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Feb 13. 2023

'거꾸로 가는 글쓰기' 현황보고

최상위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기

작년 12월 말, 아는 동생 딸내미 글쓰기를 삼 개월 정도 재능기부로 봐주기 시작했다.


Long story short...

현실적으로,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달해 쓰기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엄마 입장에선,


"넌 왜! 이 간단한 문장도 이렇게 쓰고 있는 거야?"


라는 감정이 솟구치기 일쑤고.


아이 입장에선,


'별 문제없어 보이는데 왜 자꾸 다시 쓰라는 거야?'


라는 반감이 들었다.


'워워...'


이건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수업은, 제시된 방법을 엄마가 집에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엄마가 설명하는 대신, 내가 직접 아이에게 전화로 설명해 주기로 했다. 아이는 아무래도 엄마가 아니다 보니, 알아듣겠다 하고 그렇게 해보겠다 하지만. 쓰기를 할 때는 이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정해진 제출 기간이 있어도, 과제물은 삶의 우선순위에 밀리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이 되어간다.

실제로 글을 쓴 시간을 압축해 본다면 이보다 훨씬 짧아지겠지만,

엄마가 아이를 믿고 인내하며, 아이에게 쓰기 동기가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시간 대비 효율성이란 것을 잣대로 본다면 확연히 느리다.


물론.

아이를 만나 선생님과의 관계로 수업을 했다면,

아이의 필요에 맞게 적절하게 난이도를 조절하고 수준에 맞는 자료를 바로바로 찾아 주고.

아이가 생각대로 글을 써내지 못해도 감정을 과다하게 이입하는 일도 없고.

단기간에, 아웃풋을 내어 놓아 보는 이를 만족시키며.

엄마에게 방법을 애써 설명해 주고, 글이 나오는 과정까지 생기는 갈등에 맘 졸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엔 성과나 결과물로만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

엄마가 아이와 함께 글 쓰는 시간을 가져 본다는 것.

시행착오도 겪고,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세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누군가 책을 읽어주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책이 좋은 것을 알아도

내게 뼈 때리는 깨달음 없이는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는 동생은,

그렇게 첫째 글쓰기를 봐주면서 세 아이에게 책을 매일 읽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책을 읽으면 더 읽어달라고 졸라서 '어제도 열한 권 읽어주고 배터리 엥꼬났으요' 라고 문자가 왔다. 대체 얼마나 재미있게 읽는지 달려가서 같이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첫 아이가 일곱 살이 되기까지 열심히 읽어주던 책을, 둘째 셋째가 태어나면서 멈추게 된 것이 무척 후회된다고 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 하나를 데리고도 힘겨워하는 나 자신을 보며, 그녀는 참 대단한 엄마라고 늘 생각해 왔다. 그래도, 엄마여서 드는 그 아쉬움을 이해한다.


아이와 소통하며,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간단한 그 무언가는 어른들만의 생각임을 다시 한번 배웠다.

그래서, 이미 어른이 생각한 정답 같은 문장을 내려놓으려고 엄마와 나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더 열심히 찾아 물어다 주었다.


일단, 한 줄 쓰는 속도가 줄어드는 단계까지만이라도 가보자고 동생과 얘기했다. 바로 쓰는 게 어려우면, 예시 문장을 주고, 읽기에 상대적으로 편안한 문장을 선택하도록 했다. 본인이 쓴 한 문장이 이전의 것과 비교해 나아지고 있다면 만족하기로 중간 목표를 잡았다. 중간 목표가 이루어지는 하위 목표와 방법에도 변화를 주었다. 자식 교육을 선의지에만 맡길 일은 아니어서, 아는 동생의 기다림과 협조가 고맙다. 무엇보다, 얼마나 바쁘고 힘들지 아는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서 고맙다.


듣는 사람이 쉽게 알아듣는 말을 하고,

읽는 사람이 쉽게 읽는 글을 쓰고,

곁에 앉은 이가 쉽고 재미있게 따라오는 수업을 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그게 잘 되질 않으니

수리수리 마수리..

매직봉을 찾는 마음이 때때로 생긴다.


아는 동생의 딸내미가,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고 짧게라도 '오...' 하는 순간까지.

거꾸로 가는 글쓰기는 오늘도 간다....


라고 하면서, 사실 오늘은 내가 전화하는 것을 깜박했다.

대단히 쏘오리 하다.




https://brunch.co.kr/@6ff42b0988794dc/42


매거진의 이전글 버펄로 X 3 =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