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처음 맞딱뜨린 첫 번째 괴물은 생각보다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부서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나와 동규를 비교해서 평가하는 이야기가 들렸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지가 신경이 쓰이면서 스트레스가 지속됐다. 하루는 퇴근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갑자기 힘이 빠지고 숨이 차오르는 상황도 있었다. 그 때는 여자친구가 거의 날 업다시피해서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준 덕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압박감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서 몸도 같이 힘이 빠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나에게 첫 번째 괴물은 너무나 힘겨운 상대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첫 번째 괴물을 이겨내야 했다. 그래서 일부러 첫 번째 괴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 닥친 상황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드디어 최종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검수하고 또 검수해서 글자 하나하나까지 다 외울 지경이었다. 인턴 과정이 종료되기 이틀 전에는 부서 팀원들 대상으로 최종 발표회가 있었고, 그 다음 날은 최종 임원 면접이 있었다. 첫 번째 괴물에 대한 압박감이 많이 느껴졌지만 남은 이틀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최종 보고서 발표회 날이 되자 오전부터 긴장을 너무해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발표는 동규가 첫 번째고, 그 다음 내가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고 전달받았다. 아침에 동규랑 잠깐 이야기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격려를 했다. 동규가 어떻게 보고서를 완성했을지가 너무 궁금했다. 곧 동규의 발표시간이 됐고, 나도 자리에 앉아서 동규가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동규는 공장의 환기시설과 관견된 IT시스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동규는 공장이 폐쇄적이고 기계도 많다보니 공기의 질이 좋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공기의 질을 측정해서 환기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IT시스템을 기획했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데, 워낙 개발을 잘하는 친구여서 그런지 시연 영상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다. 샘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높은 수준으로 시스템을 개발했고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 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만든 시연 영상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동규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 동규는 이미 현장에 환기 시스템이 적용되어있는데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특히 애를 많이 먹었다. 동규가 기획한 시스템이 환기 시스템과 거의 유사해서 답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규도 이미 적용이 되어있다는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동규의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