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권 더 있소이다.
날짜를 보니 2010년도 7월이었다. 시간이 화살 같은 거 더 이상 말해 뭐 하랴.
예술인들의 도시로 유명한 브리스톨로 기차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갔던 때가 어느새 십 년도 넘었다니.
당시 나는, 한국 문화가 주체가 되는 콘텐츠로 전 과목 영어 시리즈 잡지를 구상 중이었다.
제목도 만들어 놨었다. (TERM; Teaching English Resource Magazine)
우리 아이들이, 미국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이야기를 영어로 접했으면 했다. 거기에 영국의 통합 교육 원리를 담아낸 월간 잡지. 가령, 해님 달님 이야기로 국어? 아니 영어 스토리를. 해와 달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 호랑이가 떡을 먹은 개수로 연결하여 덧셈 뺄셈 수학. 떡 만들어 보기 등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이, 엄마표 영어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해 보았다.
Valentina cavallini... 이탈리아 혈통답게 처음 보는 나를 환한 미소로 안아 주었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프로젝트 안내문을 보냈고, 응해주었던 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든 기차표를 끊고 달려갔었다. 맨체스터, 버밍험, 브리스톨... 그리고... 아... 사랑스러운 프랑스 작가가 살던 곳이 어디였던가... 기억조차 희미하다. Sorry...
내가 저지르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자금사정이 거의 받쳐주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응해주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의욕적이고 도전적이고 열린 맘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배경이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영국보다 음식이 맛있는 곳이라는 것이 연관이 있을까 불현듯 궁금해진다.
이렇게 돌아보니... 의욕만으로 시작해 벌려놓고 마무리를 못한 것투성이다. 여러 사람 고생 시킨 책임을 이제라도 질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언젠가 보니, 그녀가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 주었던 작품들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반갑고도 묘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보내 준 콜라주 형식의 해님 달님이다.
스토리만 읽고 만든 작품 속 서양집. 한국의 초가집을 보고 나서 바꾸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변화가 흥미로웠다. 그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집의 모양과 그녀의 해석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초가집.
난, 그녀의 호랑이 스타일이 좋았다.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무화과 농장주님을 정말 만나러 가야 하나.
어떻게든 또 된다.
된다 된다 책이 된다.
오늘도 주문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