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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재, 여원정 휴게소와 고려 시대 '여원치 마애불'

수풀 속 바위 위로 드러나는 희미한 조각상과 옛글도 존재를 드러낸다.

by Someday


정령치에서 출발,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여윈 재까지 약 20~30분이면 닿는다.

여원정은 24번 국도인 황산로 여원재 산마루 길에 가까이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좋다.

우리는 고기 댐과 고촌마을에서 잠시 내려 근처를 둘러보기도 했고, 운봉읍에서 흑돼지구이를 맛있게 먹기도 하며 쉬엄쉬엄 다닌다.

운봉읍에서 달려오다 보면 여원치 마애불이 왼쪽 차선으로 먼저 나타난다.

계속 달려가면 우리 숙소가 있는 산내면으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는 오른쪽 차선을 달리다 보니, 여원재를 지나쳐 쭉 달려가서 턴 한 후, 왼쪽 차선으로 진입한다.

지나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 여원정으로 들어선다.


전북 남원시 이백면 양가리 산 54-2

여원정은 34년 전에 지어진 도로변 휴게소일 뿐 역사적인 유적지는 아니다.

여원정은 남원시 관광자료에도 나와있질 않다.

여원정만 일부로 찾을 만한 가치는 없지만, 여원치 마애불을 방문하면서 함께 들려 가면 좋다.

인적이 드물어 낙조까지 감상하고 갈 생각은 별로 들질 않는다.



여원정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곱다 하나,

멀리 지리산 능선을 바라다보니, 한낮의 풍경도 아름답다.

잠시 들려 이렇게 감상하고 가면 딱 좋다.



여원재도 지리산 자락이다 보니, 근처 소나무 군락도 멋있다.

가까이 봐도 멀리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다.




샛길 입구가 24번 국도인 황산로이다.

바로 국도 옆이지만 황산로를 지나치는 자동차의 양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하다.

당시 이곳을 방문한 사람도 우리 밖엔 없었고.

여원정을 나서서 여원재 도로를 좀 더 달리면, 멀지 않은 곳에 '여원치 마애불' 표지판을 만난다.



여원치 마애불상은 황산로 표지판에서 호젓한 숲길을 따라 200m쯤 걸어 내려가면 있다.

이곳도 황산로 옆에 가까이 붙어있긴 하다.

우리는 자동차를 여원치 입구에 세워두고 걸어간다.

초입엔 시멘트 포장이 다 되어있는 듯보였지만, 중간엔 도로가 파헤쳐져 있고 푹 꺼져 있더라. 걸어 들어가길 잘했다. 아마도 이제는 제대로 보수가 되어 있겠지.


이곳도 입구엔 특별한 자료나 설명이 따로 보이진 않는다.

여원치 마애불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주차장이 따로 조성되어 있진 않았지만, 마애불상 앞으로 어느 정도 평지가 펼쳐져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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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치 마애불상으로 내려가는 길 / 여원치 숲


여원치 마애불상 바로 뒤로 2차선 국도 황산로가 지난다.


고려 시대 불상인데, 형상이 마모되어 그 표정을 실감 나게 마주할 수는 없어 아쉽다.



정령치 '개령암지 마애불상군'도 고려 시대 불상들이었는데, 이곳 마애불상도 고려 시대 것이다.

속절없이 세월은 흐르고, 귀한 문화재가 이렇게 저절로 훼손되는 것을 방치해 두는 것은 아닌지...

개령암지도 여원치도 문화재 보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허긴 이곳 여원치 마애불상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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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치 마애불상에서 돌아 나오는 길

여원치 마애불상에서 입구를 향해 걷는다.

몇 분 전, 입구로 들어서면서 눈여겨보아 두었던 바위 유적지(?) 쪽으로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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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치 입구 바위돌엔 '여원치' 쓰여있는 듯하지만, 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 맞은편 바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물론 유적지라는 표시도 설명 안내도 없는 바위다.

수풀 속에 방치되고 있는 바위 위로 드러나는 옛 글과 희미한 조각상은 분명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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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 수 없는 세월의 흔적에 담긴 내용이 어찌나 궁금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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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까치발)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곤 여기가 '여원치 마애불' 입구라는 것과 애기똥풀 노란 꽃뿐인가!

이 바위 흔적에 대한 호기심이 쉽게 가시지 않아, 남원시에 전화 연락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이렇게 쉽게 발견된 역사의 흔적이라면, 지자체에서도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참고 자동차에 오른다.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어서 숙소로 그냥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아직 어둠이 깃들기엔 꽤 긴 시간이 남아있다.

우리는 판소리 명창인 '송흥록 생가'로 향한다.

송흥록 생가는 비전마을에 있다.

비전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2코스(운봉 - 인월)에 속하며, 근처엔 황산대첩비지도 있으니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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