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알도스테론 환자도, 내 왼쪽 부신도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유방 내분비과 입원과 왼쪽 부신 절단 수술

by Someday


부신 절제 수술과 회복 일기

9월 15일(수) 14시 20분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6 병동 입원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왼쪽 팔에 굵은 주삿바늘 꽂다.

주삿바늘 구멍에서 정맥 채혈.

오른쪽 손목 안쪽에서 동맥 채혈.

동맥은 정맥 채혈보다 많이 아프다.

유방 내분비외과 서용준 교수님이 병실로 찾아와, 내일 수술에 관한 설명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준다.

'수술 잘해 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 힘찬 목소리로 믿음을 준다.

환자 마음까지 토닥여주고 가시네!

수술 예정은 오전 중이나 수술실 상황에 따라 변동 있을 수 있다.


5일 저녁식사부터 금식.

정확히 18시부터 금식하란다.

'묵'과 나는 4층 키즈 공원에서 잠시 한가한 간식시간을 가졌다.

17시 20분경 물과 바나나 반 조각, '묵'이 먹던 햄버거 중 1/4조각을 꾸역꾸역 먹음. (의료진 조언에 따라 기운 보충용으로)


이 장소에서는 벌써 2번째 찍는 사진이다. 이 아이 옆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다시 병실로 돌아오니, 저절로 급 환자 모드로 변신!



담당 간호사가 와서 수술 부위인 왼쪽 옆구리 앞쪽에 펜으로 커다란 표시 해 둠.



수술 후 들숨으로 심호흡 기구를 열심히 불어야 한다며 심호흡 기구 사용방법 숙지시켜 줌.

심호흡을 깊게 하며 불어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수술 후 이걸 어떻게 불라는 건지!? ㅠ




15일 21:00 1차 관장

- 관장 후 오래 참을수록(20분 정도) 대장을 깨끗이 비워 낼 수 있다지만, 10분 참기도 무척 힘들다.

변이 막 쏟아져 내릴 때까지 참고 참았지만, 겨우 11분 지났다는.

풀어지지 않은 배변 양은 적은 달걀 한 개 정도.



9월 16일(목), 내 왼쪽 부신을 잘라내는 날 - 고 알도스테론 증 환자도 끝!

16일 06:10 2차 관장 - 겨우 10분 정도 참았다.

정말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괴롭다.

전날 금식으로 2차 관장 후 배변 양은 메추리알 1~2개 정도나 되려나!


항생제 반응 검사. 주삿바늘 두 군데(한 곳은 실수) 찔러 한 곳에서 반응 검사 실시

16일 07:00 항생제 반응 검사

- 수술 시 사용할 항생제에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미리 알아보는 검사.

왼쪽 팔 안쪽에 주삿바늘로 꾹!

항생제 사용 문제없음.


08:10 수액 호스에 제산제 주입 시작. 위산 작용 억제용.


09:20 수술 집도의 서 교수님 회진.

수술 앞둔 환자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불안할지 먼저 알아서 환자 마음까지 보듬어주신다.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란다. 수술은 잘해드리겠다며.

내 수술 예정 시간이 13:00~14:00로 잡혔다.


14:00 3층 수술실로 이동.

수술이 예정보다 몇 시간 늦어졌다.

나는 15일 저녁, 16일 삼시 세끼, 17일 아침까지 쫄쫄 굶게 됐다.

그래야 고작 한 끼 더 늘어난 금식인데 이 억울한 마음은 뭐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수술실이 무척 붐빈다.

남편은 수술실 밖에서 '수술 안내 정보'란에 10명 환자의 수술 진행 상황이 동시에 뜨는 것을 보고 있다.

수술실이 비워져야 또 다른 수술이 시작되고, 예정보다 수술이 늦어지는 환자도 있게 마련이니.

정확한 수술 시간을 콕 짚어 알기도 쉽지 않다.


14:30 수술 시작

수술실로 들어가 회복실을 나서기까지 정확히 4시간 걸렸다.

실제 수술에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였다고 하는데, 실제 내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마취 전 의료진들의 분주한 모습과 수술 집도의 서 교수님이 '긴장하지 마시라'던 목소리뿐이다.


수술실 실시간 안내 정보


18:10 입원실로 돌아옴.

수술이 잘 됐다고 집도의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고, '묵'이 여러 번 말해준다.

왼쪽 부신이 없어졌지만, 잘 살아갈 것이다.

난 이제 '고 알도스테론 증' 환자가 아니다!

19:00 수술 집도한 서용준 교수님 회진.

내가 연세(?)에 비해 혈액, 심박, 맥박 모두 정상을 잘 유지했고, 심지어 장까지 깨끗하게 비워내 수술이 잘 됐다며 폭풍 칭찬을 쏟아붓고 가신다.

아직 마취 기운으로 수술 부위 통증을 특별히 강하게 느끼진 못하겠다.

몸 전체가 무겁고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칭찬은 환자도 기분 좋게 한다.

잘 회복되리란 희망이 쓱 솟더라.


당장 '수술 후, 심호흡 기구'도 내 경우엔 따로 힘들여 불 필요 없단다.

서 교수님은 내 체온이 안정적이어서 폐에 손상이나 무리가 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하신다.

폐 합병증 증상이 보이질 않으니, 이 힘든 심호흡 기구를 스트레스받아 가며 불지 않는 것만 해도 마음이 편하다.

수술 후 이틀간 병원 로비를 서성이다 보면 호흡이 가쁘긴 했지만, 폐 기능이 정상이라니 좋은 소식이다.

퇴원 후에도 목에 가래는 계속 꼈다. 빈도나 증상은 참을만했다.

목을 통해 전신마취제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18:10분에서 정확히 2시간 후인 20:10까지 절대 잠들지 말 것!

20:10 이후엔 몸을 일으켜 움직일 수 있으면, 앉거나 걸어도 된단다.

나는 침대서 내려서서 곁에 준비된 의자에 잠시 앉기도 했고,

허리를 잔뜩 굽히고 어기적거리며 내 발로 걸어서 화장실도 다녀왔다.


2시간 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 / 목에 난 구멍(?)과 오른 손목 동맥 채혈 주삿바늘 제거 후 지혈 중 / 왼팔 마취제 투입 중 / 배꼽 위로 배액관도 달려 있다.

22:00~24:10까지 자고 일어나 화장실 다녀왔고, 이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자주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온몸이 기진맥진해졌다.

왼팔엔 수액관이 달려있고, 배꼽 위엔 배액관이 달려 있어 화장실 한 번 다녀오기도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럽던지.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수술 부위보다 회음부가 따끔거리고 아프고 쓰려서 잠을 더 설쳤다.



9월 17일(금), 수술 후 첫날

간호사에게 회음부 상태를 호소했더니, 새벽녘에 소독약을 발라주는데, 무슨 소독약이 쓰리지도 따끔거리지도 않는지 몰라!

바르지 않은 것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계속 쓰리고 따끔거린다.


10:00 주치의 서 교수님 회진

담당 간호사 보고를 미리 받았는지 내 상황을 잠시 듣더니, '수술 마치고 소변 주머니를 달려다가 그만두었는데, 그때 작은 상처가 생긴 것' 같단다.

곧 5층 간호사실 부속 처치 실로 가, 회음부를 소독했다.

소독하는데 너무 아파 비명까지 질렀다.

이런 생각 지도 못한 상황이 생기니, 속상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소독 후, 상태가 곧 호전됐다.

꽤 강력한 소독제였나 보다.

이곳에서 배액관 시술 부위도 함께 소독하고, 다시 6층 병실로 돌아왔다.

소변을 계속 자주 보았지만, 어젯밤과 오늘 새벽보다는 횟수가 좀 줄었다.


8일(토) 퇴원 가능할 것 같단다. (어차피 추석 연유로 더 입원해 있어도 특별한 처지는 없다.)

단, 배액관 주머니를 달고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어젯밤엔 수술 부위가 특별히 아픈지도 모른 채 지냈다면,

오히려 오늘은 수술 부위를 누가 툭툭 차듯이 통증이 들고난다.

창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왼쪽 부신 쪽으로 관을 두 개 삽입해서 부신을 잘라낼 때, 창자를 오른쪽으로 밀어내고 수술했다고.

앞으로 2주 동안 왼쪽 옆으로만 누워서 잠을 자면, 창자가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단다.

계속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왼쪽은 수술 부위이기도 해서, 그 불편함을 쉽게 떨쳐내기도 힘들다.

(그래도 열심히 잘 참고 자고 나니, 오늘 9월 28일로 벌써 12일째 날이다.)


17일 아침부터 수술 전 복용했던 알도스테론과 혈압약은 복용하지 않는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혈압 120대를 유지하고, 혈액검사 결과 칼륨 수치도 정상이다.

수술 후엔 비마약성 진통제와 가글액, 점액용해제(가래 삭임) 약만 처방받았다.



17일 점심 식사를 시작으로 금식도 풀렸다.

죽부터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총 다섯 끼니를 굶었다.

가스(방귀)가 아침에 나오기도 했지만, 창자에 직접 가해진 수술이 아니어서 가스 배출에 크게 신경 쓸 필욘 없단다.

저녁도 죽으로 먹고, 전 날보다 좀 더 편한 잠을 잤다. 수술 부위가 아파서 진통제 한 팩을 수액관을 통해 맞고 잤다.



추석 연휴로 18일엔 퇴원 환자들도 많다.

새벽녘, 수액 주머니가 비워지자 수액관이 달렸던 왼쪽 팔 대형 바늘까지 완전히 뺐다.

이제 배액관만 떼어내면 좋으련만, 담당 간호사님은 '그냥 달고 퇴원하실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급실망 중!


주치의 서용준 교수님이 아침 회진

배액관에 담긴 혈액이 색깔도 흐려졌고 10ml 이하로 고여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신다.

곧 6층 간호사실 처치 실로 가, 배액관을 떼었다.

'얼씨구나!' - 정말 기뻤다.

배액관은 제법 길었다.

내 뱃속에서 긴 실리콘 줄을 계속 잡아당겨 빼내는 교수님 손길이 그대로 전해진다.

배가 뻐근하고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뱃속을 당기며 스친다.

내 배 위로 뻥 뚫린 구멍을 다시 꿰매야 하는지 여쭈니, 실리콘을 박아 메꾼단다.

실리콘 땜질을 하는가 보다.

다음 주 9월 23일(목) 외래진료 시 다시 살펴보겠단다.


퇴원 준비 중, 나는 마음 편하게 낮잠을 잤다.

양손과 팔 수액관과 뱃속 배액관까지 모두 떼어낸 채로 잠시 낮잠 중!

수술 부위를 감싼 복대로 배와 허리가 불룩하고 굵지만, 몸은 어찌나 홀가분하던지!



퇴원, 그립던 집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환자인 나보다 나를 돌봐야 하는 '묵'의 일상이 더 고달파 보인다.

그동안 '묵'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일랑 다 표현하기도 힘들다.

병원에서 함께한 3박 4일간 케어,

집으로 돌아와 삼시 세끼 거르지 않고 부엌데기 노릇까지 잘 수행하고 있는 '묵', 이 남자에게도 평생 이런 추석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번 주에도 집에서 리포트를 쓰면서 나를 보살펴 주고 있다.

일이 너무 밀렸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 남자가 오히려 휘청이다가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 중이다.

그래서 더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차 오른다.


『Bye, 내 왼쪽 부신!』 종이책과 e북 함께 발간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722137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54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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