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글은 짧고 간결하다.
문장은 대부분 동사를 하나만 갖는다.
그의 글은 단문의 정석이다.
둘 이상 절이 접속되지 않고, 그 안에 내포문을 갖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글쓰기다.
김훈은 라면을 끓여 먹는다.
혼자 김밥, 짜장면, 칼국수, 육개장, 짬뽕, 가락국수를 먹기도 한다.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즐겨 탄다.
아직 익숙지 못한 스케이트보드도 탄다.
두 발로, 여러 가지 바퀴로 땅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평평한 일상을 우리처럼 살고 있으니, 동료의식이 절로 생긴다.
먹고사는 일은 녹녹하지 않으니, 때론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습까지 우리와 똑같다.
그런 그의 글에서 친근감이 묻어난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 진다......
라면은 규격화되어서 대량소비되는 음식이다. 라면의 인속에는 수많은 남들이 나와 똑같이 이 미끈거리는 밀가루 가락을 빨아들이고 있으리라는 익명성의 안도감도 작용하고 있을 성싶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 (P 17)
1부 밥
라면을 끓이며 / 광야를 달리는 말 / 바다 / 밥 1 / 밥 2 / 남태평양 / 갯벌 / 국경 / 공 / 목수 / 줄 / 목숨 1 / 목숨 2
2부 돈
세월호 / 돈 1 / 돈 2 외 / 서민 / 불자동차 등
3부 몸
바다의 기별 / 여자 1 / 여자 2 / 여자 3 외 / 손 / 발 등
4부 길
길 / 바퀴 / 고향 1 / 고향 2 외 / 쇠 / 가마 /... / 잎 /... / 바람 등
'다시 맞는 봄에 새잎이 돋는다. 봄에는, 몇 번의 봄이 더 남아 있을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봄에는 찰나의 덧없음에 미혹되는 한 미물로서 살아간다. 봄에는, 봄을 바라보는 일 이외에는 다른 짓을 할 시간이 없다. 지나가는 것들의 찬란함 앞에서 두 손은 늘 비어 있다. 나는 봄마다 속수무책으로 멍하니 바빴고, 올봄에는 역시 그러하다. 혼자서 늙어가는 내 초로의 봄날에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 물가를 달릴 적에, 새잎 돋는 산들이 물에 비치어 자전거는 하늘의 길을 달렸다. 아, 이 견디기 어려운 세상 속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구나! 이 별 볼 일 없는 생애는 어찌 그리도 고단했던가. 땅 위의 길과 하늘의 길이 결국은 닿아 있었구나...... ' (P 361)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늘 새롭다.
예전에 하지 않고 살던 걱정거리인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 먼지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만 빼놓는다면, 봄은 늘 희망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다음 주에 공기 질이 좋아진다는 예보만 믿고 잠시 안심하기엔 환경이 녹녹지 않다.
봄비도 진작 그쳤으니 꽃 소식이 다시 이어지겠지.
바람과 비 사이로 내 마음도 비집고 들어갔다.
봄비가 창가에 부딪혀 작은 울림을 전했고,
희망을 전하는 새봄의 울림이 아주 가까이서 느껴졌다.
깊고 긴 잠에서 깨어나니, 오늘 아침엔 미세먼지가 쓱 물러갔다.
보드랍고 상큼한 봄 내음이 세상 가득하고, 대지 위로 간간히 부드러운 꽃비가 내린다.
오후엔 나뭇잎 사이로 들고나던 따뜻한 바람도 잠시 주춤거렸다.
5부 글
칠장사_ 임꺽정 / 연어_ 고형렬 /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작가의 말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핸드폰은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죽는다. - - -
핸드폰이 꼬르륵 죽어버리면, 나는 문득 이제 그만 살고 싶어 진다.
내가 이 세상과 단절되는 소리가 이처럼 사소하다니. 꼬르륵...'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밥 1, 밥 2중에서
내 손가락 움직이며 먹는 밥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먹으면, 더 따스하고, 더 맛있다.
여러 명의 누군가와 만나면, 내가 선택한 점심 메뉴도 아니어도 더 찰지게 맛있는 게 밥맛이다.
사회활동을 접고 나니, 주중엔 삼시세끼 혼자 밥 먹는 늙다리가 됐다. 가끔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밥벌이를 위해 출장 간 남편 생각일랑 딱 접어두고 습관처럼 혼자 먹는 점심식사도 오롯이 맛있게 먹는다. 잘 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묵'의 노고에 대한 최상의 보답이다.
최근엔 우쿨렐레 연주가 어우러진 음악을 들으며 혼밥을 즐긴다.
박강수의 '나는 베짱이다'와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는 평생학습관 우쿨반 선배들이 연주하는 곡이니 자연스레 귀에 익게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zMu_Qm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