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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자연휴양림-지리산 권역, 천황산 자락

시끄럽고 분주한 칠면조, 바지런한 토종닭, 여유롭고 느긋한 조랑말 가족

by Someday


지난 5월 하순 남원 자연휴양림 방문 당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입구 한쪽은 공사 중이었고, 펜션은 아직 개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5월에도 펜션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데, 이곳은 아직 호젓한 숲으로 조용히 남아있다.

훌륭한 많은 시설들만 덩그러니 숲을 지키고 있는 상태이니, 꽤 아쉬웠다.

너무 조용하면 왈짜 지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생각나고,

북적거리는 곳에 속하게 되면, 금세 수선스럽지 않은 나직나직한 장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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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자연휴양림 입구 / 입구로 들어서서 바라본 천황산 풍경

휴양림 초입, 작은 동물 농장이 있다.

울타리 안으로는 토종닭 여러 마리, 칠면조와 어린 말(조랑말) 각 한 마리가 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칠면조는 시끄럽고 분주하게, 닭들은 바지런하게, 조랑말은 여유롭거나 느긋한 모습으로 보인다. 서로 대비를 이루고 있어 잠시 흥미롭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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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 토종닭들, 조랑말까지 한 가족으로 사네!

칠면조는 계속 시끄러울 정도로 목청을 돋우고, 착한 토종닭들은 적당한 화음을 넣어준다.

작은 말은 스스로에게 열중하며, 침묵을 지킨다.

불협화음도 어색한 동거도 조금 방향을 틀어서 다시 보면, 그냥 잘 어울리는 좀 특별한 가족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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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하순, 오전 햇볕도 따갑고 덥던 날

휴양림 입구에 봉고차 한 대가 떡 가로막듯 주차되어 있다.

내려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매점 안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온다.

차를 좀 빼 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분은 까칠한 목소리로 '남원 자연휴양림 입장 불가'라며, 딱 막아선다.

그동안 코로나 확산으로 한동안 폐장했으리라 보이고, 아직 개장 전인 듯하다.

막아서는 사정도 있겠지만, 일부로 찾아온 우리로서는 그냥 돌아가기도 아쉬웠다.

그냥 숲길 한번 쓱 돌아보고 내려오겠다는데...

그래서 관리인에게 이곳 휴양림에 관심이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보고 돌아가야 개장 후라도 휴양림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 생각을 정중하게 전했다.

그는 잠시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입구에 세워진 봉고차를 빼준다.

이분 태도를 보고, '묵'도 못마땅한 표정을 살짝 지었지만, 나는 곧바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 다니는 나들이 길인데, 우리가 이런 상황쯤으로 기분 상할 필욘 없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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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엔 가뭄이 심했던 터라, 흐르던 계곡물도 중간중간 거의 말라 있는 상태였다.

휴양림을 한 바퀴 드라이브하며 사진도 찍고 상쾌한 공기 듬뿍 심호흡하고 돌아 나왔다.

펜션 시설도 꽤 쓸만해 보였고, 규모도 상당했다.

올여름휴가철엔 개장하려나?


이번 여름, 이곳을 찾으려는 분들은 남원 자연 휴양림에 문의 후 방문하시길 권함!

남원시 갈치동 325 / 063-633-5333


1995년에 개장하였으며 휴양림 면적 32만 4000㎡, 1일 최대 수용인원은 240명이다.

남원시에서 운영하는 줄 알고 찾아갔는데,

다녀와서 다시 자료를 찾아보니 남원 시청 산림경영과에서 관리하다가, 현재는 개인이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해서 살짝 놀랬다.

이 정도 규모라면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펜션들이 보인다.

휴양림에는 캠프파이어장, 숲 속의 집, 야영장, 눈썰매장, 물놀이터, 연못,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와 등산로, 운동시설이 갖춰진 공원, 연회장 등의 시설물과 채소, 식물농장 등 자연학습장도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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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자연휴양림은 지리산 권역, 천황산 자락에 있어 그 아름다움에서 더 깊은 운치가 느껴진다. 청량한 공기야 더 이상 말해 뭣하랴!

천연림 소나무 구역과 인공 조림한 수령 20~30년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어울려 숲이 조화롭다.

휴양림 남북으로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양운령이 이어지고, 4km에 이르는 널따란 산책길이 언덕을 따라 이어진다.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어 다람쥐, 청설모, 족제비 등도 만날 수 있다.

가까이 송이버섯 군락지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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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에 달하는 키큰 모과나무 / 좀더 멀리서 찍은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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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휴양림에서 한여름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무척 낭만적이고 멋진 휴가가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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