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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08. 2023

같은 장소 다른 생각

Voices in the Park

공원을 찾은 두 가족이 있다.

엄마와 혈통 좋은 개 그리고 아들.

또 다른 가족은 아빠와 딸 그리고 여러 혈통이 복잡하게 섞인 개.


첫 번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들에겐, 'Sit'...'Come here at once'로 (명령)하고, 순종견에겐, 'Come here please'라고 한다.


네 번째 목소리는 자신의 개를 못마땅해하는 첫 번째 목소리를 'the silly twit'라 여긴다.


세 번째 목소리는, 자신에게 미끄럼 같이 타자고 제안한 아이가 여자아이라서 실망했지만, 곧 미끄럼을 정말 빠르게 잘 탄다고 칭찬을 한다.  네 번째 목소리는, 약골 같아 보였지만 놀다 보니 점점 친근감이 든다고 생각을 바꿔간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가 “아, 맵고 지려.” 하며 집어던진 무를 보고. “참, 맛없어 못 먹겠다.” 더 멀리 팽개쳐 버린 소년이 있었다면,


영국의 공원에선, 코트를 벗고 구름다리 철봉을 오르는 소녀를  따라, 저도 코트를 벗고 철봉에 매달리는 한 소년이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가까워졌다.


<Voices in the park> Anthony Browne. 


공원에서 마주한 허름한 차림새의 누군가를 경계하고 불만스러워하는 엄마의 입장,

구직 중이라 누가 옆에 있는 지도 신경 쓸 여력이 없는 피곤한, 그렇지만 딸과 함께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아빠의 입장.

엄마의 기세에 눌려 소심해 보이는, 그러나 또래와 노는 것이 무척 즐거운 아들의 입장. 

잘 못 건드리면, 어디선가 찾아낸 짱돌로 맞짱을 뜰 것같이 당당하면서도, 구직 중인 아빠맘을 헤아리는 딸의 입장.


공원에서 일어나는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삽화가,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준다. 믿고 보는 미스터 브라운 작가님의 그림책. 글과 그림의 깊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년이, 자기는 나무를 잘 타서, 소녀에게 나무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할 땐, 뭉클하기까지 하다. 엄마 기세에 눌려 무력해 보이던 아들의 반전을 작가는 이렇게 다 계획해 놓았던 거다. 그림책의 장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대한 토론용으로 강력 추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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