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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19. 2023

교장쌤의 거절

당신의 아이라면?

런던 초등학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 할 때다. 학교는 여유로운 중산층 가정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장학사들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단정하고 예의 바른 편이었다. 무엇보다 쉬는 시간에 5학년 남학생이 1학년 아이에게, 오늘은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 장면은 문화충격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일상 질문처럼,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교실 문화가, '배움'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전공한, 조용하고 자상한 젊은 분이었고. 쉬는 시간이면 가끔씩 운동장에 나와 아이들과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곤 했다. 큰 소리 내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학교 운영은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영국은, 포용정책이 강조된다. 워낙이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정책이었으리라. 성별, 인종, 문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는 것. 특히,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 다운 증후군,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일대일로 인력이 충원되어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어울리는데 도움을 주고, 동시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여 아이들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다.


이 학교에도 일 학년이 되기 전, 4-5세 아이들이 생활하는 Reception Year에 다운 증후군 아이가 입학했다. 반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마주치는 그 누구도, 간혹? 우리 사회에서 '다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으로 그 아이를 대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제공하고, 기다려주고, 아이의 성취에 박수를 보내는 평범함으로 아이들은 함께 생활했다. 옆반에는, 자폐아동이 있어 학교 여행을 갈 때 혹시라도 반 아이들과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황에 맞는 활동을 했다. 쉬는 시간엔, 몇몇 고학년 여자 아이들은 일부러 그 아이를 찾아와 함께 놀며 이뻐해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수교육을 검색하다, '장애 학생이 일반학교 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이유'라는 이년 전쯤 기사를 보았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대체 장애아를 왜 일반고에 보내시나요?'라는 제목의 글로 작성자는 "자폐아 같은 애들을 왜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온라인 수업하는데 선생님 말 끊고 소리 지르거나 뭐든지 힘으로 해결하려 하고, 남학생의 경우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걸 빈번하게 봤다"며 "수업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피해만 주는 애를 왜 일반고에 보내는지 짜증 난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는 내용과 함께 양측의 고충에 이해가 간다는 내용이었다.


교육현실의 재정적, 구조적 문제, 한국의 치열한 입시상황등을 고려해 볼 때, 특수교육은 쉽게 답이 나오는 부분은 결코 아니다. 다만, 모든 걸 떠나서, 작성자의 글에서 자폐학생이 '피해만 주는 사람'으로 결론이 내어진 것은 불편한 진실을 용기 있게 밝힌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선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해당 학생들을 '치워내고' 내 아이 입시에 문제없으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을까.


영국 학교마다 Inclusion Policy (포용정책) 이 있다 해도, 부유한 어느 어머니가 자기 아이 반에 특수아동이 함께 있는 것이 싫어 교장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 아이가 옮기던지, 내 아이가 특수 아동이 없는 다른 반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장 선생님이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정중하고 매너 있게,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

그 장애 아동이 당신의 아이였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공부한 교장쌤의 소신발언 스토리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점점 더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분명 이 사회 어딘가에 가려져 있다. 어려서부터 함께 생활하면서 다름을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교육의 기회가 있었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현실을 모르고 떠드는 이상주의자의 헛소리로 들릴까. 그렇다 해도, 장애를 가진 그 누군가를 '내게' 불편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게 하는 말과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이 또한 폭력 아닐까. 자폐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업을 제공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수능을 위한 입시교육만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교육의 정점은 아니다. 부디, 그 자폐학생의 부모님이 작성자의 글을 마주하는 일이 없기를.


당신의 아이라면, 세 시간씩 걸리는 거리에 있는 특수학교로 매일 통학시킬 수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직장을 그만두고 특수학교 옆으로 이사를 갈 수 있을까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던 로버트 풀검 작가님. 자꾸 까먹어요. 유치원에서 배웠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중요한 것들을.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https://www.youtube.com/watch?v=nhxGK_qZRCg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것은 마음에서 시작하잖아요.


Some people worry that
there won't be enough room
under the big umbrella.
But the amazing thing is...ther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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