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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11. 2023

"Bye, 카눈(Khanun)!"  

매일매일이 역행할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묻힌다.


8월 8일 화(입추)

파란 하늘이 투명하게 빛났다. 

눈이 부셨다. 

목덜미로 여전히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아났지만,  

하늘은 한여름 무더위를 짓누를 만큼 높고 맑았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 



8월 9일 수

오후엔 태풍 '카눈' 탓인지, 바람결이 달랐다.  

천변을 산책하기 딱 좋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마파람처럼 따뜻했고

샛바람처럼 서늘하더니

하늬바람처럼 세찼다.

나는 재잘대는 물소리로 흘렀고, 

침묵하는 바람결을 가르며 달렸다. 



8월 10일 목(말복)

말복 더위조차 무색한 날,

사람들은 바짝 긴장한 채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냈으리라. 

성깔 고약한 느림보 '카눈'이 온종일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드센 비바람을 뿌려댔다. 

카눈은 변덕스러운 갈지자 행보를 보였고, 머문 시간이 길어진 만큼 더 많은 피해를 입혔다.

별다른 일없이 하루를 마감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지구 표면이 자꾸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이야말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재난이다. 



8월 11일 금 (남편 '묵'의 생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가을 느낌이 든다

어제(말복) 물리쳐야 했던 무더위는 일단, 태풍이 대신 싹 밀고가 버렸다.

한동안 마지막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겠지만, 때가 오면 결국 스스로 이별을 고할 테지.

매일매일이 역행할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묻힌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땀 흘리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노트북 앞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어도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른다. 

오늘은 '묵'의 생일이다.  

가족모임을 일요일로 잡았으니, '묵의 생일축하 메시지'는 단톡으로 보냈다. 

'언제부터일까?' 

묵직하던 부모의 시소 자리도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기를 겪는다.

아들딸이 30대로 접어들면, 그 자리가 슬며시 역전되는 때가 오고, 그때부터 아들딸이 우리보다 더 강건해진 것을 실감한다.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자식 된 도리는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가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퍽 소중하다. 

이제 우리는 손녀 꾸미에게 오랫동안 묵직한 시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조부모가 된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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