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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29. 2024

선택과 집중을 하며, 제 속도대로 살아간다

자연도 사람도 순환하면서 변하고, 성장한다.

25일 오후부터 봄비가 내렸다.

26일 내린 봄비는 하도 조심스레 내려 아침엔 비가 온 줄도 몰랐다.

보슬보슬 가랑가랑 수선스럽지 않은 자태로 찾아와 세상에 안기는 모양새가 곱다.

비 사이로 잔잔하게 불어오던 봄바람도 온 세상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봄은 노란색 흰색 보라색 붉은색 꽃으로 세상을 밝힌다.

연두색으로 물오른 나무와 어쩌다 마주치는 사시사철 초록 나무의 조합을 마주할 때는 눈까지 호강한다.


27일 평생학습관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돌아오면서 일부로 좀 걸었다. 차를 타면 들리지 못했을 작은 공원으로 들어서니, 봄꽃들도 각자 제 속도대로 피고 있었다.

계절은 제 나름대로의 속도대로 온다.

사람도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된다.

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개나리 / 백목련 / 북향화 - 2024년 3월 27일 성정2공원

목련이 고운 얼굴을 도도하게 치켜세운다.

매년 4월이며, 흐트러지게 만개했다 낙화하지만, 지금은 꽃봉오리로 매달려 정체성이 흔들리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처럼.

같은 뿌리 한 나무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는 목련 꽃도 각자 때가 되어야 피어난다.  

짧고 길다는 다름이 있을지는 몰라도, 모두 떠나야 할 시기가 있는 유한한 존재다.


조팝나무 / 봄까치꽃(큰 개불알풀)


산수유 노란 꽃도 봄을 알린다.

꽃말이 '영원불멸의 사랑'이라는 이 꽃은 그 색깔만으로도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작은 꽃이 참으로 엄청난 꽃말을 갖고 있구나. 이 세상 유한의 생명을 가진 그 누가 '영원불멸'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이 꽃은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종종 봄처녀처럼 마음 설레게 한다.


사철나무(사진출처: 네이버 식물백과)

사철나무는 항상 푸르다.

광택 나는 짙은 녹색이 야무지고 건강해 보인다.

녹색은 환경운동과 생태주의 상징이며 우리 눈을 편히 쉬게 하고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사철나무는 서로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잎이 서로 겹치지 않게 양보하듯 지그재그로 나있다.

자기 위치를 지키고 사는 모습처럼 보인다.


남산의 휘어진 소나무

소나무는 원래 '솔'로 불렸다.

보통 침엽상록수는 중심 줄기가 곧게 일자로 높게 뻗는 것이 특징이지만, 솔은 다르다.

줄기가 휘어져서 구불구불하게 성장하는 모양은 각자 환경에 따라 다르다.

소나무는 햇빛을 좋아하고,  각 개체마다 특유의 개성을 지녔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구부러짐 더 많이 나타난다.

경사지나 바람의 영향 등 외부환경에 의해 수목이 한쪽으로 기울면, 형성층의 세포분열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한다.

바람이 수간을 구부리려는 힘에 저항하며 똑바로 서기 위해 애쓴 모습이 그대로 나이테 속에 담겨있다.

나무줄기에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우리는 휘어진 소나무를 아름답다 경탄하지만, 그 멋진 모습 속에는 장애를 지닌 불편한 소나무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불편현 소나무는 아름답다 하면서, 불편한 이웃에겐 냉담하게 외면하는 우리의 이중성을 생각하게 한다.


잣나무(사진출처: 네이버 식물백과) / 아직 어린 잣나무

구불구불한 소나무를 보면, '소나무과 상록교목'으로 곧고 크게 자라는 잣나무가 생각난다.

잣나무는 한 묶음에 다섯 장의 잎이 나지만, 소나무는 한 묶음에 두 장의 잎이 난다.

잣나무는 소나무과 나무 열매 중 가장 크다.

그 안에 잣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곳에 가만히 서있는 나무도 각기 선택과 집중을 하며 살아간다.


자연은 순환하면서 변하고, 성장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는 양보에 인색하며 남의 위치를 곁눈질하며 산다.

살아가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환경도 보존하고 지키면 보다 넓고 쾌적한 선택의 여지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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