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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01. 2022

103주년 삼일절을 뜨겁게 기념한다

전쟁 멈춘 내 나라에서 유유자적하며 노후를 맞을 수 있는 것도 내겐 행운


2022년 3월 1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로 시야가 흐릿하다.

103주년 삼일절 아침에 바라보는 세상살이도 오리무중이다.

일주일 남긴 대통령 선거전 판세도, 멀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도 아직은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짙은 안개가 십(十) 리(里)의 절반(折半)이나 끼어 있는 형국이지만,

온 세상을 향해 '대한민국 만세!'쯤은 얼마든지 소리칠 수 있으니, 안갯속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우리나라다.

3월 첫날 아침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이 비도 오후엔 걷힌다니, 안개도 어느 정도 사라지겠지.

1919년 3월 1일, 그 새벽엔 걷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십리무중 속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희망의 끈을 부여잡았던 분들의 절절함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오리무중에서도 내일을 기대하는 이유가 그 절절함 속에 담겨있다.


『주주와 레드루의 먼 나라 여행을 출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브런치 매거진에 이미 올린 글이지만, 다운로드하고 나니 550여 쪽에 이른다.

쪽수를 줄이려다 보니 편집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줄이고 또 줄였지만, 아직도 464쪽에 이른다.

사진도 매거진 보다 많이 줄였지만, 여행지에서의 생생한 사진을 많이 담고 싶은 욕심은 팍 줄어들지 않는다.

재 편집을 했으니, 교정도 서너 번씩 보게 된다.


지난번 『사진과 글로 돌리는 영사기 첫 출간도 288쪽에 이르다 보니, 날개 없이 만들었는데도 도서 정가가 2만 원을 넘었다.

절친 HS도 "네 책은 왜 이렇게 비싸니?"라고 묻더라.

그러면서도 6권이나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전해 주었다고.

이런 경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내 속내가 좀 복잡해진다.

만나서 맛있는 밥이라 함께 먹고 싶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코로나19 오미크론도 겁난다.

결국 'S세계 몰'에서 내 취향대로 '알베로 빈티지 철제 인테리어 벽장식'을 골라 보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지난주에 마무리하려던 출간 계획도 틀어져 버렸다.

오늘까진 꼭 매듭을 짓고 내일은 '책 만들기'에 들어가려 하고 있지만...

최근엔 몸이 마음을 따라와 주지 않는다.

60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몸이 마음의 반도 따라오지 못한다.

지금, 저세상에 계시는 내 어머니는 50대 중반부터 여기저기 아프다 하셨다.

항상 안타깝긴 했지만 그 당시 엄마의 통증과 고통을 그대로 모두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이제야 내가 여기저기 불편하고, 특히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다 보니 그분의 통증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고통은 속속들이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깊이 깨닫고 있다.


열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게 남아있질 않다는 어두운 생각까지 자주 들고난다.

우리 부부는 6.25 전쟁이 끝난 후 태어난 전후 세대지만,

이 지구상에서 전쟁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친 건 청소년 시절을 겪은 후였던 것 같다.

70년대 중고교 시절을 보낸 나는 월남전 파병 맹호부대 국군 아저씨들을 열렬하게 환송하곤 했다.

수업까지 빼먹고 동원되었지만, 커다란 행길에서 태극기를 미치도록 흔들에 대곤 했다.



지난주 토요일엔 아픈 허리를 곧추세우며, 수리산 자락에 있는 현충탑까지 올라갔다.

묵과 함께 천천히 올라갔다 왔다.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숨진 분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 세운 탑이니 그 높이가 하늘 끝까지 닿는다 해도 부족할 것만 같다.

현충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우리나라 도시마다 현충탑이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나도 학창 시절 미술시간 스케치하러 현충탑을 찾곤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사생대회도 현충탑에서 많이 진행했다.  



지지난 주 일요일엔 꾸미네 새 보금자리를 찾아 '가족 모두 많이 건강하고, 마니 마니 부자 돼라'라고 덕담까지 날려주고 왔다. 세젤예 손녀 꾸미를 보고 오면 없던 힘이 솟곤 하니, 책 만들기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

목요일쯤 꾸미네 집에 다녀오고 싶다.

묵도 함께 다녀올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은근 기대 중이다.


103주년 삼일절을 뜨겁게 기념하고 싶다.

자주독립을 지켜낸 분들 후손으로 태어나 이 정도 편히 살다 갈 수 있으니, 이도 축복이다.

전쟁이 멈춘 내 나라에서 유유자적하며 노후를 맞을 수 있는 것도 내겐 행복이다.

흐르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의 역사가 새삼 눈물겹도록 고마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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