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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05. 2022

아들딸들 떠나보낸 이태원 참사로 문화강국 긍지도 사라져

“제발 도와달라”던 경찰관의 절규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는 매일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열심히 산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쯤 견뎌내는 데도 모두 이골이 났다.  

팍팍한 경제, 얄팍한 지갑도 가볍게 생각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거운 일상에서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산다.

스스로 애국자라고 소리 내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존중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며 살고 있다는 긍지가 있다.

우리는 부지런히 일하지만 놀 때는 화끈하게 즐긴다.

특히,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우리 아들딸들은 각기 개성적이고 모두 글로벌하다.

이런 우리가 모여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들어 왔다.

최근엔 백범 김구 선생이 소원하셨던 '문화강국'이 되었다고 믿었는데,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이 믿음이 깨졌다.

이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장애까지 겪고 있다.

간접경험으로도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공포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면, 가족을 잃은 분들은 어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계실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숨을 쉬고 있으니 '살아있다'라고 하려나, 그 깊은 고통의 늪에서 어찌 버티고들 계실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0312125005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타기는 상상하기도 싫다.

경의 중앙선 왕십리청량리 구간도 출퇴근 시간 붐비는 구간 중 하나다.

나는 은퇴자이니 굳이 붐비는 시간 지하철을 이용하진 않지만, 가끔 외출했다가 지옥철에서 숨이 차오는 답답함을 느낀 적은 여러 번 있다.

약골이다 보니 중간에 내렸다 탄 적도 있고.

아들딸 출퇴근 시간 지옥철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숨 막힐 듯한 갑갑함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사람들이야 붐비든 말든 열차는 제 할 일 하며 오간다.

지난 5월에도 서울 종로3가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1호선을 탔다가, 탁 숨 막히는 경험을 했다.

꾸역꾸역 미어터지는 열차 안에서 나는 요행히 빈 어르신 노약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중간지점 어디에선가, '2번 칸 가운데 문이 닫히질 않아 출발하지 못합니다!'라는 역무원의 긴장한 목소리가 3번씩이나 들렸다.

지옥철에서 내리기 전까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세상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나쁜 상상'이 계속 들고났다.


10월 29일 밤, 지옥철 아닌 이태원에서 '나쁜 상상'이 현실이 됐다.

처음엔 믿기질 않았고,

다음 날, 사상자가 세 자리 숫자를 가리키는 아침 기사를 보고는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그날 “제발 도와달라”던 경찰관의 절규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3244_35744.html


어제(4일) BBC News 코리아에서

'소명을 다하지 못해 면목 없고 죄송할 뿐'이라는 이태원 현장서 고군분투했던 김백겸 경사의 인터뷰 동영상을 올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I_zYC1JoCRs


너무 어이없는 대 참사를 마주하다 보니, 일상이 끝도 없이 가라앉는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까지 모두 마주했던 세월이 왜 이리 덧없이 느껴질까!

지난 참사들까지 생각나는 요즘이다.

옹골지게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지탱해온 마음이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많은 젊은이들을 이유 없이 떠나보낸 세월호 참사와 이번 이태원 참사는 생각할수록 더 괴롭다.

다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아까운 아들딸들과 바꿀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도 문제이고, 인구 집중도 문제다.

점점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젊은이들은 줄어드는 추세이니 더 안타깝다.

대한민국 인구밀도는 세계 1위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모여들다 보니 수도권 밀집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도 양질의 교육, 일자리, 의료, 문화 등이 골고루 배분되어야 인구가 분산될 텐데,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지방과의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

수도권 인구가 적절하게 분산되지 못하면, 우리 삶의 질도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권의 인구는 2022년 10월 현재 약 2,599만 명으로 한국(남한) 인구의 절반 이상(50.50%)이 살고 있다.

정확히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511,610명 더 많다.' (나무 위키에 나온 통계청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LOH9BkO2KUk&t=11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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