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키워내기
씨앗은
식물들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
유치원에서 이번 학기에 정한 프로젝트가 '봄'이었다.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각 가정에서 그에 맞는 자원을 보내주고, 아이들은 마이크 앞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소개를 한다. 집에 무언가가 많은 듯해도 막상 자원으로 가져가려니 마땅한 게 없었다. 동네, '뭐든지 다 있는 곳'을 찾았다. 씨앗과 작은 화분을 모아 놓은 코너에서 아들은 노란 화분을 보자마자 집어 들었다. 화분+흙+해바라기 씨앗 세트였다.
씨앗은 단 두 개. 작은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가 다시 파헤치기를 반복하는 어린 농부를 진정시켰다. 씨앗을 흙으로 덮어주고 토닥토닥. 물을 부어주고 한편에 놓아두었던 화분에서, 일주일 만에 싹이 하나 돋았다. 생존율 50프로. 농부님께, 씨앗을 두 개만 더 넣어달라고 하고 싶다. 해바라기가 외롭지 않게.
아들은 싹이 나온 화분을 코앞에 들이밀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해바라기씨앗을 본인이 틔워내기라도 한 듯. 새로운 잎이 올라올 때마다, 내 새끼 보란 듯이 화분을 가져와 눈도장을 찍게 한다. 신비로운 일이지. 그 작은 씨앗에서 초록의 생명체가 툭 하고 터져 나오니. 엄마 해바라기 얼굴도 보지 못한 씨앗들은 이 어려운 일을 잘도 해낸다.
바람을 타고 이동을 하는 씨앗들. 그중 하나는 유난히 작다. 날아가는 씨앗들 꽁무니에서 겨우겨우 이동을 한다. 앞서가던 씨앗 중 하나는 얼음산 속에 떨어져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되었다. 바다를 건너고 사막을 건너며 씨앗의 수가 줄어든다. 작은 씨앗은 빠르지도, 높이 날지도 못하지만, 너무 작아 새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남기도 하고 땅 속에 묻혀도 쥐가 알아채지 못해 싹을 틔울 수 있다.
싹을 틔운 다른 씨앗들은 성장이 빨라 쑥쑥 자란다. 그러나, 봄햇살에 신이 난 아이들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사랑고백 하려는 누군가에게 꽃이 꺾이기도 한다.
작고 작은 씨앗은, 이 거친 풍파를 모두 겪어내고 살아남아 마침내 자신의 씨앗을 널리 퍼뜨린다. 식물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목적을, 이 작은 씨앗이 이뤄낸다.
<The Tiny Seed> by Eric Carle
https://www.youtube.com/watch?v=Inm5lSJaQwA
어린 농부야,
너도 네가 신비로운 씨앗 같은 존재란 걸 알까.
I love you.
"씨앗은 식물들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
출처: 월간가드닝(https://www.dailygreen.news)