집으로 계속해서 갈아엎었다.


그러다 사춘기가 끝나고 대학생 정도가 되었다. 그때는 맞춰준 퍼즐을 그냥 받아들였다.

나에게 해가 되는 것도 없는데 왜 여태까지 그랬는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끝나고 사회로 나가자, 부모님이 퍼즐을 최대한 맞추려는 의도를 알았다.


여태까지 잘 맞추지 못한 후회감도 있겠지만, 그들은 퍼즐이 다 맞춰졌을 때 자립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부모님이 퍼즐을 맞춰줄 수는 없었다. 나만의 퍼즐이 생기고 그 조각을 조금이라도 줄여 쉽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었다.


그 노력을 몰랐다.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미래는 보지 않고 현실에서 방탕하게 즐기기만 한 나를 후회했다.

만약에 부모님의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지금 나의 퍼즐 조각은 무수히 많고 아직도 맞추는 중이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난이도를 조정해 줄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분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제 퍼즐을 맞출 여유조차 없어졌다. 건강, 금전적, 정신적 여유는 예전보다 줄었다.

그렇다. 이제 나는 나의 퍼즐과 동시에 부모님의 퍼즐도 맞춰야 한다.


바쁘고 힘들겠지만, 그들이 느낀 고통에 비하면 나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상하게도 점점 어려워지는 내 퍼즐보다 부모님의 퍼즐을 보니 작고 초라하다.


맞추기는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 스스로 하려는 노력과 나의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퍼즐이 점점 쉬워진다. 그러다 언젠가는 한 조각으로 끝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면 난 슬플 것 같다. 나를 위해 쌓아온 퍼즐은 그렇게나 무척 어려웠는데.


이제는 백 개도 안 되는 퍼즐 조각을 맞춰 기쁨을 얻는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는 것이 점점 목적이 줄어드는 삶이 가슴 아팠다.


가족은 각각의 퍼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혼자서 그것을 다 맞추려 들지 않는다.


퍼즐은 어려워도 쉬워도 가족끼리 도와주며 맞추게 된다. 다 맞추면 서로가 함께 그 성과를 누린다.


그 성과는 바로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다. 아들의 시점으로 가족의 퍼즐은 고역이 아닌 함께 맞추어가는 단합이며 희로애락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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