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비난

전지적 아들 시점

by 집안의 불청객

의견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닌 삿대질과 욕설 그리고 망언까지 모든 걸 섞어 놓은 게 비난이다.


어릴 적 비판받을 만한 짓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탓에 비난받았다.


여기서 부모님이 나에게 할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지 고민하지 않았다. 사춘기가 찾아왔기에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일은 부모님에게까지 화를 미치게 했다.


아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학교에 가셨고 선생님과 상담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사춘기라는 말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건 아닌데.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편의점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음식을 사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알았지?”


모두가 맹비난할 때 비난이 아닌, 아들이 제대로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훈육은 내 마음속에 꽂혀야 했다.


그 마음을 몰라주었다. 왜 내가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고 음식을 먹다 말고 학교로 돌아갔다.


돌아간 학교에서는 애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혼자였고 외톨이였고 고독했다.


선뜻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처지가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들 피하며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흉보고 내가 있어도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모든 것은 익숙해진다고 했으나 비난은 그러지 못했다. 언제 들어도 짜증이 났고 기분이 더러웠다.


이 모든 걸 등교 거부와 부모님과의 단절로 해소했다. 아니, 해소가 아니라 차단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그러면 일시적으로나마 나아지니까 알면서도 악수를 둔 것 같다.


비난받은 아이에게 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직도 트라우마로 자리잡혀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편이다.


이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해야 비난하지 않는지 저 사람은 이렇게 해야 나를 좋아하는지 이런 것들 말이다.


적장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부모님이었는데. 언제나 나의 뒤를 맡아줄 수는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지고 만다. 매일 참기만을 하다 폭발해 버린 부모님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폭발한 것도 다 내 탓이었다. 노력하지 않고 다른 쓸모없는 짓을 하며 시간을 허비한 건 나였으니까.


대학교 졸업은 누구나 다 하는 줄 알았던 부모님이었다. 내가 자퇴하거나 수업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점도 전부 이수했다. 그런데 졸업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부모님은 처음에 실망했지만, 머지않아 내가 졸업할 거로 기대했다.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 내듯 나는 졸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다른 것에 마음을 품었다.


그 마음은 내 꿈과 직결된 것이지만 적어도, 부모님에게 졸업이라는 건 꿈을 나아갈 때 한 발 더 디딜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고 어머니는 큰 배반감을 느꼈다.


나는 여기서 또 엇나갔다. 그들의 비난을 등에 업은 채 자해했고 우울감에 빠졌다.


당연히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나도 스스로 부정하는 방법이었으니까.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특히 자식이 한 짓을 감당하는 부분에 있어서 말이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보자 부모님은 비난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거두었다.


다음에 잘해보자는 말에 나는 긍정의 대답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해야 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번 더 비난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계속 마음은 그리로 가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단지 하기 싫어서라는 이유는 아니다.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 어쩌면, 졸업이라는 것을 하고 난 후 완전한 독립을 이어가기 무서워서 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그들에게 기생할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비난을 받기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하는 행동은 비난받을 짓말 골라서 이행한다.


세상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잘 모르는 지인들도, 아예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도 나는 비난의 대상이다.


그 누구와 비교하고도 싶지 않다. 언제나 뒤떨어져 있기에 좋은 평을 못 받을 테니까.


그렇다. 나는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존재다. 뫼비우스 띠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에 갇혀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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