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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22. 2023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다니

노지 상추가 보내준 친구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채소를 판매하는 '푸드 직판장'을 종종 이용한다. 가격이나 신선도가 더 좋아, 집에서 거리가 좀 되지만 만보 걷기 코스로 다녀오곤 한다.


"달팽이다!"

"어디 어디 어디."


노지 상추를 씻다가 작은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들은 상추에 올려놓아준 달팽이를 유심히 본다.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녀석. 더듬이 네 개가 건드리면 쏘옥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게 마냥 신기한 지, 틈만 나면 한 번씩 건드려 본다. 달팽이도 스트레스받는다고 알려주지만... 또다시 달팽이를 냉큼 들어 올려 상추 맨 위로 올려놓는다. 산 위에 올려준 거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든다.


노지 시금치에서도, 먼저 보다 두 배쯤 큰 녀석이 등장했다. 노지 상추 달팽이에게도, 아들에게도 친구가 생겨 더 반갑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이지만, 그 움직임에는 중독성이 있다. 난데없이 달팽이 멍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달팽이들도 각자 성격이 다를까? 노지 시금치 달팽이는 노지 상추 달팽이보다 탐험정신이 강해 보였다. 담겼던 그릇을 뛰쳐나가려는 걸 여러 번 말려야 했다. 체구가 커서 더 담대한 걸까. 그러고 보니, 달팽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달팽이 관련 영상을 찾아 아들과 보았다. 달팽이는 귀가 없어 듣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의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고 한다. 노지 시금치 달팽이까지 두 마리가 되니, 바나나를 담았던 기다란 플라스틱 통으로 바꿔 주었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끼고 빼는 소리가 커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달려가 달팽이부터 찾는다. 녀석들이 갉아먹은 구멍 숭숭 뚫린 상추를 보여주며 재미있어하는 아들. 한 자리에서 꿈쩍 않고 있더니 작은 똥을 누고 슬그머니 이동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똥 쌌어' 라며 깔깔 거리는 녀석. 달팽이도 지능이 있다고 한다. 예뻐해 주면 무럭무럭 잘 자라 주려나.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렴. (야생에서 2-5년, 종에 따라 십 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함. 25년 된 달팽이도 보고 된 바 있다는...)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다니' 란 속담이 있다. 처음 들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말할 거리도 안 된다는 말'이란다. 그런데 어쩌나. 영국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해낸 달팽이가 발견되었다. 녀석으로 말할 거리를 주야장천 만들어 낸 작가님도 있다.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다니 란 속담은 오늘 알았지만, 고래등에 올라 세상을 구경하고, 바다를 건너 인간과 소통하는 달팽이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다. 런던의 아이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달팽이 이야기. 노지 시금치 달팽이도 혹시... 남극에서 펭귄을 만나고 온 녀석은 아니었을까.


<The Snail and the Whale> by Julia Donaladson, illustrated by Axel Scheffler


https://www.youtube.com/watch?v=395CtITRq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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