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재학 중에 수십개의 공모전 발표를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긴장은 했지만 제스처나 목소리를 떨지 않고 최대한 티 안나게 발표를 진행했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발표는 무난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의응답도 생각보다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일단 현장에 직접 가서 문제점을 발굴했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접근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IT시스템에 대해서도 프로토타이핑은 조금 부족했지만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날카로운 질문은 없었고, 대부분 예상 범위 내에서 질문이 들어와서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온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내일 임원 면접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임원 면접은 무슨 질문이 나올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았기도 했다. 그냥 맑은 정신으로 최종 면접을 보자고 생각하고, 발표가 끝난 후에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집에가서 푹 잤다.
최종 임원면접 당일이 되자, 6주 동안의 인턴 여정이 마무리되는 것 같아서 뭔가 시원섭섭했다. 이제 마지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잡생각을 떨쳐내고 면접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점심을 먹고 거의 퇴근시간이 다돼서 임원 면접에 들어갔다. 임원 면접은 내가 먼저 진행하고 동규는 그 다음에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기대 반 걱정 반 하면서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 위원은 총 세명이었는데, 그 중 한분은 지금까지 우리의 인턴 과정을 멀리서 지켜본 담당 상무님이었다. 아무래도 본인 밑에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같이 들어온 것 같았다. 평소에도 스스럼 없이 우리를 대해주셨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최종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을 진행할 수록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턴 과정에 대해서 전반적인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질문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였다. 내가 최종 면접에서 받은 첫 번째 질문은 회사 밥이 맛있었냐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질문한 것인지 전혀 감이 안잡히지 않았지만, 회사 식당은 매우 맛있었기 때문에 그냥 맛있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두 번째 질문도 집에서 출퇴근하기 어떻냐고 물어봐서 교통은 편리하다고 대답했다. 세 번째 질문은 합격 이후에도 다른 회사에 지원할 예정이냐고 물어봐서, 합격한 이후에는 별도로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몇 번의 질문이 끝나고 마지막 질문은 황당하게도 사무실이 좀 덥지 않냐는 것이었다.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난 더위를 많이 타지 않아서 괜찮긴 하지만 조금 더운 감은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30분간의 최종 면접이 모두 끝났다.
면접장에서 나온 후에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면접 질문에 뭔가 중요한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던 느낌 때문이었다. 아예 나는 합격할 자격이 없어서 대충 질문을 한 것인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고, 왠지 첫 번째 괴물에게 완전히 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