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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pr 05. 2023

화개 장터와 소학정 섬진강 매화 쉼터, 광양 매화마을

광양 매화마을로 향하는 길,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내리던 비는 대부분 그쳤다. 

그러나 별안간 더 차갑게 느껴지는 봄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분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봄기운도 잔뜩 움츠려 들었다. 

촉촉한 봄비 머금은 벚꽃 위로 회색 먹구름이 바삐 오간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씽씽 씽 달려 화개 장터 초입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자동차들이 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꼼짝 못 하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

시간도 먹구름도 봄바람도 먼저 가라 보내고, 우리는 20여 분 동안 그냥  도로 위에서 머물렀다.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에서야 자동차들이 기지개를 켜며 살짝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왼쪽으로 화개 장터가 지척이지만, 하릴없이 풍경만 바라본다. 

화개 장터는 지리산에서 시작한 화개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경계를 이루는 이곳은 '화개 장터'라는 노래로 더 유명한 전통 재래시장이다. 

화개 장터는 이제 상설시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항상 이렇게 붐빌까?

우리가 찾은 3월 12일(일) 광양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었으니, 이렇게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나!

하동읍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10리 벚꽃길이 시작되는 곳이니, 이맘때면 늘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직진하면 남해, 하동이고 왼쪽으로 가면 지리산 쌍계사. 우리는 오른쪽 남도대교를 건넌다.

이제 화계 삼거리가 보인다.

여기서 직진하면 남해, 하동이고 왼쪽으로 가면 지리산 쌍계사다.

우리는 오른쪽 파란 아치형 남도대교를 건너 광양 매화마을로 간다.

화개 장터 초입에서부터 시간을 지체하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광양 매화마을을 제대로 둘러보고 나와, 화개 장터까지 들릴 수 있을까?'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바람은 드세지니, 시간만 점점 빨리 흐른다.

괜스레 집으로 돌아갈 길이 까마득히 멀게 느껴진다.



남도대교로 올라서니, 이번엔 돌아 나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도로 상황이 역전되었으니, 우리는 뻥 뚫린 도로를 여유롭게 달린다.

그러나 이도 잠시 소학정을 지나서부터 다시 도로가 정체되기 시작한다.



차창 문만 열어도 충분히 벚꽃을 감상하고도 남을 만큼, 차동차들은 느리게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광양 다압면 섬진강 '매화로'에서만 30분 넘게 정체된 상태였다.  



광양 매화마을 5km 전 풍경만으로도 화사한 벚꽃 감상은 충분했다. 

연약해 보이는 작은 꽃들이 꽃샘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만개한 꽃들이 함께 어울려 스스로를 지켜내는 모습이 착하고 기특하고 강해 보였다.




벚꽃은 매해 봄마다 팔도강산 곳곳에 어김없이 찾아와, 오목한 꽃잎을 모아 화사한 꽃을 피워낸다. 

꽃을 떨구어 내면 시리도록 빛나는 초록 옷을 갈아입고, 주렁주렁 버찌 열매를 맺는다.

'결박'과 '정신의 아름다움'이란 꽃말이 딱 들어맞는 사랑스러운 꽃이다. 

길가로 무심하게 핀 벚꽃들이 만발하니, 우리는 서로 유심한 눈길을 주고받는다. 

이쯤 되면 벌써 광양 마을 벚꽃은 눈이 시리도록 다 감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 2023 광양 매화축제는 다압면 매화마을에 주 행사장이 있지만, 광양시 전체가 매화축제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나치는 곳마다 만개한 벚꽃이 맞아준다. 

어제와 그제 들린 순천, 곡성, 구례 보다 광양 벚꽃이 좀 더 일찍 만개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밀리는 도로를 벗어나 보호수 푸조나무가 있는 곳에서 우리는 돌아 나왔다.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 광양 매화마을로 들어가는 차량들과 함께 다시 나올 때를 상상하니, 그냥 나서는 것이 낫다 싶다. 

간혹 우리처럼 턴 하는 차도 보인다. 



들어설 때는 한참 지체하던 길인데 돌아 나오다 보니, 도로 양방향이 훤하게 뚫려있다. 

그냥 돌아 나온 것이 살짝 후회되기도 한, 갈대와 같은 내 마음.




그 사이 화개 장터는 많이 한가로워졌다. 주차도 수월하게 했고.

여기서도 화개 장터 벚꽃축제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 

코로나 여파로 4년 만에 열리는 벚꽃 축제라고 한다. 

화개 벚꽃이 광양 보다 좀 더 늦게 만개하는 것 같다.   



그런데 2023년부터 하동군민 만 화개 장터에 입점이 가능하다니,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었던 그 의미가 퇴색해 가는 것이 크게 아쉽다.

예전에는 지금의 화개천 다리 아래서 5일 장이 섰지만 지금은 현대식 화개 장터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2020년 8월 7일, 남부 지방을 휩쓸고 간 폭우로 크게 침수를 입었던 곳이다. 

옛 모습은 간 곳 없지만 초가집 상가와 누각을 세워 과거의 운치를 남기고 있다. 

인심이 간 곳 없어진 건 아니겠지?



파장하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시장 안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드센 봄비가 그치고 나니, 사납게 느껴지는 봄바람이 계속 분다. 

기온도 뚝 떨어져,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3월, 남쪽 지방에서 매서운 꽃샘추위를 만나니 생각보다 낯설다. 

꽃 피는 시기를 시샘하는 추위라더니, 오늘따라 더 심술궂어 보인다.  



화개 장터 재첩 국은 이곳의 대표적 먹거리고, 빙어와 은어 튀김과 회도 유명하다. 


예쁜 꽃고무신, 검정 고무신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손녀 세젤예 꾸미의 앙증맞은 발이 생각나, 매듭 그림 분홍 고무신(13,000원)을 한 켤레 샀다. 

150호 사이즈로 사 온 꾸미 꽃고무신, 꾸미에겐 140이 정 사이즈였다. 

그래서 꾸미는 아직 실내에서만 신고, 좋아라 걸어 다닌다. 

할미의 발이 편한 기능성 신발(18,000원)도 함께 구입했다.  



오른쪽, 화개 장터 누각

줄 서서 사 먹는 매실 호떡 (2천 원/1개)

호떡집에서 함께 파는 동물 형태의 달고나 사탕



모든 것이 스쳐가는 봄바람 같다. 

시간도 장소도 내 마음도, 머물지 못하고 쉼 없이 흐른다. 

더 이상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게 흘러가고 싶다. 


지난 금요일, 여유롭게 시작한 여행길. 

순천 양조장, 낙안읍성, 선암사, 출렁다리, 구례 화엄사,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광양 매화마을, 화개 장터 등을 둘러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꼭 여유롭지만도 않구나!

봄은 해마다 다시 찾아오니, 언젠가 또 다른 봄 여행길에 머물다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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