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기획특별전 러브홀릭 Love Holic - 김주영, 송율, 이주
수지면 물머리로, 남수지 초등학교가 폐교된 자리에 수지 미술관이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남원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술품 전시와 자료보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곳이다.
크지 않은 전시실은 나름 훌륭한 리모델링을 거쳤으나 아직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5월 평일(수요일)이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 외 미술관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옛 운동장 자리에 조성된 뒤뜰과 정원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둘러보는 사람들이 없으니 한적하고 적막할 뿐이다.
우리처럼 몽심재를 들렸다가 찾으면 딱 좋은 거리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남원시와는 꽤 먼 거리에 있다.
몽심재에서도 우리 외 관람객이 없었으니 이곳도 찾는 이가 없다.
많이 아쉽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과 협업으로 전시회를 연계하면서 인지도를 좀 더 널리 알리는 것은 어떨지?
남원시 수지면에서도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남원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곳에서나 지리산 품에 안겨있다는 편안한 느낌이 절로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수지 미술관에서는 '러브홀릭'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랑에 푹 빠져 볼까?'
직원 한 분이 우리를 반겨주고, 입장료 각 3,000원 /1인을 받는다.
미술관으로 함께 들어와 믹스커피도 한 잔씩 권하고, 전시실을 안내해 주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살짝 찍었다. 어쩌다 찾아온 우리에게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평일에도 찾는 이들이 제법 있었고, 볼 것 누릴 것이 많았지만 입장료도 무료였다. 수지 미술관은 특별히 볼 것 누릴 것이 아직은 많지 않은 곳이다. 입장료는 특별전 작가들과 수지 미술관의 발전을 위한 작은 기부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발전하길 바랐다.
무엇이 넘쳐흐르는가!
꿈, 사랑, 고통, 다툼...
핑크와 바이올렛 빛으로 물든 공간 설치 작품을 바라본다.
이 작은 공간으로 별빛이 가득 내렸으면 좋겠다.
'러브홀릭' 주제로 쉽게 빠져들지 못한 채 가변설치 2개의 작품을 돌아보며, 작가의 생각을 담고 싶었다.
아기자기한 휴식공간이다.
직원이 손수 타 준 정성이 담긴 믹스 커피로 나그네의 피로를 잠시 잊는다.
관람객이 우리뿐이니 이런 융숭한 대우를 받겠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 지역사회 복합 문화공간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걷는다로 시작해서 걷는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가득 찬 공간.
얕은 물속을 걷는 발이 편해 보인다. 계속 걸어도 쉬이 지칠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느껴진다
사랑에 빠졌는 줄 알았는데, 물에 빠졌나 보다!
작가노트를 읽어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았지만,
'러브홀릭'이란 주제를 조금은 강제로 갖다 주입하며 돌아봤다.
허기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가 '러브홀릭'일지도 모르겠지만...
좁은 골목길 계단을 계속 걸어 내려오는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내려오며 걷는다.
찰랑이던 물속을 걷던 맨발보다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풀린 한쪽 운동화 끈이 어딘가 걸리거나 밟히지 않길...
내리막길이어도 이런 길은 즐기며 걷긴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자기의 길을 걷는다.
'우리의 안녕을 위하여' 작가가 표현한 작품들은 자연 친화적이다.
정적인 산, 나무, 꽃과 한국적인 움직임을 담은 골판지 조각까지 한 바퀴 돌며 감상을 마치고 나면, 작은 우주를 거닐다 나온 느낌이다.
여기 작은 공간에서 삶과 죽음까지 함께 들여다보려 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긴 복도를 따라 돌아 나온다.
우리를 배웅해 주는 친절한 직원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수지 미술관 뒤뜰로 나선다.
미술관 뒤뜰로 5월 햇볕이 따갑게 내린다.
그 따가운 볕을 그대로 맞으며, 즐기는 여유로움이 좋다.
수지 미술관을 통째로 소유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많은 이들과 이런 풍족함을 함께 나누어야 마땅한 곳이다.
지역사회 발전과도 맥을 함께 할 텐데.
좀 외진 곳에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 이 여유로움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국립 미술관처럼 수지 미술관도 전시회 사진이나 글에 우 클릭이 안된다.
그러나 김병종 미술관은 ctrt+c -> ctrt+v로 모든 사진과 글을 자유롭게 퍼 나르며 일반인들도 홍보하기가 수월하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정말 열린 공간이며,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그대로 엿보였다. 심지어 동네 어르신들이 산책하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수지 미술관도 김병종 미술관을 롤 모델로 삼으면 더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다음에 다시 들릴 땐,
더 널리 알려진 미술관으로 우뚝 서길 바라면서 교룡산성으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