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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25. 2023

한파 단상(斷想)


세상은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데 시야는 뿌옇다.

안경에 서린 김이 그대로 얼어버린 경험은 생전 처음이다.

안경을 접어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서야 투명한 세상을 향해 돌진하듯 걸었다.


맑고 시린 공기 사이로 태양빛은 눈부시게 흐르는데,

내리 꽂히듯 들쑤시는 삭풍이 마스크로 가려진 빰을 후려치고 달아난다.

연휴 마지막날 11시경, 잠시 나섰던 한산한 4차선 대로로 자동차 몇 대가 북풍을 가르며 달린다.

뭔가 쫓기듯 내달리는 바퀴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앞서간다.


어쩌다 보이는 보도 위 사람들 형체는 무거운 회색빛 덩어리가 되어 삭풍에 굴러가듯 바쁘다.

그중 나도 한 덩어리로 구르며 겨우 옮겨진다.

너무 추워 사지가 뻣뻣하다.

늙은 사람에겐 더 혹독한 겨울 추위다.

그러나 죽지 않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겐 다시 봄이 찾아온다.

인생의 각 시기를 좀 더 담담하고 적절하게 충만히 품고 가면 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 각기 다른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것도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봄여름 가을 겨울 중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 절대적인 우위는 없다.


설날 연휴 끝에 찾아든 엄청난 한파 기세에 눌려 한없이 작아진 하루.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하루도 계획대로 돌아갔다.

일상의 궤적은 변함없이 그려진다.

살짝 미끄러지거나 처지기라도 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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