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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29. 2024

'달그락 식탁'서 점심 먹고, 진에어로 청주공항 도착

공항에서 '투잡?' 하는 것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를 만나 불편했던 심기

'알파카 도치돌 목장'을 떠나, '달그락 식탁'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정식 백반 전문점으로, 제주 시내 아라동 중심부에 있어서 관광객보단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보였다. 우리는 12시 30분경, '달그락 식탁'으로  들어섰다. 


돈가스 백반 1만 9백 원/1인분, 제육 불고기 백반 1만 9백 원 / 1인분


뭐든지 자기 손으로 스스로 해결하려는 우리 꾸미, 돈가스도 알맞게 잘라서 먹는다.

자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할미는 참는 것이 더 힘들었는 데...

처음엔 왼손에 집게를 쥐고 오른손에 든 가위로 돈가스를 자르려던 꾸미, 

꾸미 손보다 더 크고 무거운 도구가 맘대로 작동되질 않자, 곧 집게를 내려놓고 손으로 돈가스를 잡고, 가위로 자른다. 

밥을 먹기 위한 준비과정에 열중하는 꾸미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돈가스를 본인이 원하는 크기대로 딱 잘라먹는 꾸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우리 꾸미, 대단해!' - 할미는 숟가락질을 멈추고, 경이로운 눈길로 꾸미를 바라보았다. 


달그락 식탁 주인장과 직원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홀에서 서빙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들고나는 모든 손님들에게 하나같이 친절한 인사를 전한다. 좋은 습관으로 보였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소박한 집밥이어서 더 좋았다. 


우리는 부른 배를 쓱 내밀며 '달그락 식탁'을 나섰다. 

'조아렌터카'에 들려 4일간 함께 했던 자동차를 반납하고,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제주 공항까지 이동했다. 비행기에 오르면 이젠 제주와도 작별이다. 


제주공항엔 예정대로 2시경에 도착, 느긋하게 수속을 밟고 면세점으로 갔다.

함께 오지 못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구입했다. 

고구마 소보루 파이(1만 6천 원), 당근 소보루 파이(1만 6천 원), 제주 초콜릿(1만 7천 원)과 분홍 고래 캐릭터 볼펜(5천 원) 등을 샀는데,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해서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메모지가 남아있어 이렇게 글로 흔적이라도 남긴다.  


제주 구좌 당근 소보루는 우리 집에 며칠 묵었던 선물이어서 뒤늦게 한 장 찰칵! / 아래 '분홍 고래 볼펜', 위는 알파카 볼펜


우리는 4일 전 출발 할 때, 이스타 항공 편도만 예약하고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체력만 버티어 준다면, 3박 4일간 나들이를 4박 5일간으로 늘리겠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체력 에너지가 제일 먼저 방전되기 시작, 3일째 되던 날부턴 얼굴 가득 피곤함이 드러났다. 

수요일에 급히 제주발 청주행 비행기 예약을 검색, 목요일 오후네 진에어를 탑승하게 됐다. 



제주공항을 이륙한 직후, 눈 아래 펼쳐진 제주도 풍경

15:45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예정보다 15분 정도 늦게 이륙했다. 

비행기는 잘 날아갔다. 

제주도로 올 때보다 청주로 돌아갈 때 비행 속도가 훨씬 더 빠르게 느껴졌는데, 그 느낌이 딱 맞았다. 

청주공항 원래 도착 예정시간인 16:5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정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청주공항 승강장에 카카오 택시가 대기하고 있어서 탔는데, 기사분이 투잡인지 쓰리잡을 하는지 운전하는 내내 다른 배차 관련 전화를 주고받아, 고객을 계속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분명 카카오 택시 관련 전화는 아니었다. 어찌나 전화를 주고받던지, 곁에 묵묵히 앉아 있던 우리 가족은 뭐에 홀린 듯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4일 전 천안에서 출발할 때 이용했던 카카오 택시 기사분과는 너무 달랐다.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건 우리였는데, 오히려 꾸미가 종알대서 시끄럽다는 눈치를 서너 번씩이나 주었다. 

차근차근 조용히 말하는 우리 손녀 보고 시끄럽다고 눈치를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ㅋ

천안 집 앞에 도착해서는 대놓고 당당한 어조로 시끄러웠다는 듯한 말을 다시 했다. 

우리로선 적반하장이었다 

더 화가 났던 건, 아파트에 다 도착했는데도 우리 단지를 곁에 두고 우회전을 하지 않고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천안천을 그냥 건너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일에 관련된 통화를 계속하니, 정신 집중을 못 하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결국 조용히 참고 있던 나도 화가 났다.

"어디로 가시느냐?"라고 항의하자, 순간 멈 짓 하더니 그대로 더 직진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헐~!

퇴근시간과 겹쳐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요금이 5만 6천 원이나 나와 놀랐다. 

출발할 때도 출근시간과 겹쳐진 시간이었지만 4만 9천 원을 결제했는데 말이다.

1시간 넘는 동안 좁은 택시 공간에서 불편한 심기를 꾹 참고 있었는데... 

이 기사분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우리의 흥겹던 여행 마무리가  완전히 찌그러진 고약한 기분이 됐다. 

불러서 탄 카카오 택시가 아니었기에 카카오 측으로 항의 전화를 할까 싶었지만, 다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니 그냥 여기서 끝내자고 마음을 바꿨다. 

젊은 날엔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나였지만, 할머니가 되고 보니 손녀와 딸을 위해서라도 그냥 잘 참았다 싶었다.

어긋난 인연의 줄에 잠시 잘못 걸려들었다 빠져나왔다고 생각했고, 나쁜 기운을 탈탈 털어냈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스케치 마치려니, 다 털어냈던 앙금이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앞으론 꼭 전화로 호출해서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더 안전하고, 까칠한 기사분도 기본선을 넘진 않으니까. 

서로 자기 일 열심히 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부로 나쁘게 평가할 일도 없지 않은가!

여행 마지막 날, 어떤 사람으로 인해 우리의 소중한 기분까지 더 이상 망가지게 하고 싶진 않았다.

꾸미 모녀에게도 내게도 좋은 추억으로 오래 남을 제주여행이었길 바라면서, 여행 스케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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