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트리하우스에 도착하니, 하늘엔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고, LED 가로등에선 투명한 흰빛이 퍼져 지리산 자락을 밝힌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앞에 서서 내려다 본 트리하우스 숙소 쪽 풍경
먼저, 백두대간 '트리하우스' 숙소인 '고남산 1호'로 가서 여장을 푼다. 따뜻한 방으로 들어서자, 별안간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그대로 눕고 싶은 충동을 애써 밀어내고, 흐트러지던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곧 지리산 음악회가 열리니, 서둘러 겉옷을 더 껴입고 밖으로 나선다.
트리하우스 생태교육장 앞 공연장으로 벌써 어둠이 가득 내렸다.
오후 7시 30분, '박석주' 기타리스트의 연주회가 시작된다.
박석주는 남원이 배출한 유명 기타리스트다.
그를 처음 만난 나로서는, 이곳이 지리산 언덕이어서 더 행복하다.
박석주 기타리스트가 튜닝 시 김광석의 노래로 기타의 선율을 조절하기에, 박수도 치면서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들을 연주하는 것으로 혼자 상상했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특별했다. 놋그릇과 긴 쇠젓가락도 악기로 등장한다.
그는 지리산 자락의 빛과 바람, 물과 새들의 합창까지 연주에 담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서양 악기인 기타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소리가 전해진다.
그의 연주 속엔 지리산과 남원의 정서가 담겨있다.
지리산의 숨소리, 심지어 나무와 들풀의 향기까지 배어 나온다.
그의 연주는 지리산 하늘 아래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별빛에까지 닿는다.
그는 우리의 소리를 담아낸다.
그래서 처음엔 이질적이면서도 힘들게 느껴지던 기타 소리에서, 점점 더 우리 소리와 지리산이 품고 있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작은 연주회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연주 모습에서 그런 감성이 그대로 읽힌다.
박석주의 연주 속에는 우리 정서의 흥과 한이 흐른다.
특히, 매 공연 당일에만 들을 수 있는 순도 100%의 '즉흥 시나위'까지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작은 음악회가 끝나고,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에서 함께 한 화기애애한 시간
사진 오른쪽으로 박석주 기타리스트와 남원시 일자리 경제과 안순엽 과장의 모습도 보인다.
밤늦도록 안순엽 과장은 귀농 귀촌하려는 50 플러스 세대의 맞춤 일자리에 관한 남원시 정책과 일자리 종류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 귀농 귀촌하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 등에 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안 과장과의 '책 사람' 인터뷰는 다른 조에서 작성한다니, 나는 한 발 물러서 있기로 했다.
특히, 안순엽 과장은 우리 일행에게 줄 작은 선물이라며, 전문 서예가 수준의 솜씨가 담긴 멋진 액자까지 미리 준비해 왔다.
우리 집 잘 보이는 곳에 모셔둔 액자'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하루 동안에 이렇게 여러 점의 작품을 쓱 만들어 냈다니 그 정성이 놀랍기도 하다.
남원 인심이 이렇더라.
어딜 가나 누굴 만나거나 대부분 마음이 편했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자꾸 늘어난다.
이날은 백두대간 트리하우스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지리산 자락을 나 홀로 산책했다.
지리산을 울리던 온갖 새소리로 지친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되던 순간을 지금도 잊질 못한다.
귓가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은 창밖을 내다보다가 벌떡 일어나 지리산으로 향한다.
왼쪽이 우리 숙소어젯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지나쳐 뒷산으로 오른다.
https://brunch.co.kr/@6fe5671e95844e0/179
반달가슴곰과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평화로운 이른 아침이다.
온갖 새소리에 취한 상태로 무척 행복한 상태였지만, '새끼 반달가슴곰'의 존재를 상기하게 되자 살짝 두려움이 밀려든다.
숲 속 길로 더 깊이 들어서려던 마음을 쓱 바꾼다.
방향을 바꿔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걷는다.
오히려 나지막한 장소에 백두대간 트리하우스 전망대가 있다.
조금씩 밝아오는 먼 산의 아침 풍경 - 멀리 보이는 굽이굽이 산봉우리들사진 뒤로 펼쳐진 지리산 봉우리로 온 마음이 달려가 멈춘다.
날씨는 청명하지만 먼 산엔 아침 안개가 가득히 내려있다.
폰 카메라 사진 속에는 희미한 실루엣만 드러나는 먼 산 풍경이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 우뚝 서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감동이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동안에도 해는 바삐 아침을 준비한다.
동쪽 하늘이 점점 붉어지면서 세상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과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온갖 생명체들은 오늘도 생로병사의 윤회를 거듭하며 살아간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전망대로 오르던 일행 중 한 사람을 만났다.
"좋은 아침!" 인사를 나누고 내려온다.
오늘 아침엔 운봉읍으로 내려가 '풍경인'에서 맛있는 콩나물국밥을 먹고 돌아와 숙소 체크아웃을 할 예정이다. 이어, 지리산 숲 힐링 체험을 하고 토요일 일정을 마친다. 점심시간부터는 자유시간을 누리게 된다. 지난 2박 3일간도 충분히 자유로웠지만,
서울시 도심권 50 플러스센터와 패스파인더가 기획한 공식 6박 7일간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찾아다니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남원 지리산 느끼기 힐링 체험과 자유일정은 다음 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