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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곡 대황강 출렁다리, 국내 최장 거리의 인도교

섬진강 줄기인 대황강 빼어난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by Someday

선암사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대황강 출렁다리로 향한다.

곡성군 죽곡면 대평리와 목사동면 구룡리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로 들어서기 전, 다리 맞은편으로 보이는 마을로 들어가 식당부터 찾았다.

식사를 즐기기에 마땅한 곳이 없어 보이는 작은 마을이었다.

선암사에서 그냥 출발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면서 들어선 곳이 '시골 팥죽'집이다.

실내는 텅 비어 있으니 깔끔해 보이긴 했는데, 외투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나는 추위를 느낄 정도였음)

그러나 밝은 표정으로 주문하고,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옹심이 팥죽집과 바지락칼국수로 점심식사

옹심이 팥죽(9천 원 /1인)과 바지락칼국수(8천 원 /1인)를 주문했는데, 남도 인심도 다 후한 건 아니더라.

옹심이 팥죽에 추가로 물을 더 부었는지, 한 숟갈 떠 올리자마자 걸쭉한 느낌 없이 밋밋하고 멀건 팥 국물이 그냥 물처럼 줄줄 흐른다.

마음 좋아 보이던 '묵'의 미간이 절로 찌부러진다.

칼국수 국물엔 바지락이 들어있으니 맛은 괜찮은 편이나, 바지락도 국수도 담긴 양이 참 적다. 소식가에 속하는 내가 음식량이 적다고 느끼다니.ㅋ

소박한 밑반찬도 그 맛이 영 성에 차질 않아, 예전에 수없이 먹어본 아삭한 겉절이 맛이 자꾸 생각났다.

남도의 깊은 맛과 훈훈한 시골 인심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왔다.


대황강 출렁다리

대황강 출렁다리(곡성군 죽곡면 태평리 412-5 / 061-360-8431)는 대황강 빼어난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 순수 관광 목적으로 건설된 185m의 긴 인도교다.

국내 하천에 설치된 다리 중 최장거리로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다리로 유명하다. 이곳 대황강(보성강)도 섬진강 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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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아래로 보이는 대황강 / 출렁다리 북쪽 교각

대황강 출렁다리의 북쪽 교각은 대나무와 죽순의 형상을 하고 있다.

곡성군 죽곡면은 전국 면 소재지 중에서 토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지역 특산품인 토란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고, 매년 11월이면 '토란도란 마을축제'를 열기도 한다.


대황강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

3월 11일, 오후로 갈수록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지만, 바람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출렁다리 위로 올라서자 강바람이 제법 사납게 스친다.

주의 풍경도 둘러보고 출렁다리도 살펴보며 걷다 보니, 특별히 출렁거리는 느낌은 받질 못했다.

오히려 가만히 서서 대황강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 설 때, 더 강한 출렁거림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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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남쪽 교각

대황강 출렁다리의 남쪽을 교각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꼭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다.

옛 대황강에서는 은어가 많이 잡혔다고 전해지는데, 출렁다리 남쪽 교각은 그 날렵한 은어의 꼬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은어는 바다 빙어과의 민물고기다. 몸의 길이는 20~30cm이고 모양이 가늘고 길며, 어두운 녹황색 바탕에 배 쪽으로 갈수록 연한 흰색이고 눈 위는 누런색, 위턱은 흰색, 아래턱은 녹색이다. 어릴 때에는 바다에서 지내고 이른 봄에 강을 거슬러 올라 급류에서 살다가 다시 하류로 가 알을 낳는다.


출렁다리를 건너오면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지명의 유래, 대황강 길 안내도, 보성강(대황강) 자전거 길 지도 등이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출렁다리 모형도 있어, 다리의 형태를 다시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와, 작은 공원에서 바라본 출렁다리 쪽 풍경



대황강(보성강) 출렁다리 모형


죽곡 토란도란 마을축제에서는 토란을 활용한 볼거리, 전통 토란국, 토란 막걸리 등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었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산물 장터도 운영됐다.

토란 껍질 벗기기 대회, 토란 화덕, 토란 인절미 치기, 새끼 꼬기 등의 체험행사로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한다.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올가을 토란 축제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날, 큰 집에서 먹던 진한 토란국맛이 생각나 군침이 돌기도 했고.



대황강 18번 국도 건너편으로 강변을 따라 압록에서 출발, 임도와 농로 그리고 강변을 번갈아가며 주암댐까지 연결되는 25km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우리도 강변길을 따라 걷고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건강이 허락지 않으니 아쉽다.

트레킹은 대황강 출렁다리나 압록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압록유원지

대황강 출렁다리를 나서서 압록유원지(전남 곡성군 죽곡면 섬진강로 1012 / 061-360-8729)까지 드라이브를 즐겼다.

차박하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우리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차박이나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뜨끈뜨끈한 온돌이나 안락한 침대가 아니면 잠을 설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는 춥거나 잠자리가 배기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나이가 됐다.


캠핑장으로 들어서는 다리에서 바라본 대황강 풍경
압록유원지 캠핑장




곡성강빛마을과 펜션

우리는 대황강 출렁다리로 오기 전, 잠시 곡성강빛마을(전남 곡성군 죽곡면 강빛마을길 10 / 061-362-3800)에 들렸다.

한 달 전, 유튜브에서 '곡성강빛마을' 소개 영상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급락, 퇴직자 마을로 알려진 전원주택과 펜션이 하나로 가능한 곳. 분양가 42% 거래된 한국의 유럽 마을. 세컨드하우스로 추천'이란 제목이 은근 마음을 끌리게 했다.

분양가가 2억이니, 8천4백~9천에 거래가 된다고?

외지긴 하지만, 세컨드 하우스로 좋아 보였다.

좀 더 따뜻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어서, 곡성 가까이 왔으니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니, 오가는 사람도 보이질 않아서인지 주위가 썰렁했다.

단지 앞쪽으로 있는 펜션은 모두 폐쇄된 상태였고, 80 가구 정도가 이곳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 상주하며 생활하는 가구는 그보다 훨씬 적은 듯 보였다.

분양받아 입주했다는 주민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현재 시세는 분양가를 감안해서 2억 4천에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주민들이 그 정도로는 팔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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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는 펜션에서 마을 쪽을 바라본 풍경

자동차로 강빛마을을 한 바퀴 쭉 돌다 보니 우리 같은 부부를 만나기도 했다.

그냥 척 알아보고 서로 자동차 속도를 줄였다.

그 부부에게 현재 형성되어 있는 이곳 시세를 전하자, 부인이 깜짝 놀란다.

"이런 곳에 누가 2억 4천씩 들여서 들어오죠? 한 1억 5천 정도면 또 몰라도"

내 생각과 비슷했다. 2억 4천이면 인천 바다 쪽을 알아봐도 괜찮은 것이 요즘 현실이니...


*이글은 블로그 '여행과 나들이' 카테고리에 올린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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