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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근 Nov 14. 2024

첫 번째 괴물 : 인턴 데스매치 (6)

동규까지 면접이 모두 끝나고 나서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최종 보고도 끝났고 임원 면접도 끝났기 때문에 동규와 나는 사내 카페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동규에게 최종 면접 때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나와는 다르게 동규는 최종 면접에서 인턴 과정에 대한 상세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보고서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발표준비 과정은 어땠는지 등 나와는 완전히 다른 면접 내용이었다. 동규의 말을 듣고나니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받은 질문이 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받았던 질문도 동규에게 말해주었는데, 동규도 질문이 조금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이미 면접은 끝났기 때문에 우리는 면접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서 부서 팀원들이 고생했다고 작은 송별 파티를 열어줬다. 송별 파티라고 해봐야 회의실을 하나 잡아서 다과를 먹는 것이었지만, 단순히 인사만 하고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정말 이 부서에 들어와서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6주 동안의 인턴 과정이 모두 끝났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니 지난 6주 동안 고생했던게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상당한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였지만, 그와 별개로 회사 전반에 대한 많은 것을 익힐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턴 과정 이후에 나는 다시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이어갔다. 4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방학이었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최종 면접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우겨넣고 있었다. 그리고 몇 주 후 기다리던 채용전환 최종 발표일이 되었다. 다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아침부터 인턴동기 단체대화방에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나는 굳이 대화방을 열어보지 않고 기대도 하지 않으려했지만 자꾸 생각과는 다르게 기대가 되었다.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음만큼은 간절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합격 발표는 한참 나오지 않다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발표되었는데,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잠깐 엎드려 자고 있어서 바로 확인을 하지 못했다. 30분이 더 지나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니 단체대화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999개 이상 쌓여있었는데, 마지막 메시지가 '도근이형 부럽네'였다. 순간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뭐가 부럽다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작은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합격 발표 메일을 열어보려는데, 클릭하기까지 또 한참이 걸렸다. 기대와 다르게 불합격이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클릭하기가 두려웠다.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합격 발표 메일을 클릭해서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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