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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18. 2023

몰입하는 아이

강력한 경쟁력

아들이 조용하다. 집 안 어딘가 있을 텐데. 이름을 부를까 하다가, 사건 현장을 포착하기로 하고 살그머니 이 방 저 방을 둘러보았다. 방 한 구석, 물감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녀석은 작품활동에 골몰해 있었다. 집중하면, 그 작은 혀가 쏙 나와 귀여움을 더한다. 아들은, 물감을 잔뜩 묻힌 장난감을 종이에 찍어내는 중이었다. 옷과 손, 방바닥과 종이 모두 페인트 범벅이다.




오랜만에 아들 넷 어머니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가 중3이고 둘째는 4학년, 셋째는 2학년, 막내가 이제 막 두 돌을 지나, 육아만 십오 년. 요새는 첫째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물어, 진로와 교육에 더 많은 고민을 한다고 했다. 홈스쿨 얘기가 나오자, 아이 하나 혹은, 아이들끼리 갭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면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한다. 홈스쿨까진 아니더라도 현재는, 사교육 없이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이라고 했다.


첫 아이에겐, 성대결절이 올 만큼 책을 읽어주고, 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차와 관련한 활동을 함께 찾아다니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아이는, 36개월 이전에 한글을 읽었고, 중국어도 제법 종알거렸다고 한다. 일곱 살엔, 자신을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의 아빠 차 배기구에 돌멩이를 넣어놓을 만큼 영민했다고... 어릴 때 인풋으로 지금까지 사교육 없이 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노란색이었다면, 지금은 회색으로 흐려진 거 같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웃어넘겼다.


입맛과 개성이 제각각인 아들 넷, 녀석들을 '기여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설거지, 청소, 재활용 분리등 집안일을 분담했다고 한다. 조벽 교수님의 <인성이 실력이다>,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에 꽂혀, 더 공부 중이라고 했다. 아들 숙제는, 성실함을 가르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성적을 위해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열심히 하는 과정 중에 좋은 결과가 나와주면 감사할 일이라고...




몰입.

다른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꼭 경험해 보기를 소망한다. 짧게는 퍼즐도 가능하고, 재미난 책도 가능하다. 조금 더 컸다면, 풀리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관련 책을 읽어보고 생각이 자라는 시간을 주고, 먹으면서도 걸으면서도... 오직 그 생각만 하다가 문득 떠오른 실마리로 문제가 풀리는 순간의 희열. 치열하게 노력해서 결국 풀어내는 기쁨을 맛본 아이. 그 힘을 아는 아이의 경쟁력은 몰입의 경험이 없는 아이와 비교불가다.


책으로의 몰입을 초대하는 독일 작가님 책이 있다.

<브루노를 위한 책> by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원제: Ein Buch für Bruno)

책에 관심이 없던 브루노가 친구 올라와 책을 읽고 난 뒤... 어리둥절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우리 어디 갔다 온 거지?


아들이 작품활동을 끝내면 작은 손걸레를 쥐어줘야겠다.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아들아, 성실하게 닦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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