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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Feb 11. 2023

단상(斷想) - 꽃은 봄에 활짝 핀다

손녀의 유연하고 흔들림 없는 신체활동을 볼 때마다 나는 깜짝 놀란다

오늘은 초미세 먼지가 나쁜 날이다.

매년 이맘 때면 늘 찾아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로 세상은 잿빛 속에 잠기곤 하니 특별할 것도 없다.

차츰 기온도 슬며시 높아지다 보니, 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이는 걸 알겠다.


어제 아침엔 세상이 촉촉했다.

긴 밤 곤히 잠든 사이 겨울비가 기척도 없이 내린 탓이다.

안개구름으로 회색빛이 감돌고 있었지만 기꺼이 창을 열고 심호흡을 했다.  

곳곳에 남아있던 미세먼지까지 빗속으로 스며들었던지, 시리지 않은 공기까지 상큼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봄기운에 반색하게 된다.

곧 봄이 오겠지!


“꽃이 겨울에 활짝 피지 못한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겨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상황, 즉 겨울이다.

이럴 때일수록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마치 어느 날 갑자기 펼쳐지는 꽃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운의 힘』  by 풍수 건축가 & 역술가 박성준


2월 10일, 안개구름 내린 관악산 자락 / 복층 창밖, 멀리 산안개구름 드리워진 수리산 풍경




1월 22일, 앞구르기 하는 꾸미 - 애니메이션

앞서 지난 화요일엔 꾸미 모녀가 아미(할미)를 보러 왔다. 손녀 꾸미는 새봄같이 파릇파릇하고 건강한 아기다.

우리 꾸미는 무엇이든 잘 먹고, 쑥쑥 잘 싸고, 쿨쿨 잘 잔다.

세젤예 꾸미는 모든 놀이를 즐겨 하지만 특히 신체활동을 좋아한다.

달리기, 앞구르기, 균형 잡기, 평행봉 매달리기, 소리 지르기까지 즐기기 않는 신체 놀이가 없다.

꾸미의 유연하고 흔들림 없는 활동을 볼 때마다 나는 깜짝 놀란다.

지난해 여름엔 완벽한 균형감을 보여주더니, 겨울엔 두툼한 스키복을 입고도 잘 걷고 뛰기까지 하는 걸 보고 다시 놀랐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꾸미를 보면 행복하다.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할미 눈엔 꾸미가 세젤예 귀염둥이다.


지난 1월 썰매장 흰 눈 위에서도 신나게 달리던  꾸미 / 작년 여름, 뛰어난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보여주던 꾸미




2월 5일은 정월대보름이었다.

아침 일찍 서울에 도착해서 먼저 중랑천 산책을 잠시 즐겼다.

2년 전만 해도 운동 삼아 자주 걷던 곳이다.

9시 30분경, 드리워진 미세먼지로 시야가 맑고 투명하진 않았다.

바싹 건조해 보이는 겨울나무들을 마주하니 썰렁한 아침이 더 춥게 느껴졌다.



2015년 3월엔 중랑천 자전거 전용도로로 씽씽 달리기도 했지만, 이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어지럽다.

이사 올 무렵엔 자전거보다는 빠른 걷기를 즐기다 떠나온 곳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딸네도 산본으로 이사했으니 손녀 꾸미랑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 더 낫다.

우리 부부는 당시에도 더 시골로 가려했으니, 서울로 돌아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좀 더 따뜻한 남쪽에서 살고 싶다.

이날 서울 일정은 '묵'이 장거리 출장을 떠나면 매주 돌아오기 힘들어서 몇 주 일찍 잡힌 만남이었다.  최근 전세 재계약으로 어려움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계약을 했다.

2년간 신혼집으로 불편한 점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젊은 아빠의 말을 들으니, 오히려 고마웠다.

첫돌 맞은 건강한 그의 아기를 위해 덕담과 선물이 오가다 보니 부동산 사무실도 축하 분위기로 가득 찼다.


오후엔 '묵'이 장거리 출장을 떠나야 했기에 서둘러 안양으로 돌아왔지만, 서로 우호적인 관계라고 믿으니 마음이 편했다.

땅콩 한 줌 오붓하게 마주 보며 까먹지도 못한 채 '묵'을 배웅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축 처졌다.

폰을 지지대에 세워놓고 누워서 들여다보다가, 지난 대보름 관련 블로그 포스팅이 보여 눈길이 머물렀다.


2019년 2월 19일은 우수이자, 대보름이었다.

봄을 재촉하는 눈이 왔다.

눈이라니, 좀 어색했다. 비라면 모르겠지만.

내리는 하얀 눈을 중랑천의 넓고 긴 가슴으로 다 품었던 날이다.

그래도 오후엔 눈이 그치고 밤엔 슈퍼 대보름달도 볼 수 있었다....


2019년 대보름 중랑천 / 2020년 음력 정월 대보름


2020 경자년 음력 정월 대보름은 2월 8일이었다.

366일이 찾아온다는 해였으니, 소중한 하루가 덤으로 주어졌다.

대보름날 새벽, 딱딱한 땅콩, 호두, 잣, 밤, 은행 등을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항상 늦잠 자는 토요일이니, 새벽 부럼을 깨지 못했다.

남편 '묵'과 둘이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겨우 부럼을 깨물었다.

실은 땅콩 까기도 호두 깨기도 귀찮아, 다시 손질된 봉지 견과류를 꺼내 먹었지만.....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소중한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의미일까!

최근 의식적으로 노트북 앞에 오랫동안 앉지 않으려 노력하며, 잘 실천하고 있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남아있는 추억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새로 담아내는 이야기가 줄어드니 썰렁하고 곤궁해지는 느낌이 든다.

삶의 반경이 줄어들고, 신체적 활동에 신경을 쓰며 살지만, 손녀 꾸미를 만나면 다시 활력이 솟구친다.

불편하던 허리 꽤 좋아진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니 나는 물론 '묵'도 아주 좋아한다.

러닝머신 빠른 걷기도 다시 시작한 상태다.

무리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며 편안한 상태로 봄을 맞고 싶다.

그리고 새봄이 성큼 다가서기 전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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