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운명

네 잘못이 아니다

by 김승요

"아이고 참 기구하다."


오랜만에 식구들끼리 모여 앉은 자리였다. 티비에 나오는 광고에서 어려운 형편을 가진 아주 어린 아이의 사연이 방영되고 있었다. 기구함. 그 후로는 아이의 팔자를 두고 말들이 오고 갔다. 타고난 팔자가 좋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찾아야 할까? 그 이유를 굳이.


그래서 팔자 공부를 좀 했다. 대체 팔자가 좋지 못하다는 말이 뭐지? 초록창에 검색을 좀 해보니 명리학이라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주'에 대한 설명이 가득했다. 아마 그 여덟자는 바뀌지 않는다지? 아이는 부모의 운으로 사는 것이다. 아직 '선택의 운'이 적용될 시점이 아니다. 그러기에 너무 어리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굳이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세상이 지독하게도 불공평한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아무 죄가 없는 아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그 부조리함을 '팔자'에 가두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순간 관찰자의 책임은 소거되고 비극은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니까.


결국 아이를 온전히 품어주지 못한 세상과 부모의 한계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이 덧씌운 기구한 팔자라는 말에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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