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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14. 2023

아이의 잘난 척이 먹히는 엄마

 Admire me...

어느새 중학교 입학을 코앞에 두고 있는 6학년 아이. 일곱 살의 봄날, 이전에 해오던 모든 영어 관련 활동을 거부할 때 잠시 만나 징검다리를 함께 건너 주었던 친구다. 이후, 본래의 야무진 성향과 학구열을 다시 찾아 잘 커가고 있다는 얘기를, 오랜만의 통화로 전해 들었다.


요새는 숙제하느라 늦게까지 있는 아이에게 잠을 자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엄마라고 한다. 게다가, 숙제의 분량이 많아 밤 11시를 넘기는 학원을 다니지 말라고 하는 것도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공부가 건강에 우선할 수 없다며 잠을 자라고 하는 엄마에게, 딸은 혼자만 숙제 못해가면 안 된다며... 엄마 왜 이러냐고 한단다. 그러면서, 옆에서 앉아 있어 달라고. 앉아 있는 김에, 답 맞추게 답 좀 불러 달라고.


목동에서 유명한 학원이, 동네에도 문을 열었는데, 6학년도 일반 토플을 풀어 본인도 조금 놀랐다고 한다. 영어 숙제 할 땐, 엄마보다 영어를 잘하는 아빠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단다.


"너 이제 이런 문제도 풀 수 있는 거야?"


놀랍고 신기해하는 엄마가, 아이가 어떤 문제를 잘 풀었는지 헷갈렸는지 찾아낼 수 있는 아빠보다 편한 것이 아이 마음이었나 보다.




아들이 Me! Me! ABC 책을 아무 말 대잔치로 읽을 때, 말하는 데로 듣고 웃어주고 호응을 해 주고 책의 내용을 따라 읽었다. 그러나, 고쳐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본인이 신나서 읽어주는 책에 흥이 깨졌는지 짜증을 냈다. 이후, 아들이 책을 읽어줄 땐 얼씨구나 절씨구나... 잘 읽는다 장단만 맞춰준다.


할머니 앞에서 영어책을 읽을 땐, 더 신이 난다. 무슨 말을 하든, 신통방통해하며 그렇구나 맞장구 쳐주는 맛에 아들은 책장을 신나게 넘긴다.


혹시, 아이가 잘 못 익힌 것을 오래 가져가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신다면...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일곱 살까지 한글을 몰랐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대로 지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나, 문맹이셨던 할머니는 학교도 안 들어간 손녀가 글을 읽는 줄 알고 기특해하며, 상황마다 그럴싸하게 지어내는 이야기 대잔치를 듣고 계셨다. 학교에 들어가서, 잘 못 알고 읽었던 한글로 힘들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말싸움에 지지 않아, 약이 오른 남자 짝꿍의 주먹이 날아온 적은 있었다.


할머니가 문맹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글도 못 읽는다 면박을 주거나 앉혀놓고 한글을 가르치려 했다면, 책 읽기를 지금보다 덜 좋아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가끔은 마냥 자유로울 때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 또 그렇게 마음껏 잘난 척을 해 볼까... 

집에서라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내버려 둬 보자.


<Me! Me! ABC> by Harriet Ziefert, illustrated by Ingri Von Bergen

https://www.youtube.com/watch?v=nh1FK1fGJ3o


A Admire me

F Follow me

K Kiss me

L Love me

P Pay attention to me...


아이들의 마음 아닐까... 인정받고,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의 아이가 가진 그 마음들. 그 마음 목마르지 않게... 지금 마음껏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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