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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07. 2022

꾸미에겐 동장군도 피해간 뜰/할미는 MRI찍고 주사치료

산마을 베이커리로 가족 나들이 / 척추 3,4,5번 퇴행성 척추증 판단

성장한 자녀와 생긴 물리적 거리는 손녀를 매개로 다시 가까워진다. 

손녀 꾸미는 내게 '할머니'라는 새로운 호칭과 자격을 선물했다. 

볼수록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도 노후의 큰 즐거움이다. 

할아버지가 집에 머무는 주간이다. 

당연히 딸과 꾸미를 데려왔다.  

손녀 꾸미가 오면 새로운 놀 거리를 제공하고 싶다. 

할아버지가 함께 있으면 가능하다. 

할미는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다. 

꾸미는 오늘도 거실 창을 내려다보면서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를 향해 '빠방 빠방'을 외친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귀엽다. 


꾸미 앞에선 꼼짝 못 하는 동장군 - '산마을 베이커리'뜰에서도 신나!

손녀가 원하면 다 해주는 할아버지를 따라 비산동 '산마을 베이커리'로 향했다. 

내가 병원 다녀오고 난 오후여서 좀 늦은 외출이 됐다.



빵을 먹는 것은 이차적이고, 아기자기 꾸며진 산마을 뜰에서 좋아하는 꾸미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어른들 속셈이다. 

날씨가 추웠지만, 우리 아기는 건강하고 씩씩하다. 

오히려 할미만 실내에서 죽치길 자처했다. 



꾸미는 산마을 베이커리 뜰에서 추위도 잊은 채 여기저기 호기심을 보인다. 

판다와 뭐라 소근 거리기도 하고, 곁에 있던 얼룩말엔 올라타기도 했다.  

빵 만드는 통통한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 취한 모습이 귀엽다.

뜰에 대기 중이던 사륜구동 자동차도 타보고,  트랙터도 직접 운전하며 신났다.

짧은 겨울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갔으나 세젤예 꾸미의 뜨거운 호기심은 식을 줄 모른다.





목부터 척추 전체 MRI 촬영 - 수술 말고 '주사 치료' 시작 

월요일에 세젤예 꾸미를 데려왔지만, 할미는 화요일 MRI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하고, 아침 9시경 든든한 보호자 '묵'을 대동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7층 신경외과에서 마취약을 주입하기 위한 링거 주사를 꽂고 6층 통증의학과로 갔다. 

촬영은 허리뿐 아니라 목부터 척추 맨 아래까지 쭉 찍었다.

촬영만 20분 정도 걸렸다.  

X-레이도 서너 장 찍었다. 

촬영을 마치고, 7층 신경외과에서 주치의와 촬영된 척추 사진을 보며, 앞으로 치료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출처: 안양 국제 나은 병원  척추센터 자료

허리 디스크는 위 사진처럼 섬유륜이 찢어져 수핵이 탈출되어 신경과 척수를 압박하는 것이다. 

촬영 결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내 허리 디스크는 수술을 요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

최근 허리통은 오른쪽이 심하다.

엉덩이와 다리 통증은 며칠 전 처음으로 느꼈다. 

무릎은 안 아팠지만, 오른쪽 다리 당김 현상도 감지됐다.

"점점 심해지고 있구나." - 덜컹 겁이 났다. 

몇 달을 미루고 미루다 이번 주 남편 '묵'이 집에 머물며 리포트를 쓰는 주간이 됐다. 22년이 다 가기 전 이 기회를 꼭 잡았다.

참고로 MRI 촬영비 434,120원, 선택진료(96,400원) 포함 마취비 175,240원 (내가 진료를 선택한 기억은 없지만, 편하게 잘 받았으니 만족하기로. 진료비 총액은 보험 등 개인별 상황에 따라 가감 있음. 대학병원이 아닌 척추 골절 전문 병원급임 ) 


5년 전쯤 5번 척추 디스크 확진을 받았다. 

이젠 3, 4, 5번에서 퇴행성 척추증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1, 2번 척추는 정상이지만, 이어져 있는 척추다 보니 퇴행성 척추증이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어떤 경우든 수술대에 다시 오르고 싶지 않다.

평생 바른생활로 일관되게 살아왔지만 태생부터 근력 약한 것이 문제다. 

성인이 된 후 키 16* cm, 몸무게  4*kg을 쭉 유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체중 미달과 근력 약화를 달고 달아온 증거이기도 하다.

내겐 근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몸무게를 늘리는 일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깝다. 


몸과 정신에 가해지는 '상처의 아픔'쯤은 잘 견뎌낸다. 연약해 보이지만, 깡다구가 있는 편이다.

맹장 수술이나, 작은 아이 제왕절개 분만을 했을 때도 진통제를 처방받지 않았다. 

위내시경 검사도 비수면을 선호한다. 

이런 상황을 잘 참아낸다. 

그런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좁은 곳에 갇히면 상황이 달라진다. 

답답하고, 힘들어한다. 

MRI 촬영 통속에 들어가 20분 이상 꼼짝하지 않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그냥 일반 침상이나 소파에서는 한 시간도 움직이지 않고 잘 견디는데 말이다. 

장거리 비행기도, 지하철도 잘 탄다. 

아, 출퇴근 지옥철에선 답답함 느낀 상황을 혼자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적이 있긴 하다.


일상 살아가는 일에 지장을 받진 않았지만, 무의식 속에 내버려 두고 성장해 온 사건이 있긴 하다. 

나는 정신분석에 관심만 있는 문외한이지만, 어렴풋이 나의 약점의 근원을 혼자 확신하고 있다. 

백일 즈음, 나는 연탄난로 가스 질식사고로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 간신히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모두 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건이지만 가족들은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까지 연탄가스 사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연탄가스를 마시지 않았다면 '*주는 수재였을지도 모른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모두들 웃어넘겼지만, 울 엄마는 이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셨다. 

'연탄가스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죄책감이었을까.'

아님 '수재가 되지 못한 막내딸이 애처로워서였나!'

좁은 공간이나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든 고밀도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 배짱도 깡도 맥을 못 춘다. 

무의식 속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던 백일 짜리 아기'가 아직도 그대로 살아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는 수술을 비껴 났으니 '주사 치료'를 받기로 했다. 

7층 척추센터 신경외과에서 상담을 마치고, 5층 통증의학과에서 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척추 쪽에 맞는 주사도 제법 아프지만, 참을만하다.

개인병원에서 맞던 뼈주사와 다르다.

치료 잘 받고 10여 분간 침대에 누웠다가 같은 층 도수 재활실로 가서 상담을 받았다. 

내일 오후,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예약했다. 

1층 약국에 들러 처방받은 1주 일치 약을 지어 집으로 돌아오니, 세젤예 꾸미와 딸이 반겨준다. 2번째 주사 치료는 다음 주 화요일이다. 



빗물이 꽁꽁 얼어붙은 테라스엔 할아버지와 꾸미 모녀가 만든 토끼 귀 눈사람이 혼자 남아 있다. 

어제 오후 3시 반경 꾸미 모녀는 집으로 돌아갔고, 

'묵'은 팀원 중 한 사람이 부모님 상을 당했다는 연락받고, 급히 부산으로 떠났다.

꾸미 모녀에게 이번 주 한 번 더 놀러 오라 전하면서 '묵'에게는 '장거리 운전 조심'을 단단히 당부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묵'이 작은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얼마나 피곤할까?'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그냥 조용히 기다려줘야겠다. 


나는 이렇게 오래 앉아 포스팅을 올리지 말아야 하는데... 

쓰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가능한데, 시작하면 끝을 보게 된다. ㅠ

'치료받는 중에라도 다신 이러지 말아야지!' ㅋ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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