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지

정진하세요

by 김승요

내가 원해서 시작했던 조직 생활의 처음에 대한 기록이다.


"글 잘 쓰네. 근데 다듬어서 다시 가져와라" 이 무슨 모순적인 말인가. 웃음. 학보사 시절, 내가 쓴 기고문을 본 팀장님의 피드백이었다. 짧고도 모호했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작성한 원고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투박한 문장이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글쓰기를 하며 퇴고를 자주 한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분명 마이너스 값이다. 그것 말고는 다시 봐도 글을 쓰는데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늘 경계하고 신경쓰니까. 그래서 어느 부분을 다시 써서 다듬어 오라고 하시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오래도록 생각한 끝에 있어보이는 게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뇌리에 콱 박혔다. 꾸밈이 없는 내 글에 형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수식어로 문장을 치장하는 것이 곧 교정의 정석이라 믿으며 맘에 들지 않는 원고를 작성했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대학생은 한문 좀 해야 된다는 팀장님 스타일이지. 라떼는 말이야.


글 쓰는 게 좋아 당찬 포부로 들어온 학보사였다. 아무것도 몰랐다 그때는. 그냥 글 쓰는 게 좋으면 학보사 들어가서 열심히 글만 쓰고 마감 기한 지키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발을 들이니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들을 만날 때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회식 자리는 또 어떻고. ‘글쓰기’가 아니라 ‘조직의 생리’를 먼저 마주해야 했다. 정형화된 형식 아래 딱딱함의 극치. 이런 거였어?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그때 내가 몰랐던 건 글쓰기가 단순히 글자를 적는 행위가 아니라 정립되지 않는 내 생각과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기록한다는 것의 책임감을 배우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팀장님의 훈수도 숨 막히던 회식 자리도 결국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 조직 생활의 한 수를 배우는 경험이었다는 깨달음. 비록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갖진 않았지만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니 그때보다 더 성공한 '기록하는 자'가 된 것이 아닐까.


팀장님. 라떼는 역시 바닐라 라떼 아니겠습니까.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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