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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18. 2023

공주 마곡사, 태화산 동쪽 산중턱에 있는 신라시대 사찰

마곡천에서 바라보니 사찰이 웅장하기보단 아기자기하고 단아해 보이는 느낌

어제 첫눈이 내렸으니, 오늘부터 진짜 겨울인가!

별안간 확 추워진 듯 느껴지지만, 누가 하루아침에 칼로 딱 자르듯 계절을 구분 짓겠는가.

쳇바퀴처럼 도는 시간 속에서 세월이 흐르는 줄도 잊고 살다 보니, 11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계절이 순리대로 어김없이 바뀌는 것을 엄청(?) 여러 번 맞고 보내며 살아왔다.



지난주 일요일(12일)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마곡사는 ‘春 마곡’이란 별칭처럼 봄꽃이 아름다운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을 붉은 단풍도 유명한 곳이다. 당시 가을 풍경도 충분히 아름답고 눈부셨지만, 나무에 남겨진 단풍보다 땅 위에 쌓인 단풍이 더 많았기에, 좀 더 일찍 찾지 못한 것이 종내 아쉬웠다. 속절없이 올가을도 또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미 붉은 낙엽을 다 떨구어냈을 것만 같다.


주차장 쪽에서 바라본 마곡사 풍경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1172년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 대사가 재건하였다.

도선국사 다시 낡고 헌 곳을 손질하며 고쳤고 각순 대사가 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세조가 마곡사에 들러 ‘영산전(靈山殿)’이란 이름을 지어서 새긴 편액을 내리기도 했다.


해탈문 - 마곡사의 첫 번째 문


천왕문 밖 / 천왕문 안쪽 풍경  

마곡사는 태화산 골짜기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약 8천여 평 경내에는 19동의 전각과 12의 암자가 있고, 동서를 가로지르는 마곡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해탈문 왼쪽에 위치한 남원은 북원을 먼저 둘러보고 나오면서 돌아보기로 했다.



천왕문 - 국가 보물로 지정된 두 번째 문


천왕문은 조선 후기에 건립되었으며 안에는 동서남북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인 사천왕상이 안치되어 있다. 사천왕은 천상계의 가장 낮은 곳인 사천왕천의 동서남북 네 지역을 관할하는 신적 존재다.

부처가 계신다는 수미산 중턱 사방을 지키면서 인간들이 불도를 따라 사는지 살펴, 올바르게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신들이다.


극락교

극락교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종각, 오른쪽은 관음전
마곡천 속으로 보이는 두 마리 돌거북 / 극락교 위에서 바라본 마곡천 가을 풍경


마곡사 북원


종각

종각 왼쪽이 요사체 건물이 있고, 종각 오른쪽이 뒤로 관음전이 보인다.


마곡사 대광보전과 5층 석탑

마곡사 5층 석탑과 대광보전 - 왼쪽 조사전, 오른쪽 심검당                                          


5층 석탑 / 대광보전

마곡사 대광보전은 대웅보전과 함께 마곡사의 본전이다.

임진왜란으로 불 타 업어진 것을 정조 9년(1785년) 다시 지었다.

건물 안에는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이 동쪽을 바라보며 모셔져 있다.

마곡사 5층 석탑은 고려 말 원나라 라마교의 여향을 받아 세워진 탑으로 다보탑으로도 불린다.



대광보전에서 바라본 대웅보전 / 관음전


마곡사 대웅보전


대웅보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조선 효종 2년(1651년) 각순 대사에 의해 증수되었다.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축물 중 흔치 않은 중층으로 건물로 아름다운 조형미가 느껴졌다.


대웅보전 앞뜰 담장 지붕 위에 놓인 수많은 조약돌 / 대웅보전 측면
대광보전 지붕, 백범당과 웅진전 지붕이 보이고 멀리 호젓하게 자리한 산신당(국사당)도 보인다.

대웅보전 앞뜰 담장 지붕 위에 놓인 수많은 조약돌은 그냥 돌이 아니다.

이리저리 구르던 돌들이 중생의 수많은 기원을 담아 이 귀한 장소에서 만났으니, 사람들이 바라던 선한 일들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대웅보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곡천에 닿는다.

마곡천을 건너가면 마곡사 남원 쪽으로 이어진다.


솔바람길 안내도 / 대웅보전 쪽 언덕길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마곡천 돌다리


마곡사 마곡천의 돌다리


마곡천의 늦가을 풍경 - 왼쪽으로 보이는 건축물이 성보 박물관


왼쪽부터 대웅보전, 조사전, 뒤로 대광보전, 백범당, 웅진전, 극락교가 보인다.

마곡천을 건너서 사찰을 바라보면 마곡사 북쪽 권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바라보니 사찰이 웅장하기보단 아기자기하고 단아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마곡사 남원으로 향하는 길, 나무에 남아있던 귀한 단풍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한가로운 산책길이다 보니, 태화산 자락도 훔쳐보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뒤도 돌아다본다. 우리가 건넜던 다리 위로 여전히 사람들이 오간다. 우리가 지나 온 자취를 다시 천천히 그려본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대광보전, 5층 석탑, 심검당, 종각, 극락교가 보인다.

낙엽수들은 앙상한 자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사철 푸른 나무들은 초록빛 옷을 변함없이 걸치고 있다.

이도 자연의 조화다. 겨울이 와도 마냥 삭막하기만 한 건 아니니 극명한 차이, 아니 다름을 새삼 반기게 된다. 각자 시련을 견뎌내며, 자기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함께 어울려 살다 때가 되면 이별을 고할 뿐이다.


마곡사 남원


마곡사 경내로 들어설 때 들렸던 해탈문과 천왕문은 마곡사 남쪽 권역에 속한다.

군왕대와 산신각 오르는 길목에 켈리그라피 문구가 전시되어 있어 한 장 담아왔다.



산신각 오르는 길은 꽤 가팔랐다.

멀진 않았지만 떨어진 체력으로 가분 숨을 몰아쉬며 올랐다.

그러나 내려다보이는 마곡사 경내 풍경이 가득 담기니, 이렇게 좋은 곳도 없다 싶었다.


 자연 석상 위에 올려놓은 모자 같은 돌무더기 / 만세 부르는 '묵'


산신각(국사당)

산신각 / 산신각에서 내려다보이는 마곡사 경내 풍경

마곡사 산신각(국사당)은 자장, 범일, 도선, 보조(지눌) 등 신라~고려 시대 최고의 승려인 국사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조선 후기까지 '삼국 사영당'이라 하여 세 분의 국사만 모셨으나 보조국사의 영정을 더 하게 되었다. 지금의 건축물은 정조 20년(1796년) 지은 것이다.

고종 5년(1868년) '삼국사당' 현판을 걸었다가 후에 산신도를 두면서 '산신각'으로 바뀌었다.


명부전


명부전은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을 모신 곳이다.

지장보살은 불교에서 구원의 상징으로 모든 인간을 교화시켜 성불하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맡은 보살이다.

시왕은 인간이 죽은 후, 지옥에서 죄가 크고 작음을 가리는 10명의 왕으로 염라대왕은 그중 다섯 번째 왕이다.


영산전


영산전은 마곡사에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효종 2년(1651년) 각순 대사가 다시 세웠다. 편액은 조선 세조가 이곳을 찾았을 때 직접 썼다고 한다. 영산은 영취산의 준말로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가르침을 베풀던 곳을 뜻한다. 현재 내부에는 7본의 여래불상과 천분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불린다.



경내를 나오면서 갓 구워낸 토실이 알밤 빵(18개/ 1만 원)을 한 상자 구입했다.    

빵 모양이 알밤처럼 생겼다. 먹어보니, 천안 호두 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이름처럼 알밤 빵에 알밤이 호두 빵에 호두가 들어 있는 차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공주 밤을 좋아하지만, 호두 빵이 더 맛있었다.



마곡사를 돌아 나오면서, 마곡천  덱 길을 지나쳤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곁으로 벌거벗은 나무의 모습이 더 휑해 보였다.

태화산은 가을빛을 품었고, 파란 하늘 안긴 무거운 흰 구름은 우리를 따라나섰다.




궁전해물칼국수 원성본점과 원성천

해물칼국수 (9천원 / 1인)

점심 식사는 천안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궁전해물칼국수 원성본점 곁으로 원성천 흐르고 있었다. 원성천은 '다가로'를 지나면 천안천과 합류한다.


원성천 가을 풍경

요즘, 일본 방사능 오염수 걱정으로 해물과 생선을 줄여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태도라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 같은 노친네들보단, 손녀 꾸미같이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 식생활이 더 걱정스러운 요즈음이다.  

이날은 오랜만에 해물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잠시 이런저런 생각 밀어 두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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