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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Feb 10. 2023

도망가는 사람들

너의 세상

모네 인사이드를 보러 오랜만에 명동을 찾았다.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은 사람들로 꽉 찼다. 어느 정거장인가,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 열차에 여유가 생겼다. 대신, 닫힌 문 너머로 계단을 바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물었다.


“엄마, 사람들이 왜 다 도망가?”


(샛별 보며 출근해서 달 보며 퇴근을 하다 보면, 금요일 저녁엔... 집으로 얼른 도망가고 싶을 거 같다.)


"글쎄..."




일 년 전쯤, 신랑이 Ghostbusters 영화를 보여준 이후, 아이는 마시멜로 괴물이 도시를 파괴하는 데 꽂혔다. 자동차를 늘어놓고 노는가 하더니 마무리는 늘 마시멜로 괴물의 난장판으로 끝났다.


신랑에게, 좀 건설적인 영상을 선택해 달라고 말한 얼마뒤…


아이는 부산 해운대 쓰나미 짤에 꽂혔다. 영상의 시초는, 건설적인 댐 공사였다. 그러나 댐이 터지는 영상으로 이어지며 아이는 마시멜로보다 강력한 쓰나미에 홀렸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주야장천 쓰나미 놀이에 이젠 듣기만 해도 멀미가 나려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쓰나미, 지진, 빙하기의 스토리를 아웃풋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헬리콥터에서 줄이 내려와 사람을 구하는 디테일을 기억하며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쓰나미를 조금 더 인내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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