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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01. 2021

<침입자> 대물림되는 범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

지오바나의 도덕적 딜레마에 답을 주지 못한 채 끝나는 이야기


The Intruder, L'intrust, 2017 

개요  드라마 / 범죄 폭력, 사회 비판 /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 1시간 35분 / 2017년 개봉

감독  레오나르도 디 코스탄초(Leonardo DI COSTANZO)

출연  라파엘라 지오르다노(지오바나), 발렌티나 바니노(마리아)


  영화 <침입자>는 2017년 카이로 국제영화제 골든 피라미드 작품상 국제경쟁 수상작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포털 검색을 해도 상세한 자료나 안내가 부족한, 우리에겐 조금 낯선 영화다.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사회복지사 지오바나는 범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힘겨운 선택을 하지만 도덕적 딜레마 빠진다. 관객들도 함께 고민해 보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이 영화의 배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림이 그려진 건물의 벽을 따라가던 앵글은 지역센터 건물 앞마당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을 비춘다. 

이곳은 방과 후 학교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복지관이다. 

  화면 속에는 각자의 사정으로 지역센터가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이 등장하고 아이들을 한결같이 돌보는 센터장 지오바나의 모습이 가득 찬다. 


  그녀가 복지관을 세운 이곳은 조직범죄 ‘카모라’가 활개 치는 곳이다. 지역사회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적 유대와 상호 신뢰를 쌓아가려는 사람들은 항상 이곳 센터를 중심으로 모이곤 한다. 

  지오바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그들이 누구든 도움을 받아 마땅하다는 신념을 갖고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가 지역센터 ‘라 마세리아’ 세운 것은 조직범죄 ‘카모라’가 이곳을 장악하고 활개 치는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돌보기 위함이었다. 아이들 부모도 그 뜻에 호응하고 인간적 유대와 상호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지역센터 가까이서 총격 소리가 들린다. 얼마 후, 조직범죄 우두머리 격인 남자의 아내가 어린 남매를 데리고 라 마세리아로 잠입한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오바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녀는 이들이 이대로 센터 밖으로 내몰리게 될 경우, 남매까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걱정스럽다. 

  센터에 함께 머물게 하려니, 조직범죄 가족을 품게 되는 것이다. 지오바나는 심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접을 수 없지만 남편이자 아빠가 범죄자인 이들 가족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지오바나는 도덕적 도리를 다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학부모들의 반대와 불신에 부딪힌다. 그녀는 학부모들과 범죄자 가족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게 된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평화로운 이곳에 누구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침입자’가 들어와 살게 된 것을 두고, 마을 전체 분란이 생긴 것이다. 지오바나는 끝까지 이 가족의 수용과 거부의 경계에서 고민을 거듭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도리를 다하려던 그녀의 고뇌에 찬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인다. 평온했던 마을이 계속 어수선한 혼란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지오바나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겉으론 크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 엄마와 2명의 아이는 평화롭던 라 마세리아 복지센터와 마을 사람들에게 불신과 두려움만 안겨주었다. 지역사회가 서로 반목하게 되면서 복지관 운영의 가치관까지 흔들린다.  

  '침입자'인 남매의 엄마도 이러한 상황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그녀는 조용히 아이들을 데리고 스스로 지역센터를 떠난다. 


  학부모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치 그 사건 자체를 모두 잊은 듯 누구도 다시 화제에 올리지도 않는다. 겉으로는 문제가 다 해결된 듯 보인다. 

  모두 라 마세리아 센터에 다시 모여 함께 준비한 마을 축제도 예정대로 연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같이 왁자지껄 쾌활하게 파티를 즐긴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범죄조직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 불신의 극복, 휴머니즘의 한계를 되묻게 하는 영화다. 범죄조직 관련 사회문제를 다룬 것이 이탈리아 영화다워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의견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다툼이 있어도 그 당시만 지나면 그냥 어울려 논다. 어른들은 수시로 갈등하고 이해관계를 따지며 대립하고, 아이들처럼 금세 화해하지도 못한다. 계속 자기주장을 고집하고 편이 나누어지다 보니, 분란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범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스스로 힘겨운 선택을 했던 지오바나의 도덕적 딜레마에 답을 주지 못한 채 끝난다.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지역사회 숙제로 남아있다. 


https://bit.ly/3Easf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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