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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04. 2021

지상의 천국, 모나코 지중해를 품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대공 궁, 생 마르탱 가든, 볼 뽀뽀하는 사랑스러운 소녀들


모나코 공국(Prince's Palace of Monaco)과 빨레 광장

  골목길을 벗어나 빨레 광장 쪽으로 들어서면, 대공 궁과 근위병이 보인다. 코트다쥐르 마을과 도시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모나코가 특별한 이유는 프랑스가 아닌 다른 국가라는 점이다. 모나코 공국은 프랑스 남동부에 접하고 지중해에 면한다.

  제노바 명문가 그리말디 가문이 통치하고 있는 이 도시 국가는 13세기 대 프랑스 무역기지로 발전했다. 

그리말디 가문은 1419년 돈을 주고, 제노바로부터 모나코 영토를 사들였다. 원래 프랑스 망통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이 모두 모나코 영토였다. 그동안 모나코는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침략받기도, 보호받기도 하며 국가로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모나코 대공 궁


대공 궁 근위병

  지중해 코트다쥐르 아름다운 '하늘 아래 천국'이라 불리는 모나코지만, 그 얼룩진 역사는 곱지 않다. 특히, 그리말디 가문의 수탈은 암울한 역사의 그림자로 남아있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그리말디 가문의 수탈에 몹시 힘든 삶을 살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독립을 주장했을까!

프랑스 또한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프랑스군은 로그부린과 망통 지역을 무력 점거해 버린다. 모나코는 프랑스에게 어차피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 지역을 40만 프랑에 팔아버린다. 


  현재 모나코 국민의 99%가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이다. 순수 모나코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도시국가 모나코는 발달한 산업도 없고 국방, 통화,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프랑스와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외국인들이 모나코에 들어와 사는 걸까? 

  바로, 모나코 국민은 '소득세 면제'라는 대단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다 소득세까지 면제라니, 유럽 부호들이 사랑할 만한 '하늘 아래 천국'임에 틀림없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백만장자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전체 인구의 30%가 백만장자라고 하니,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모나코의 관광명소 몬테카를로 카지노

  모나코는 19세기 말부터 화려한 카지노가 들어서서 돈 많은 사람들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은 카지노와 관광수입이다.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모나코에 오래 머물며 돈을 팍팍 써 주길 바란다는 깊은 뜻을 알겠다. 

  도시국가 모나코의 생존 전략은 '한없이 예쁠 것, 그리고 고급스러울 것'이다. 

모나코의 특별한 비주얼은 다 이유가 있었구나! 독특한 생존전략으로 부자들 조세 피난처라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작은 도시국가가 어떻게든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마땅한 산업 동력이 없는 작은 나라 모나코는 어느새 세계 부호들이 모여드는 특별한 도시가 됐다. 



'그리말디'와 외국 식민지인 동상

프랑수아 그리말디(일명, Malizia)



  모나코 왕궁 입구 오른쪽 빨레 광장엔  '프랑수아 그리말디'(François Grimaldi)와 식민지인 동상이 함께 있다. 프랑수아 그리말디는 교활한 성격으로 인해 일명 '말리지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모나코 도착은 교황 지지자 '구 엘프와 로마노'와 게르만 황제 지지자 '지브린'(Ghibellines) 간 갈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그리말디는 프란체스코 수사로 변장, 무기를 숨기고 '지라 넬리'인들 몰래 이곳으로 들어와, 그리말디 왕조를 꾸렸다.


* 이탈리아 사전, '말리지아' 뜻

악의에 찬 의식 성향. 악의나 나쁜 것에 대한 인식. 또 다른 의미는 '대담하고 매끄럽고 심플한 무엇인가를 말하거나 할 것이다.'로 되어있다.


외국인 콜로니 동상

  콜로니 동상은 모나코를 25년 동안 통치했던 앨버트1세(Albert I) 왕자에게, 외국 식민지인들이 공물 바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에서 식민지인이 공물을 마련하는 모습은 무척 힘겨워 보인다.

모두가 함께 공생하며 살아온 역사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고통받던 이들의 삶, 군림했던 자들의 행태는 그들이 생을 마감한 후에도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역사는 쳇바퀴처럼 계속 돌고, 지금도 너무 많이 가진 자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의 간격은 별로 좁혀진 것 같지 않다.

 


가장 모나코 다움을 보여주는 모나코 빌(Monaco Ville), 대공 궁

  동상 뒤로는 세련된 모나코 왕궁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웅장한 에르퀼레 항구(Port Hercules) 항구가 내려다보인다. 눈 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 폭 그림 같은  에르퀼레 항구(Port Hercules)


빨레 광장에서 에르퀼레 항구(Port Hercules)를 배경으로 레드루와 주주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에르퀼레 항구(Port Hercules)와 반대쪽 요트 항만을 한 번에  둘러보기

  모나코 궁전은 양 옆으로 모나코 시가지와 지중해 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까지 한다. 그 조망이 어찌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눈이 부실 정도다. 지중해성 기후라 날씨는 늘 화창하지만 해풍은 정말 세게 불어온다.


모나코 대공 궁 앞에서


대공 궁 앞에서 탁 트인 풍경 감상 중!

  모나코빌은 모나코 공국의 중심지로, 모나코 대공 궁전과 주요 기관인 공국 청사, 의사당, 법원, 감옥이 이곳에 있다. 모나코 궁전 근위병 교대식은 매일 오전 11시 55분에 이루어진다는 데, 우리는 교대식을 못 봤다. 대공 궁 중심으로 탁 트인 사방을 감상하던 중,  근위병 3명이 각 잡고 업무 교대하는 장면만 보았다.  


근위병 업무 교대하는 모습, 애니메이션

  모나코 시가지 반대편 전망대로 가 본다. 광장 둘레를 따라 심어진 소나무들이 몇 그루 되진 않지만, 문득 우리나라 강릉 소나무 군락을 생각나게 한다. 


해풍을 맞고 사는 모나코 해송을 보니, 강릉 경포대 해송 군락이 생각난다. 

  모나코 해안으로 밀려드는 바람은 강렬하다. 주주와 레드루의 몸은 지중해 바람 소리 만으로도 날아오른다. 하늘로 오르니, 지상에서 천국이 내려다 보인다. 아름다운 모나코 해안 위를 서성이다 보면, 이곳이 천국 같더라!  


아름다운 모나코 해안 풍경과 강렬한 지중해 바람소리


옛날엔 대공 궁을 지켰을 대포와 탄환이 이젠 그저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다. 



  중세 유럽 요새들처럼 모나코 대공 궁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고지대에 있다. 광장 가장자리로 둘러쳐진 낮은 성벽, 포화와 포탄들이 주권 국가로 살아남기 위한 옛 모나코의 의지를 보여준다. 

유럽 중세 봉건사회에는 다양한 귀족 가문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 영토를 사들여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오늘날까지 주권국가로 남아 있는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리말디 가문이 그들 만의 왕국을 세웠던 그곳이 지금 이토록 아름다운 모나코 도시국가로 존재한다.


모나코 궁전 대포 앞쪽 전망대에 선 레드루


                                          

  선착장에는 레저용 개인 요트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있고, 지중해는 쪽빛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일 년 중 300일이 맑다는 지중해, 왜 하늘 아래 천국이라 불리는지 다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중해성 기후가 사람 살아가기 좋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대포 앞 전망대로 나서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대공 궁에서 언덕으로 내려가면, 생 마르탱 가든가 이어진 멋진 전망 벤치가 있다. 


허리에 두른 힙 색으로 주주는 배불뚝이!

  주위 환경이 밝고 깨끗하고 사람들도 붐비지도 않아, 모나코엔 소매치기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여권과 지갑 조심하라'라는 가이드 당부를 잊지 않고, 허리에 두른 힙 색을 풀지 않는다. 안전엔 최곤데, 옆으로 찍은 사진은 모두 배불뚝이로 나와 혼자 웃는다. 



생 마르탱 가든(Saint-Martin Gardens)


  생 마르탱 정원(Saint-Martin Gardens) 가파른 절벽 위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지중해 아름다운 풍경을 끼고 걷노라면, 세상 근심까지 다 지중해로 날아가고 심신이 힐링된다. 


생 마르탱 가든에서 바라본 지중해 풍경




스위스 조각가 에두아르드 마르셀 산도즈의 여신상 작품  '생명의 교차로' - 방향에 따라 여신의 각기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에두아르드 마르셀 산도즈는 1881년 3월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나 1971년 3월 로잔에서 숨을 거둔 스위스 조각가이자 수채 화가다. 생 마르탱 정원(Saint-Martin Gardens)에서 그가 만든 아름다운 'Le Carrefour de la Vie(생명의 교차로)'라는 특별한 조각품을 직접 감상하는 것도 커다란 행운이다. 


Edouard-Marcel SANDOZ(1881 - 1971)
Le Carrefour de la Vie / Bronze with three patinas (1967) / Lost-wax casting (cera persa) /Brotal Foundry, Mendrisio, (Ticino, Switzerland, April 1974)


 에두아르-마르셀 산도즈  (1881 - 1971)
 르 까르푸 드 라 비 / 3개의 패티나가 있는 브론즈 (1967년) / 유실 왁스 주조(세라퍼사) / Brotal Foundry, Mendrisio, (스위스 티치노, 1974년 4월)




알베르 1세, 모나코 대공(Prince) 동상

  알베르 1세(Albert I, 1848년 11월 13일-1922년 6월 26일)는 모나코 대공(大公:Prince)이다. 그는 생물학자 출신이다. 모나코 헌법 제정을 추진, 1911년 헌법이 제정됐다. 


지중해 맞바람이 얼마나 세던지,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동상 받침대에 기대 섰다.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화창했는데, 바닷바람이 심하게 분다. 뭐, 바닷바람이야 동해나 지중해나 다 거세게 부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나코는 특히 지중해를 마주한 절벽 위에 세워진 곳이니, 어딜 가나 바람이 심했다. 그 강한 바람조차 우리 마음을 힐링되게 하는 곳이 바로 이 생 마르탱 정원이다. 



  세상 어딜 가나 사람, 나무, 꽃까지 살아가는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하고 결실을 맺고 최고의 정성기를 누리며 가다, 어느 순간 딱 멈춘다. 

  생 마르탱 가든에서는 모든 생명들이 멈추는 모습까지 한없이 예쁘고 고급스러울 것만 같다.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비슷하게 또 각자 다르게 살아가는 생명들은 다 귀하고 소중하고 예쁘다. 주주와 레드루도 머리카락 다 헝클어졌어도 오늘 이곳에서는 더없이 예쁘고, 상당히 고급스럽지 않을까? 



  걷기만 해도 바라만 봐도 힐링되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생 마르탱 가든도 맘에 들지만, 공원을 끼고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은 그대로 우리 가슴속으로 콕 파고든다. 



모나코 해양 박물관 (Musée océanographique de Monaco)

모나코빌에 있는 해양 박물관
사진출처: 위키백과 해양 박물관 정면

  지중해 쪽에서 바라본 해양 박물관과 정면에서 마주하는 느낌은 좀 다르다. 

이곳은 탐험가이자 해양학자인 알베르 1세가 지은 박물관이다. 

6천여 개 표본을 보유한 수족관이 유명하다. 

박물관 내부는 둘러보지 못한 채, 아쉬움을 접은 곳이다. 


사진출처: Pixabay.com - 몬테카를로 카지노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프랑스혁명 이후, 모나코 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세워진 곳이다. 

도박뿐 아니라 사교장의 기능도 갖고 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들리지 못했지만, 예쁘고 고급스러운 모나코를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본 것으로 만족한다. 

  이른 아침 이탈리아를 떠나와 모나코에서 '지상의 천국'을 둘러봤으니 됐다.


  

차창 밖에 남겨두고 가는 모나코 풍경(1) - 에르퀼레 항구(Port Hercules)

  우리는 지중해에 깊고 넓은 물속에 풍덩 빠졌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지상의 천국'에서 머물던 꿈에서 깨어난다. 이제 다시 전세 버스에 몸을 싣고 모나코를 떠나려 한다. 

  우리는 코트다쥐르(프렌치 리비에라)의 또 다른 대표적 관광지 니스(Nice)로 향한다. 니스도 남프랑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멋진 곳이다. 

  앞으로 남프랑스 여행길엔 칸 해변에즈, 생폴 드 방스 등 고풍스러운 중세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나코와의 작별이 아쉽지만, 니스로 향하는 여정도 마냥 설렌다. 니스는 전세버스로, 모나코에서 45분 정도 걸린다.


차창 밖에 남겨두고 가는 모나코 풍경(2)



모나코에서 마지막 특별 보너스! - 소녀들의 볼 키스

  우리를 태운 전세 버스가 해양 박물관 근처에서 잠시 정차 중인 데,  길 건너온 소녀가 맞은편에서 기다리던 친구와 프랑스 식 양볼 뽀뽀인사를 나눈다. 

레드루는 뉴욕에서 1년간 체류 중일 때, 프랑스 친구들이 양볼 뽀뽀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지만, 나는 영화 아닌 실제 장면으론 처음 목격한다.

사랑스러운 모나코 소녀들 양볼 뽀뽀인사를 끝으로 우리도 모나코와 찐한 작별인사를 나눈다. 주주와 레드루는 한국 식으로 그냥 "안녕!"


센스쟁이 레드루 DSLR에 찍히는 줄도 몰랐을 소녀들 초상권을 위해 앞모습 사진은 수채 연필화로 처리!



  차창 밖으로 남겨진 눈부신 모나코 풍경들이 주주와 레드루에게 꼭 다시 오라며, 계속 바이 바이 손짓을 건넨다. 

내가 살아생전 딸과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으음, 쉽게 대답을 못하겠구나! 


  '한없이 예쁠 것, 그리고 고급스러울 것' 모나코는 작은 공국이지만,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우리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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