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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02. 2021

<델타 보이즈> 웃기지만 인생 페이소스가 담긴 영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40 넘은 나이에도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Delta Boys, 2016

개요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20분 / 2017. 06 개봉

감독  고봉수

출연  백승환(강일록), 신민재(최대용), 김충길(노준세), 이웅빈(차예건), 차유미(지혜)



  <델타 보이즈>는 고봉수 감독의 독립영화다. 남성 사중창단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서민의 고달픈 삶과 어우러져 웃음과 애잔함을 함께 전한다.

 고봉수 감독과 사단이라 불리는 출연진들은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델타 보이즈>는 웃기지만 인생의 페이소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감독은 250만 원을 들여 단 9회 차 촬영으로 2시간짜리 영화 <델타 보이즈>를 완성했다. 재능과 진심과 한마음으로 악조건을 극복한 영화다. 시나리오 없이 상황만 제시하고,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니, 더욱 신선하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강일록은 아무런 목표도 열정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간다. 미국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차예건은 이런 일록에게 얹혀 산다. 매일 서로 마주 보며 하루 세 끼 라면만 먹는 처량한 신세다. 강일록은 차예건의 끈질긴 권유로 '남성 사중창단 대회'에 참가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일록과 예건은 2명의 멤버를 더 채우기 위해 동네 전봇대 2곳에 파트너 모집 공고를 붙인다. 사중창단에 3번째로 합류하게 된 최대용은 시장에서 생선가게 점원으로 살아가지만 마음이 후덕하고 인심도 넉넉한 사람이다. 대용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인절미, 치킨, 식혜, 약밥, 과자, 아이스크림, 삼겹살과 소주, 햄버거 등을 날아온다. 일록과 예건은 대용의 후한 인심으로 겨우 영양 보충을 하며 살아가는 듯 보인다.

  <델타 보이즈>는 음악영화라 하기엔 ‘제리코’ 딱 한 곡을 완성하는 지지부진한 과정이 그려져 있어 애매하다. 오히려 음식 영화라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최대용은 시장 통에서 알고 지내는 동생 노준세를 중창단 마지막 멤버로 끌어들인다. 네 사람 중 제일 젊은 준세만 유부남이다. 준세는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도넛 장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준세 아내 지혜는 남편이 대용 형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당연히 함께 노래하는 것도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고 싶기도 했던 노준세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합류하게 된다. 이제야 제대로 모여 노래 연습을 시작하게 됐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던 어느 날 일록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남성 사중창단 대회는 지원 팀이 적어 취소되었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일록은 이 사실을 혼자만 알고 내심 괴로워한다. 이제 겨우 한마음으로 열심히 노래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차마 말조차 꺼낼 수 없다.

  일록은 대용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노래가 하고 싶은 것인지?’ 대용은 ‘글쎄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진심을 어눌하게 털어놓는다. – 어릴 때 가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그게 내 꿈이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필드에서 계속 뛰고 있는 축구선수 김병지를 보면서, 나는 열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지만, 우리 4명 음이 딱 맞았을 때, 나는 내 파트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란 걸 느꼈다. – 답답한 현실, 한심한 인생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각자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강한 개성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강일록, 최대용, 조준세, 차예건 네 남자!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멋진 '스스로 리허설'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강일록(백승환 배우), 차예건(이웅빈), 조준세(김충길), 최대용(신민재)

  

  허름한 옥상 무대에서 ‘제리코’ 노래가 끝나갈 즈음, 우렁찬 관객의 박수소리가 마치 환청처럼 들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들은 과연 무대에 서보기나 할까? 열정적인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오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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