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둘러보기 딱 좋은 따뜻하고 훈훈한 곳
열대식물원은 청주 유기농산업 복합 서비스 지원 단지 내 있는 시설물이다.
250여 종 열대식물들을 한곳에서 둘러볼 수 있도록 중앙광장과 4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은 한파에 꽁꽁 얼어 있어도 이곳에 들어서면 공기 자체가 따뜻하고 훈훈하다.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한 열대식물들을 곁에 두고 건축면적 1,786m² 최고 높이 12.75m의 공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도 획 날아가 버린다. 건조하던 피부까지 촉촉해지는 느낌이다.
한파 때문인지 평소에도 방문객이 적은 지는 모르겠지만, 돌아보는 내내 우리밖에 없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수풀 속을 거닐 수 있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한파로 심신이 지친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치유의 공간'이 아닐까?
이곳은 열대식물들에게 최적 생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복합 환경 시스템을 도입했다.
온도, 습도, 풍량, 일조량, 기후 등이 자동 계측 제어되고 있다.
지열난방 시스템을 통해 난방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감되는 친환경 최첨단 공간이다.
식물원 입구로 들어서면 자원봉사자 한 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분이 안내하는 쪽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중앙광장이 보인다.
중앙광장에는 워싱턴야자, 보스턴 고사리, 세이 프리지 야자, 카나리아야자, 아스파라거스, 수염틸란드시아 등으로 조성된 울창한 수풀지대가 장관을 이룬다.
2015년 이른 봄, 작은 묘목으로 만났던 워싱터야자가 생각난다.
성장이 하도 빨라 봄만 시작되면, 낑낑대며 옥상에 올려다 두곤 했다.
6년 가까이 쑥쑥 잘 성장했는데, 2019년 겨울부터 한 그루 잎에서 찐득찐득한 액체가 흐르기 시작했다.
찐득한 진액을 수시로 닦아주고 영양제도 주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한 돌발해충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그루를 먼저 떠나보냈고, 남은 한 그루 워싱턴야자도 딸 집에 보냈다 다시 데려왔다가 이사를 하고. 이사 후 2021년 복층에 올려 두면서 내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한동안 제대로 눈길 한 번 주질 못한 채 이별하고 말았다.
절친이었던 '워싱턴야자'는 살아서 쑥쑥 성장할 때도 늘 마음 한편 아팠던 손가락 같았다. 실내보단 건강한 노지 땅 위에서 성장했어야 마땅할 친구였기에.
워싱턴야자나무는 성장도 빨랐지만, 추위에도 어느 정도 강했다.
살아 있을 때 분갈이를 2번 해줬는데, 1년만 지나도 화분이 작아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어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서 살아갈 때, 편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건강한 모습이 항상 단단하고 훌륭했으나, 묘목으로 1년 정도 성장할 때만 편해 보였던 것 같다.
실내에서 화초처럼 키워야 한다면, 다시 인연을 맺고 싶진 않은 친구다. 좀 더 관심과 정성으로 돌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것이 뒤늦게 더 아쉽다.
실내 온도가 따뜻하니, 밖에서 차갑게 느껴지던 햇살까지 포근하고 온화하게 내린다.
이어지는 온대관에는 캐넌볼 트리, 곤봉 야자, 가지 마루, 벤저민, 셀렘, 레몬 라임, 크로톤, 크로톤, 홍콩야자, 부겐빌레아 등이 자라고 있고, 작은 폭포와 분수도 조성되어 있다.
인공암벽에서 폭포가 흘러내리고, 그 위로 부겐빌레아 분홍색 꽃이 수줍게 웃고 있다.
이어지는 열대관에는 제주 동백, 벌집 생강, 부티가 야자, 자주색 문주란, 소철, 극락조, 알라만다, 마타피아, 하와이 무궁화, 안시리움, 밸런타인재스민, 란타나, 덴드롱 등이 이웃하며 살고 있다.
스파티필름은 우리 집에서도 참 오랫동안 잘 자라고 있는 열대식물이다.
이 흰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도 가끔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딸이 어릴 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다.
스파티필룸 꽃은 실내에서 제법 꽃가루 많이 날리곤 했다. 사람의 입장에서 수줍게 보이던 흰 꽃이 피기도 전에 싹둑싹국 잘라주곤 했으니...
노란색 긴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꼬레아.
줄기와 잎에 솜털이 있다.
꽃은 겨울부터 봄에 걸쳐 피는데, 노란색 밑부분은 붉은색이다.
꽃 이름이 한국을 뜻하는 '꼬레아'는 아닌 듯하나, 검색을 해 보아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꼬레아'란 이름의 뜻이 어딘가 꽁꽁 숨어서 드러나질 않으니, 더 궁금해진다.
부겐빌레아는 덩굴성 관목으로 꽃은 4월에서 11월까지 연중 핀다.
희색,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운다.
부겐빌레아는 온대관, 열대관, 아열대관에서 모두 활짝 곱게 피어있던 꽃이다.
엄동설한에 눈부시도록 빛나는 초록열대식물들이 피워낸 고운 꽃들을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 열대식물원을 '치유의 공간'이라 부르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호랑가시나무는 광주 양림산 언덕에도 서있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의 높이는 6m, 뿌리 부분 둘레 1.2m, 수령이 400년을 넘는 귀한 나무다.
2018년 11월, 양림산에서 마주했던 붉은 열매의 기억이 생생하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호랑가시나무는 변산반도 남쪽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란다. 나뭇잎은 두껍고 윤이 나며, 각이 진 곳에는 가시가 달려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9,10월에는 붉은 열매가 익어, 한 겨울에도 그 선명한 빛을 간직한다.
특히, 이 수종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나무다.
열대관과 아열대관 사이에 작은 동굴이 조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다.
어른들도 아늑한 동굴에서 잠시 쉬노라면, 금세 동심에 젖는다.
밖은 엄동설한이지만, 천천히 둘러보며 이곳까지 걸어오다 보면 조금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굴 난쟁이 책상 위에 놓인 돌멩이로 숫자놀이도 하고, '유기농산업 복합서비스 지원단지' 브로셔를 펼쳐보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져도 좋다.
파파야는 향기로운 꽃을 밤에 피운다.
열매는 황록색에서 황적색으로 변하고, 날로 먹거나 설탕에 절일 과자로 즐긴다.
열대식물원 바오밥(바오바브) 나무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하고 있지만, 나무 기둥에서 힘이 느껴진다.
스킨답서스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식물이다.
천남성과에 속하는 현화식물로 고향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지만, 우리 거실에서도 그 성장 속도가 놀랍다.
너무 길게 쭉 늘어지도록 자라서, 딸은 슬쩍 이 식물이 징그럽다고 밀쳐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친듯한 생명력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
또 야생에서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얼마나 죽이기가 힘들면 사람들이 '악마의 덩굴'(Devil's Ivy)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을까?
열대식물원 마지막에 지중해관이 있다.
악어 용설란, 인도 베시아, 만악, 대봉용, 대운각, 화이트고스티, 흑법사, 청산호, 권선철화, 꽃기린 등이 함께 모여 산다.
이곳엔 지중해가 고향이 예쁜 꽃들도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쭉 돌아보니 집에서 내가 돌보고 있는 열대식물들이 더 있었다. 선인장 두어 그루와 꽃기린도 그런 친구들이다.
식물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입구가 출구다.
마지막으로 중앙광장에 있는 시설물로 올라가 360도를 쭉 돌아봤다.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던 훈훈하고 촉촉한 초여름이 오기 전 어떤 날을 벗어나, 다시 한 겨울 한파 속으로 나섰다.
'여름에 오면 오히려 적당한 온기가 더 아늑하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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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열대식물원 운영시간
하절기(4월 ~ 10월) : 09:00 ~ 18:00 / 동절기(11월 ~ 3월) : 09:00 ~ 17:00
입장은 폐장 1시간 전까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은 정기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