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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23. 2023

'지리산 스위스 호텔'과 우리의 잘못된 만남

화엄사 근처 숙소를 정하려는 어떤 분들께 혹 정보가 될까 싶어 올리는 글

우리 부부는 대부분 금요일 오후, '묵'이 출장 간 곳에서 만난다.

숙면을 취한 다음 날(토요일),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서로 의견을 조율하기도 하니, 첫날 숙박 장소만 내가 예약을 하곤 한다.

이번 여행도 금요일 밤엔 예약해 둔 소박한 호텔 디바인에서 피로를 풀었다.

토요일 하루를 꽉 채우며 즐겼지만 밤이 되니 뒤늦게 숙소를 새로 잡아야 한다는 현실에 맞닿았다.

곡성 기차마을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며 돌아 나왔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대황강변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며 오가다 보면 펜션은 꽤 여러 곳 보였다.

지난 2021년 6월에도 화엄사 쪽으로 넘어갈까 고민하다, 구례읍에서 숙소를 잡았다가 불편을 감수했던 생각이 났다. 외관보다 내부가 더 형편없던 '예*각'이란 모텔이었다.  

당시 우울했던 상황이 생각나자,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 화엄사 쪽에서 숙소를 구하기로 한다.

지리산 스위스 호텔, 입구

'화엄사로'로 들어서 우리가 들린 곳은 '호텔 화엄 267' (061-781-0022) / '지리산 스위스 호텔' (010-3614-3636) / '호텔 지리산 햇살' (061-783-9600) 세 곳이다.

'화엄 267'과 '지리산 햇살'은 빈 방이 없었고, '지리산 스위스'는 온돌방 몇 개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지리산 햇살'은 한 달 전에 예약이 다 끝난 상태란다.

다시 서둘러 내려와 '지리산 스위스' 온돌방을 잡았다. (7만 원 / 1박, 요 추가 1만 원) 온돌방 위에서 등 배기는 것이 싫어 요를 추가로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1층 프런트
511호 방 / 가동 멈춘 냉장고 하단 문틈에 핀 곰팡이 (가운데 넣은 사진은 형체가 변형된 생수병을 세운 사진)


어느새 8시가 훌쩍 지났고, 밖엔 어둠이 가득 내렸다.   

우리가 들어선 511호 실내는 너무 썰렁했다.

보일러를 60도까지 올린 후 여장을 풀기도 전,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낮에 포근하던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지리산 자락이기도 했지만, 밤이 되니 기온도 뚝 떨어진 것 같다.


문을 연 식당 홀에는 아직도 꽤 많은 손님들이 식사 중이었다.

그러나 안내하는 분이 야속한 말을 전한다. '밥이 없어서 더 이상 장사를 못한다'라고.

'화엄사 음식 특화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한 바퀴 쭉 돌았으나, 대부분 식당은 이미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지 뭐. 굶기야 하겠나!"

'지리산 스위스 호텔' 바로 곁에 '세븐일레븐'과 'BBQ 치킨'이 있다.

치킨집은 손님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어, 주문을 하고 나서도 꽤 기다려야 했다.

편의점에 들러 즉석밥, 소주, 컵라면 등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가 '묵'이 다시 나가 주문한 반반 치킨을 날라오기로 했다.


나는 물티슈를 꺼내 들고, 장식장 위와 냉장고 안을 깨끗하게 닦기로 한다.

그런데, 헉! 소형(구형) 냉장고 하단에 곰팡이가 피어있다.

냉장고를 얼마나 여러 번 껐다 켰다를 반복했는지, 생수병 2개가 찌그러져서 형태가 변형된 채 흥건히 젖어있었다. 곧 프런트에 이 상황을 알렸다. 

직원은 사장에게 알리고 곧 조치를 취하겠다고 친절하게 말했다. '호텔은 무슨, 모텔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이 방엔 손님이 꽤 오랬동안 다녀가지 않았나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화를 내봤자, 우리 기분만 상하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낫다.

토요일 밤, 저녁식사

우리는 506호로 방을 바꿨다.

나무 문(입구)이 틀어져 있는지, 한번 열었다 닫으려면 살짝 힘을 줘야 했다.  

그냥 오래된 건물이니 넓은 마음으로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1층에 있는 구형 전자레인지로 즉석밥을 돌리러 내려갔다.

그런데 전자레인지도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안팎으로 찌든 때가 잔뜩 끼어있다.

내겐 놀라운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불편한 마음을 정리해 가며 소꿉놀이하듯 저녁식사를 마쳤다.

낮에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손녀 꾸미의 성장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가족 단톡방에 몇 장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홈페이지로 들어가, 왕복 열차 승차권 2매(기차마을 11시 출발~ 가정역 11시 40분 출발)를 예약하고, 1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도 방안이 훈훈하질 않아, 이불을 목까지 잡아 올리다 잠이 든 것 같다.

내가 좀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긴 하지만 오래된 낡은 건물 맨 위층이다 보니 방안 공기가 더 썰렁했다.

중간층인 2~4층은 침대 방이니 5층보단 상황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직접 투숙해 보지 않았으니), 5층 방은 511호 506호 모두 안락함이 없었다. 

물론 '냉장고 곰팡이'와 '변형된 생수병'만 아니었다면, '지리산 화엄사' 근처만으로도 좋은 곳이라 생각하고 굳이  잠자리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래된 건물만의 특별함도 다 인정하고 싶었으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그곳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청결에 좀 더 신경 써 주셨으면하는 마음뿐이다. 


숙소 5층에서 바라본 화엄사 반대쪽 풍경


3월 12일 일요일, 화엄사를 품은 지리산 자락에서 아침을 맞이하니, 마음이 편했다.

7시경에 일어나, 창밖 풍경 사진을 한 장 찍고, 창문을 조금 열어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한다.

잠든 사이 온돌방이 뜨끈뜨끈해진 상태여서 몸이 개운했다.

이곳은 화장실도 방 밖에 따로 있는 옛날 구조다.  

어젯밤엔 추워 샤워도 못했다.

뒤늦게라도 피로를 싹 씻어 내려야겠는데, 화장실 안은 아침에도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우리는 어젯밤 편의점에서 사다 둔 컵라면과 김치, 즉석밥과 구운 김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즐겼다.

1층 로비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땐 다시 기분이 안 좋았지만 곧, 화엄사를 둘러보고 곡성 기차마을로 향할 예정이니, 찜찜한 기분 툴툴 다 떨어내고 숙소를 나섰다.



*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담아왔다.

화엄사 근처에서 숙소를 정하려는 어떤 분들께 혹 정보가 될까 싶어 리뷰했다.

노트북 자판기를 두드리기 전엔 숙소 이야기쯤은 그냥 패싱 하고, 화엄사 풍경만 담아내려 했는데.....

이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숙소를 탓할 생각은 없다.



섬진강 기차마을 열차권 예매하러 가기

https://www.railtrip.co.kr/homepage/gok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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