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렵다는 말은 꺼내놓아야 할 까

전지적 아들 시점

by 집안의 불청객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다들 하나쯤은 존재한다.


그 단어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부정적인 단어는 마음속에서 울컥 올라와 한 번에 쏟아내게 된다.


감정적으로 격양되어 있을 때 상대방의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너네 둘 키우기도 어려운데 조부모님은 어떻게 넷, 다섯을 키웠냐고.

그리고 특히 나는 더 어렵다고 했다. 처음이었기에 대처도 미숙하고 방법도 서툴렀다.


그렇기에 어렵다고 했고 그 말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부모님은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아닐 거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게 어렵다는 말로 예측된다.


그런데 사실, 나도 어려웠다. 좋은 아들로만 남고 싶고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이 머릿속을 휘저어놓는다.


어렵다고 말을 꺼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자식이든 부모든.


어머니가 농담이 아닌 진지하게 말을 꺼낸 적이 있다. 너를 키우기 어렵다고 엄마도 힘들다고 말이다.

그때 나는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무너지고 흔들리고 뿌리째 뽑혔다.


아들로서의 혜택은 다 받으면서 남보다 잘하기는커녕 평균도 마치지 못하니 마음속이 선인장을 품은 것처럼 따가웠다.


그런데 그 죄책감은 이상하게 발현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절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내가 뱉은 말은 미안해서가 아닌 나도 어려워졌다. 나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가슴속에도 없는 모진 말들을 쏟아냈다.


그때 그랬으면 안 됐는데. 어머니가 가진 무게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는다. 그런데 그 후회할 걸 알면서도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응어리가 진 후회는 더 큰 죄책감으로 남는다. 개선해야 하지만 개선할 수 없었다.


마음의 병을 가진 나를 알면서도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얼마나 큰 결심을 한 걸까.


크게 짓눌리는 압박감을 토로할 제일 작은 단어를 어렵다고 한 것이 아닐까.


아버지도 그런 적이 있다. 내가 졸업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을 때였다.


넌 이제 끝이야, 졸업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알면서도 상처받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찢어진 상처는 나보다 부모님이 더 벌어져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봉합해야 했다. 실로 살살 조금씩 꿰매야 했다. 방법을 모르는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거기 서서 다 내 탓이라고 소리 지르며 울었다. 그 울음에 부모님은 머리를 쥐어짜고 한 번에 무너졌다.

가족은 나 때문에 순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 무엇을 바란 걸까.


용서를 구하지도 미안함을 표하지도 않았다. 내 탓이라고 말한 것도 그저 절규에 불과한 발악뿐이었다.


부모님도 처음인 나를 어려워하고 자식인 나도 처음이기에 어려운 게 당연하다.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잘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쌓인 어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꼭 어렵다고 말해야 할까. 그렇지만, 모든 부정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그 단어가 제일 작은 미움을 살 거다.

그래서 우리는 그 단어를 선택했다. 이러면 괜찮겠지. 저러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그 작은 미움도 부모 자식 관계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축약된 채로 담겨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미숙하다.


어렵다는 반대말인 쉬운지를 원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저 버팀목이 되어줬으면 싶었다.


버팀목이 되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런 말을 내게 한 걸까 싶다. 그만큼 나를 키우는데 힘들었나.


과거를 차츰 되돌아보니 마음에 못을 박는 행동만 한 내가 밉다.


못질을 당할 때 그 갈라지는 균열이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못을 빼도 구멍이 남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얼마나 공허할까.


공허한 마음도 아픈 마음도 서로에게 말하기는 너무 어렵기에 쉽게 꺼내지 못한다.


어렵다. 너무나도 어렵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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