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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에도 습지가 있어요!

폭이 좁고 긴 비산 습지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간다

by Someday


지난주 내내 초미세먼지 덮였던 세상, 주말엔 제법 '화창한 가을날을 즐겨보라' 인심이라도 쓰듯 쓱 걷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한낮 햇살과 살랑이는 서늘바람이 창밖에 멈춰 서성이며 자꾸 날 불렀다.

안양천 산책만으로도 편안한 주말이었다. 먼지 걷힌 투명한 가을 하늘이 좋아 하릴없이 안양천을 배회하기도 했다. 공기는 맑고, 기온도 쾌적했다.



하천에서 백로 한 마리가 쉬고 있지만 천변 대부분에선 비둘기와 까치 떼만 몰려다니며 모이 찾기 바쁘다. 이들 개체 수가 작년 가을보다 더 많이 보였다.

비둘기는 사람이 지나는 길에서도 쉽게 비켜서질 않는다.

조잘대는 참새 떼도 보였다.

이때,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로 날아간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보니 친환경 생태로 유지되긴 힘들다.

비둘기, 참새, 까치 등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자체가 생태하천에는 못 미친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백로 한 마리, 까치와 비둘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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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교 왼쪽으론 구 진흥아파트 재건축 공사 중 / 덕천교 쪽 풍경


억새 무리

억새 무리가 사각사각하며 흔들흔들 춤을 춘다.

곁을 지나쳐 가노라면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잡다한 생각들까지 쓱 비워낸다.

가늘고 긴 누런 대 위로로 희게 빛나는 가을꽃이 폈다.

억새 한 그루는 여린 형상이나 군락을 이루며 모여 살고 있으니 오히려 홀쭉 마른 몸매가 서로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안양천변 많은 곳에 무리 지어 피었으나, 각기 저마다의 욕심을 버린 지 오래된 기특한 생명체다.

가을 햇살 아래 은색 머리 날리는 모습이 생김새처럼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흔들려도 신중하고 사색적인 신비로운 가을꽃이다.

평생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한 적 없는 소박한 모습에 정이 간다.

스스로에게 딱 맞는 소박한 꽃을 피웠으니, 귀한 열매를 품고 더 바싹바싹 부스스 말라가겠지.

매해 이맘때 억새를 보면, 긴 겨울 견뎌내며 새봄 맞으려는 순환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


안양천 발길 닿는 곳마다 억새 무리가 춤을 추며 반긴다.




안양천 비산 습지

안양천변으로 폭은 넓지 않지만 제법 긴 비산 습지가 있다.

습지는 일 년 중 일정 기간 동안 얕은 물에 잠겨, 토양이 물로 포화되어 있는 땅을 말한다. 습지는 수문, 식생, 토양이 그 성질을 결정하며 생태학적인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는 람사르협약에 따라 매년 2월 2일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해 습지 보전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람사르협약은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 1975년 발효됐다.

2006년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순천만 갈대밭,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와 두웅습지, 창원 주남저수지 습지, 서울 송파구 방이 습지 등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습지들이지만, 안양천에도 비산 습지가 있어 산책하며 지나칠 때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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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 습지 웅덩이 / 좁고 길게 뻗어있는 비산 습지

습지에는 생태계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위치에 따라 습지가 여러 가지 기능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 방지, 영양분과 먹이의 공급 기능, 기후 조절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대기온도 및 습도 등으로 기후조절까지 한다.

작은 습지조차 수질정화의 기능은 물론 사람들의 여가활동과 생태체험 관광을 위한 보물 같은 존재이다.

안양천에는 비교적 넓은 면적의 *수환경과 그 주변에 습초지 등이 형성된 습지에서 서식하는 생물인 양서·파충류가 물과 육지를 오가며 생활한다. 이들은 서식처나 산란장소의 수환경을 지표 하는 동물이다.

개구리류는 파충류나 대형 조류인 백로, 왜가리, 황조롱이의 먹이가 된다.

양서류는 안양천변에서 살고 있는 벌레를 잡아먹고살며, 자연생태계의 균형 유지와 농작물에 질병을 옮기는 곤충 및 유충을 잡아먹음으로써 인간생활에 도움을 준다.

파충류의 천적은 새, 포유동물 그리고 다른 파충류로 먹이사슬의 중간고리 역할을 한다.

*수환경 : 인간의 생활과 생물의 생육에 필요한 물을 끌어오기 위한 지표와 지하수, 이를 활용하기 위한 수리와 수문,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해양을 포함하여 오염에 노출된 환경을 통틀어 이른다.



비산 습지를 따라 걸어 세월교를 건너, 다시 비산대교 쪽으로 걷는다.

비산대교 교각 아래를 지날 때마다, 코끼리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주 튼실한 다리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폰으로 맛집을 검색해서 칼국수를 먹기로 한다.


아치형 파란색 다리, 세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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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대교 뒤로 덕천교가 보인다. / 비산대교
비산대교를 떠받치고 있는 -코끼리 다리- 교각


칼국수 맛집, '맛나 손칼국수'

지나친 적은 있지만, 눈여겨본 적 없던 집이었다.

'맛나 손칼국수' 집은 외관이 참 소박하다.

"정말 맛집일까?" 반신반의하면서 들어섰다.


주문한 바지락 칼국수와 들깨 칼국수가 나왔다.

담백한 국물 맛이 확 당긴다. 소문대로 맛집이었다.

겉절이 김치는 더 맛있다. 역시 칼국수는 겉절이가 맛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와글와글 씹히는 꽁보리밥의 식감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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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이리엔 셋이 바지락 칼국수로 통일 / 토요일엔 둘이 바지락칼국수(7.5천 원 /1인분)와 들깨 칼국수(8천 원 / 1인분)


이렇게 찾게 된 맛집에 빠져 주말 이틀을 내리 다녀왔다.

토요일엔 1시 반 넘어갔었는데, 일요일엔 3시 넘어 맨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오늘 영업 끝났음'이란 손글씨가 붙어있어 문을 밀고 들어서자니, 살짝 미안했다.

미안함의 표시로 삼인 분을 한 가지로 메뉴로 주문했고, 조금 서둘러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그래서였는지, 첫날이 더 맛이더라.

원래 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고 입맛인지라.

그래도 가끔씩 찾을 생각이다. 요런 맛집이라면!


눈엔 가을 풍경을 가득 담고 산책을 즐겼으니 생각이 가을처럼 깊어진다 해도 입맛이 함께 만족해야 행복이 꽉 들어찬다. 소박한 점심 한 끼로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뭘 바랄까!

깊어가는 가을날 산책에 덤으로 얻은 편안함이 좋다.

이 계절의 결실처럼 나의 자자한 열매도 내심 어느 정도 잘 여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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