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일기 11

90일이 됐다!

by 엘리홀리

러닝을 시작한 지 90일이 됐다!

오늘은 7.1km를 달렸다.


2km도 헐떡 거리며 달리던 게 6월 14일이었는데, 이제 6km 정도는 아주 쉽게 달릴 수 있다.


처음에는 거리가 늘어나고, 페이스가 올라가는 것이 재밌었고

다음으로는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거리도 속도도 체중도 아니다.


시점( 視點)의 변화다.


아이들에게 쏠려 있던 시점이 변해, 나에게로 돌아왔고,

나의 억울함에 매몰돼 있던 시점이 변해, 상대방의 배려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내가 지금 못 하는 것에만 고정됐던 시점이 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말장난처럼, 고작 시점 하나가 변했을 뿐인데 삶이 달라진 기분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다. 그래, 처음에는 살기 위한 애씀의 일환이었던 것도 맞다.

그런데 이런 시점의 변화가 이제는 행동을 변하게 했다.


자고 싶을 만큼 자고 8시에도 일어났던 내가, 이젠 단 2시간을 자는 날이어도 5시에는 뛰러 나간다.

하루에 고작 두어 시간 작업할 수 있다고 불평하며 오히려 일은 뒤로만 미루던 내가, 이제는 그 시간이라도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며 기꺼운 마음으로 원고를 보고 있다.

그렇게 다행인 일만 있으니, 아이들에게 짜증이 줄었고, 혼자 콧노래도 부른다.

하루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가득하니, 억울함이 사라지고 내가 가진 것들이 너무나 많았음을 깨달으면서 매 순간 대치 관계였던 남편이 매 순간 보고 싶어졌다. 왜 그 길고 귀한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며 살았던 건지 화가 날 정도다.


90일 동안,

무릎 나갈 걱정, 자외선에 깊어질 주름 걱정,

이런 것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득이 있었다. 역시 답은 밖에 있지 않았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내 안에서 나오는 것.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마르코 7,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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