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Oct 09. 2022

한국인이라는 것이 더 자랑스러운 건 '한글'이 있어서

서로 벽에 대고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로 쓰인 한글은 아파 신음한다.


말과 글엔 한 사람의 영혼이 담겨있다.

한 국가에 깃든 철학은 하나의 글과 언어를 통해서 공유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경을 넘나들던 한글의 우수성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손녀 꾸미도 '엄마' '아빠' '까가'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누구나 쉽게 읽고 쓰기 쉬운 우수한 우리 한글은 꾸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는 소리문자다.

마음을 잇는다.

생각을 함께 나눈다.

부족한 글도 공유되고 빛을 내기 시작한다.

지구상 가장 우수한 '한글'이 우리 글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세종대왕 동상 뒤쪽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매년 한글날이면, 국토 허리에 높게 둘러쳐진 벽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남북의 각기 다른 철학과 이질적 이념의 벽을 한탄스럽게 바라본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한 민족이니 머지않아 이념의 벽쯤은 무너져 내릴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53년 6.25 전쟁 휴전 협정이 된지도 70년이 되어가지만 우리는 서로의 말과 글에서 이질감만 더 느끼고 있다.

서로 벽에 대고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로 쓰인 한글은 스스로 아파 신음한다.

한글의 과학성도 우리 영혼이 담긴 하나의 언어로도 넘지 못한 것이 이념적 성향이라니 우리는 각자 모두 괴롭다.

어디 38선 분단의 벽뿐이겠나.

우리끼리도 보수 진보의 벽, 빈부의 벽, 지역의 격차, 가방 끈의 길이로 묶인 벽 등으로 한글조차 옹고집스러운 끼리끼리의 글로 재단해 버린다.


10월 9일, 오늘은 576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는 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왠지 음울하게 느껴지는 회색빛 세상이 현재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와 파란 별 지구의 어두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다들 정신 차리라!'라고 언짢게 꾸짖는 것만 같다.

꾸지람을 다시 새겨들으면서 어딘가로 치우치지 않는 말과 글에 맑은 영혼을 담고, 바르게 살아야겠다.


광화문 광장에 서면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

동상을 잠시 우러러보면, 굴곡진 역사를 이어가는 소시민이지만 이분들 후손이라는 자긍심이 절로 솟는다.

최근 어지러운 국내외 정세를 뉴스로 접하다 보면, 지금 이런 성왕과 성웅을 뒤숭숭한 현실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종내 아쉽다.


세종대왕 동상 전면 공간에는 혼천의(渾天儀, 천체의 운행과 위치 측정, 천문시계의 구실을 했던 기구), 측우기(測雨器, 조선 세종 이후부터 말기까지 강우량 측정에 쓰인 기구), 앙부일구(仰釜日晷, 17~18세기에 제작된 해 시계)를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측우기  / 혼전의 /해 시계, 앙부일구
세종대왕 업적이 조각된 6개 열주

동상 후면, 기둥 형태의 6개 열 주에는 집현전 학사도, 주자소도, 6진 개척도, 대마도 정벌도, 지음도, 서운 관도를 부조 형식으로 조각, 세종대왕 업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장 가장자리에 흐르는 물길에는 조선시대 연표가 새겨져 있다.


광화문 광장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세종이야기' 전시관 입구와 맞닿는다.

3200㎡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지난 2009년 한글날 세종대왕 동상 제막과 함께 개관했다.

세종대왕 동상 아래 위치한 지하 공간을 이용해 복합 연출 공간인 '세종이야기'를 조성한 곳이다.

세종의 업적은 한글 창제를 첫손가락으로 꼽지만,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이야말로 국왕으로서 커다란 덕이다. 세종의 민본사상은 시공간을 초월한 철학이자 영혼이다.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한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 이름은 '이도(李裪)' 자는 '원정(元正)'이다.

이곳 '세종이야기'에는 세종 출생부터 가족 관계, 취미와 품성 등 연대기를 살펴볼 수 있고, 한글 창제 과정, 해 시계인 앙부일구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 지도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한글 창제, 과학발전, 민본사상 등을 살펴보면, 위대한 세종대왕 진면모를 느끼게 된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과학, 음악, 기술발전 및 영토 확장에 큰 공을 세운 위대한 임금이다. 세종이 이루어낸 찬란한 과학 분야의 업적 중 혼천의, 측우기, 앙부일구, 천상열차분야 지도 등이 특히 대표적이다.

세종은 공부와 독서뿐 아니라, 절대 음감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편경 소리를 듣고, 틀린 음을 한 번에 알아 찾아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백성을 사랑한 세종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편경 / 세종의 업적 기록물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믿음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위 말씀은 임금의 덕목을 한마디로 보여준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임금을 원한다. 

인간 세종의 매력에 너무 빠져들다 보면 전시관은 마냥 넓고, 체력은 방전되어갈 수도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쑥쑥 솟아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4대가 모여 기뻤지만 가슴 한편 진한 허전함은 뭐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