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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11. 2023

'다른 의미 세계에 접속하는 열쇠'

아이에게 맞추면 답이 보인다.

외국어를 배워보아야,
자기가 구사하는 언어만큼 생각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님은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외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외국어는 단지 여행 도구나 취직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로만 이루어진 세계와는 현격히 다른 의미 세계에 접속하는 열쇠다.”라고 했다.


토요일 오후, 아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핀란드에서는 7-8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문자교육을 금한다면서 뇌구조의 원리까지 뒷받침해서, 영어를 어려서 시작하는 것에 다소 부정적 의견을 보인 책을 접했다. 아이에게 언제 글자를 배우게 하는 가에 대한 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에는 영국과 이스라엘을 포함, 교육 선진국들이 이른 문자교육을 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요지는, 이른 글자 노출이 상상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영국에 대한 기사는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에서는 Reception Year, 즉 4-5세에 입학을 해서 다른 유럽국가보다 일찍 문자를 가르치고 있다. 영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의 뇌가, 너무 일찍 문자에 노출이 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를 아직까진 듣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되어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했어야 할 일이다.) 하버드를 보낸 부모들의 양육 공통점에서는, 부모가 3세 이전에 음가를 가르치고 글을 읽게 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핀란드 아이들은 6세가 되면 프리스쿨(Pre-School)이라는 반에 들어간다. 유치원 일과 중에 동화책을 많이 들려주어, 언어를 눈보다 귀로 먼저 접하게 해준다고 한다.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그렇듯이 듣기로 먼저 시작한다. 글자는, 이름 정도 쓰면 된다 해서 교실에서 흔한 알파벳 포스터도 없다고, 현지에서 경험하신 분이 쓴 글을 보았었다. 다만, 조금 새로운 사실은, 7세 이전에는 글자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핀란드의 유치원 교육에선 개개인의 차이와 흥미를 존중하여, 아이가 준비되었다고 여겨지면, 선생님이 아이 발달 속도에 맞춰 글자 교육을 한다고 한다. (사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는데, 손에서 펜을 놓고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핀란드 유아교육은 놀이 중심으로 진행되고 동시에 7세에 입학하는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훈련을 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수학, 핀란드어, 집중력,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본다.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학교 교장 등 5명의 전문가가 투입되고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교육이 단순한 정보의 전달과 평균치의 일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정책이다. 건강한 배움 그릇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철학과 재정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이, 7세 이전 글자교육 금지만으로 얻은 결과는 아님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들의 정책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문자 금지 정책만 떼어서는 가능할 수 없다는 것도. 아이들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개성이 ‘제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 나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재단하지 않는 철학과 신념이 사회 전반에 있어야 한다. 인풋을 했다고 바로 아웃풋을 내어 놓으라고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성적이 떨어졌다고 자존감도 함께 떨어뜨리지 않는다. 핀란드 숲의 나무처럼 싱싱하고 건강하게 자라 그 기량을 펼치게 하고 싶다면, 정책 배경과 철학, 재원과 지원 시스템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어느 광고에, 아직 한글 못 뗀 6세를 찾는다고 한다. 해당 교육 제품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해결이 되고 이미 많은 5-6세 엄마들이 '인정' 했다는 한글 떼기의 획기적인 제품인 듯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한글에 대해선 여섯 살도 채 되지 전에 마치 글자를 다 알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영어로 넘어오면 갑자기... 핀란드의 이른 글자교육 금지가 따라오는지 혼란스럽다. 결국, 글자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뇌와 정서발달을 위해 영어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가 핵심이었다.


세상에는 전혀 반대처럼 보이는 양육이 공존한다. 내 아이와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내 아이가 배움의 중심에 있도록 조율이 가능한 것이 바로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영어소리가 즐겁고 글자가 신기해 보이는 아이에게, 일정 연령이 되지 않았다고, 모국어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영어습득의 기회를 미룰 이유가 있을까 싶다. 호기심은 아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강력한 신호이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뇌 발달 ‘평균치’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말해왔지만, 조기교육의 부작용은 온전히 시기의 문제보다는 방법의 문제가 더 많았었다. 언제 시작해야 할까 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시작하고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앞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는 아이가 있어야 한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생각은, '18개월 아기 아빠의 영어 고민'에서 풀어놓은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6ff42b0988794dc/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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