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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pr 13. 2023

'이렇게 제각각 굴러가도 되는 걸까?'

찬란한 봄, 잔인한 4월도 머물지 않는다.

아직은 찬란한 봄이 맞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밖으로 나서길 마다하질 않는 봄이 질 않는가!

그제, 방향을 잃은 채 미친 듯 불어 젖히던 바람이 오늘은 무겁게 내려앉은 탁한 세상 기운에 기가 눌린 듯 조용하다.

시야를 가리는 뿌연 대기 질로 목과 코가 답답하다.

미세먼지가 최악인 어제와 오늘 같은 날엔 창밖에서 들이미는 회색빛 풍경에 그냥 기가 눌린다.


지금은 잔인한 4월.

11일 TV 화면 속에선 시뻘건 불덩이들이 날아다녔다.

강릉을 할퀴던 화마가 미친 듯 날뛰는 악귀 같았다.

작년 3월에도 울진에서 삼척으로 이어진 끔찍한 화마의 악몽이 생생하다.

토양 회복기가 100년 이상 걸린다는데 해마다 재연되는 산불피해가 두렵다.


러시아는 커다란 땅덩어리 가진 먼 나라가 아니다.

구글 지도를 펼치고 보면 우리 땅 북한과 맞닿아 있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 일대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있다.

어제 이곳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다는 기사가 떴다.

화산 3개 잇단 분출로 “60년 만의 강력한 화산재”가 하늘 뒤덮은 영상을 보니, 암담한 생각이 든다.

뿌연 미세먼지 걱정을 지울 수 없던 내 작은 머릿속이 이젠 까맣게 뒤 덮여간다.


세상살이가 참 어수선하다.

어디 건조한 날씨, 미세먼지, 이상기후, 화산폭발뿐이랴!

경제, 정치, 사회 어디 한 곳 불안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이렇게 제각각 굴러가도 되는 걸까?

아직 겉으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안심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지난 10일과 11일, 손녀 세젤예 꾸미가 할미를 찾아와 함께 바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화요일 저녁 꾸미 모녀가 돌아가고, 어둠이 깃들고 나서야 나는 강릉 화마 소식을 듣고 급 우울해졌다.

가끔 한가한 시간이면 균형 잡힌 소식을 찾아 읽기도 하고, 진실을 전하는 유튜브를 몇 편 살펴본다.

세상살이엔 사건 사고도 어찌 그리 많은지, 마음이 편치 않다.

혼란한 사회상도, 급격한 기상이변도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좇아 앞만 보고 달려온 대가인가!


우리는 그래도 대부분 바르게 살아왔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은 공기를 마시고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많았으니 이도 행운이었나?

매일매일 사람도 나무도 봄꽃도 회색빛 세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크게 위안이 되진 않지만, 투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저 뿌옇고 누런 하늘 뒤쪽에 늘 서성이고 있다는 걸 잊진 말아야지.


4월 2일 안양 명학공원 뒤, 성결대 교정에 만발했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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