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Sep 15. 2023

비와 바람, 가을의 시작

'기후 변화는 다시 한번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린다. 

비가 더위를 밀어냈다. 

바람이 빗소리에 리듬을 담아 가을 노래로 울렸다.

리드미컬한 바람의 음률이 좋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갈바람은 강하다.

펼쳐진 우산이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온몸도 거부하지 못한 채 등 떠밀려 걷는다.

후드득 나뭇잎이 떨어져도 지상에 머물지 못한다. 

휴지 몇 조각, 뒹굴던 까만 비닐봉지까지 어지럽게 비상한다.     

나뭇잎은 다시 나무 위로 날아오르고,

머물 곳 몰라 헤매던 이들도 바람에 떠밀려 들어간 곳에서 안식을 취한다. 

나는 바람이 좋았다. 

비상과 안식이 돌고 돌았다. 

현기증이 났다. 


가벼운 사람은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오르고,

무거운 영혼은 더 깊이 더 낮게 드러눕는다.

오장육부와 영혼이 함께 휘청거린다. 

영혼을 품은 사람은 날려도, 흔들려도 정해진 한 곳을 향해 간다. 

     

북풍이 갈바람을 타고 방향을 쓱 바꾼다.

사람들은 바람을 껴안고, 비틀거린다.

반쯤 뜬 눈으로 안경 너머 맞바람을 바라본다. 

나뭇잎 한 개, 휴지 한 조각, 비닐봉지 한 장까지 저만의 무게가 있다.

가벼운 사람, 

무거운 영혼, 

모두 자기만의 무게로 살아간다. 


바람은 다른 존재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낸다.

사람과 물리적 힘에 의한 공기 움직임, 기압변화로. 

무게를 가진 모든 존재는 바람에 흔들리며, 

날아오르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지만, 

영혼을 품은 사람은 

날려도, 흔들려도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한다. 


한 달 전 태풍 '카눈'이 할퀴고 간 우리나라,

아직도 곳곳에서 그 상처를 치유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한가위가 오기 전, 그 상처가 모두 아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멀리 지중해 남쪽과 북쪽으로 접해있는 '모로코'와 '리비아'에서 강진과 물난리 소식이 들려왔다. 

남의 일만 같진 않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그곳에서 들려온 아비규환 소식에 몸서리가 쳐졌다. 

리비아를 휩쓴 폭풍은 토네이도를 동반한 '대니얼'이다.

거대한 위력으로 댐 두 곳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니! 

영상으로 바라본 '데르나' 마을은 형체가 온전한 곳이 없어 보였다. 

한 도시를 싹 다 할퀴고 지나간 참담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초록별 지구가 뭔가 크게 잘못되어 돌아가는 분명해 보였다. 


기후 변화는 다시 한번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새로운 기후 변화는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독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